말도 많고 탈도 많던 티몬이 오아시스로부터 인수되며 새출발했다. 지난해 7월, 티메프(티몬·위메프) 대규모 미정산 사태가 발생한 이후 꼭 1년 만이다. 법원 결정에 오아시스는 티몬 재개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다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미 판매자와 소비자의 신뢰를 잃은 가운데, 티몬이 치열한 경쟁으로 ‘생존게임’에 돌입한 이커머스 시장에서 살아남기란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이 밖에도 기존 티몬 직원의 고용 승계, 미정산 사태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편집자주]

서울 강남구 티몬 사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티몬 사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위기의 티몬’이 신선식품 강자 오아시스의 품에 안겼다.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던 티몬 입장에선 사실상 오아시스가 구원투수 역할을 자처한 셈이다. 그러나 오아시스의 선택에는 단순한 ‘인수’ 이상의 전략이 숨어있다. 티몬을 통해 신선식품 강자에서 종합 이커머스로 확장하겠다는 것이다. 티몬을 선택한 오아시스의 속내를 들여다본다.

티몬, 결국 오아시스 품에 안겼다

6월 23일 서울회생법원 제3부(재판장 정준영)가 티몬의 회생계획안을 강제 인가했다. 강제 인가는 법원의 회생계획안이 부결되더라도 법원이 직권으로 이를 승인할 수 있는 제도다. 앞서 티몬의 회생계획안은 관계인 집회에서 가결 동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부결된 바 있다.

법원은 “회생계획안을 인가하는 것이 회생담보권자, 회생채권자, 근로자 등 모든 이해관계인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라며 “상거래채권(중소상공인·소비자) 회생채권자를 위해 권리보호조항을 정해 강제인가를 결정했다”라고 강제 인가의 배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회생계획 인가 전 성사된 인수합병을 통해 인수대금이 모두 납입 돼 회생계획안 수행 가능성이 높다는 점과 회생계획안이 인가되면 사업을 계속 영위할 수 있어 근로자 고용 보장에도 도움이 되는 점도 고려했다”라고 부연했다.

오아시스의 티몬 인수 금액은 181억원이다. 우선 116억원을 들여 티몬을 100% 신주인수 방식으로 인수한 뒤, 추가 운영자금을 투입해 65억원 규모의 미지급 임금과 퇴직금을, 채권 등을 지급할 계획이다. 회생채권은 변제 규모가 102억원으로 전체 회생채권 1조2000억원의 0.7% 수준이다. 나머지는 전액 출자전환 후 무상 소각된다. 이로써 티몬은 지난해 7월 대규모 판매 대금 미정산 사태 이후 11개월 만에 새로운 주인을 찾게 됐다. 

오아시스, 티몬 운영 정상화에 시동 걸어

안준형 티몬 신임 대표이사(왼쪽)와 오아시스마켓 본사. 사진=오아시스마켓
안준형 티몬 신임 대표이사(왼쪽)와 오아시스마켓 본사. 사진=오아시스마켓

티몬을 인수한 오아시스는 흑자를 내고 있는 새벽배송 대표 주자로 꼽힌다. 2011년 설립돼 생산자 직거래 기반의 저렴한 가격과 신선식품 새벽배송으로 입지를 다졌다. 그 결과 대규모 적자를 감수하는 성장 전략을 택한 쿠팡, 컬리 등과 달리 내실 경영을 펼치며 13년 연속 연속 흑자를 기록하는 등의 성과로 업계 내에서 ‘작은 거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오아시스마켓 모기업인 소프트웨어 기업 ‘지어소프트가’ 개발한 자체 배송 시스템은 ‘오아시스루트’는 흑자 경영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오아시스루트는 집품부터 포장, 배송, 발주, 입고, 보관 등 물류와 관련된 전 과정을 자동화해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물류 자동화 솔루션이다. 이같은 체계적인 재고 관리로 폐기를 효과적으로 줄이는 성과를 냈다. 

이제 오아시스는 내실 경영을 넘어 벼랑 끝에 몰린 티몬을 회생시키기 위한 정상화 작업에 시동을 걸고 있다. 새로운 티몬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 4일 오아시스는 티몬 신임 대표이사로 오아시스마켓의 안준형 대표를 선임했다. 안 대표는 2018년 오아시스와 지어소프트에 합류한 뒤 2022년부터 오아시스마켓의 대표 이사로 선임된 인물이다. 내부에서는 회사의 대규모 투자 유치를 이끌어 내고 재무 건전성을 확고히 한 재무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이와 함께 티몬은 오아시스 창업주인 김영준 의장과 지어소프트 IT 사업부 본부장인 강창훈 사장을 티몬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지난 6월 24일부터는 판매자 모집에도 나섰다. 티몬이 내건 입점 혜택은 ▲업계 최저 수수료 ▲손쉬운 배송 관리 ▲효과적인 상품 홍보 ▲익일 정산과 매출 확인이다.

홈페이지를 통한 판매 재개 날짜도 정해졌다. 티몬은 이달 11일 홈페이지 리오픈과 함께 영업을 재개할 예정이다. 오아시스 관계자는 “2G 핸드폰에 IOS를 설치하는 것처럼, 기존의 시스템이 워낙 노후화돼 있어 모회사인 지어소프트 직원들이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했다”라며 “티몬 앱 역시 새롭게 출시할 예정으로 운영 재개 이후 업데이트를 하면 이용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공격적인 투자도 이어간다. 티몬의 빠른 정상화를 목적으로 116억원 선지급한 데 이어 500억원의 신주 투자를 진행하기로 했다. 해당 자금은 티몬의 새로운 물류센터 확보와 노후화된 시스템 개편 작업, 판매자들의 익일 정산을 위한 유동성 확보 목적 등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이번 투자로 오아시스마켓이 티몬에 투자한 금액은 총 616억원이 됐다.

티몬 인수하는 오아시스 속내는?

오아시스의 티몬 인수는 크게 두 가지 측면으로 해석할 수 있다. 먼저, 오아시스와 티몬의 강점을 결합해 치열한 이커머스 시장에 ‘종합몰’로서의 경쟁력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오아시스는 자체 물류망을 활용해 티몬에서 ‘새벽배송’ 서비스를 전개할 예정이다. 현재 오아시스는 모두 3개의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즉, 티몬만의 주력 상품군을 직매입한 뒤 이를 빠르게 배송할 수 있는 기반이 이미 갖춰져 있는 셈이다. 오아시스 관계자는 “우선 기존 물류센터를 활용해 티몬의 새벽배송 서비스를 전개할 예정”이라며 “추가적인 부지 확보에 힘쓰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경우 티몬에서도 최근 이커머스 업계의 가장 큰 경쟁력으로 불리는 빠른 배송이 가능해진다. 무엇보다 기존 신선식품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지닌 오아시스와 생활용품, 가전, 여행 상품 등 비식품 부문에 주력해 온 티몬이 결합하게 되면, 식품과 비식품 모두를 아우르게 된다는 장점도 있다.

오아시스 측은 인수 직후 입장문을 통해 “티몬의 강점이었던 기존 오픈마켓 비즈니스를 다시 활성화하는 한편, 티몬만의 특색 있는 상품을 중심으로 최근 이커머스 시장의 핵심인 빠른 배송 서비스를 결합한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탑재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두 번째로 경쟁사인 쿠팡, 컬리와의 구도 변화를 노린 포석으로도 읽힌다. 기존에 티몬이 보유한 회원 수를 흡수해 맞불을 놓겠다는 것이다. 티몬에 따르면, 미정산 사태 직전인 지난해 6월, 티몬의 활성 이용자 수(MAU)는 대략 500만명이다. 이는 오아시스의 활성 이용자 수인 200만명의 두 배를 넘는 수다. 만약, 오아시스가 티몬의 이용자를 온전히 흡수할 경우 지난 6월 기준, 각각 799만9000여명, 663만6000여명의 활성 이용자 수를 기록한 테무, G마켓과 몸집이 비슷해진다.

오아시스로서는 별도의 마케팅 비용을 들이지 않고, ‘거대한 고객군’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이외에도 1세대 이커머스 기업인 티몬의 전국적인 인지도도 오아시스의 인수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오아시스 관계자는 “티몬이 정상적으로 회생된다면 토종 플랫폼의 저력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업계 내 외국 자본들이 속속 들어오는 와중에 국내 자본이 들어간 플랫폼인 티몬의 정상화를 이뤄야겠다는 대승적 차원의 결정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티몬의 운영 재가가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 오아시스 표 티몬이 이커머스 업계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안승호 숭실대 교수는 “온라인 비즈니스는 덩치가 작으면 기본적으로 한계가 따르기 때문에 규모를 키워 네트워크 효과를 누리기 위한 차원에서 인수를 결정한 것 같다”라면서 “시장 경제 체제에서 여러 업체가 경쟁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으로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티몬의 회생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