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클라우드와 NHN클라우드의 일본시장 공략이 두각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네이버클라우드는 동남아시아, 중동은 물론 일본 시장에 진출하며 '클로바 케어콜(CLOVA CareCall)'이라는 독특한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웠다.

NHN클라우드도 최근 일본의 대표 이러닝 기업 ‘네트러닝(Net Learning Holdings)’과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등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사진=회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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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클라우드의 일본행
네이버클라우드는 6월 23일 일본 시마네현 이즈모시와 AI 안부 전화 서비스 ‘클로바 케어콜’ 도입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한일 수교 60주년을 맞아 한국의 기술력으로 양국 공통의 사회 난제를 해결하는 상징적인 협력 모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는 평가다.

인구의 약 30%가 65세 이상인 초고령 도시 이즈모시는 돌봄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 도입을 모색해왔다. 지난해 10월부터 네이버클라우드와 시범 서비스를 운영한 결과 이용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확인하고 서비스 전면 도입을 결정했다. 이로써 네이버의 AI 기술과 운영 노하우는 지속 가능한 복지 시스템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게 됐다는 설명이다.

클로바 케어콜은 올해 3월 일본 총리 관저에 해당하는 내각관방 주최 대회에서 한국 기업 최초로 최종 5위에 입상하며 서비스의 가치를 증명한 바 있다. 채선주 네이버 전략사업대표는 "AI는 이제 기술 경쟁을 넘어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수단으로 발전해야 하며 네이버는 이를 실현하는 책임 있는 기술 파트너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지난 2021년 '내재화된 원천 기술'과 '하이퍼스케일급 투자'를 양대 축으로 삼아 "아시아 태평양 및 일본(APJ) 시장에서 톱3 사업자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그 전략의 핵심에는 '라인(LINE)'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었다. 무엇보다 일본 내에서 '국민 메신저'로 불릴 만큼 압도적인 영향력을 가진 라인 덕분에 네이버라는 브랜드는 일본 소비자들에게 높은 인지도를 가진 상태였다. 네이버클라우드의 매끈한 진입이 가능했다는 뜻이다.

선택과 집중도 단행됐다. 무엇보다 2024년 '도쿄 게임쇼'에 사상 최초로 단독 부스를 마련하며 현지 게임 시장 공략에 나선 점이 눈길을 끈다. 중국 및 한국 게임사의 일본 진출과 일본 게임사의 글로벌 진출을 돕는 교두보 역할을 자임하며 일본의 게임 배급사 지오피(G.O.P)가 '아키에이지'를 포함한 10종의 게임을 네이버클라우드로 전환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심지어 일본 다운로드 1위를 기록했던 '소울 게이지'의 개발사 디지털 프로그(Digital Frog) 역시 네이버클라우드의 고객사가 됐다.

다만 호시절은 오래가지 못했다. 소위 라인 사태가 터지며 네이버클라우드의 일본 현지 시장 공략은 원점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결국 2026년 3월 네이버와 라인의 시스템을 완전히 단절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네이버클라우드의 일본 시장 전략은 중대한 전기를 맞이했다.

대신 핀셋 전략으로 돌아섰다. 주력 AI 서비스인 '하이퍼클로바X'와 '클로바X'를 일본 시장에서 공개하지 않는 가운데 특화 서비스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네이버클라우드의 일본 내 사업은 게임 업체를 대상으로 한 클라우드 전환 서비스에 극히 한정되어 있으며, 이는 최근 글로벌 진출에 의욕적으로 나서는 것과는 비교되는 것"이라며 "클로바 케어콜과 같은 한정적이고 제한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며 제2의 기회를 노리는 중"이라 말했다.

사진=회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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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N클라우드의 일본행
NHN클라우드의 일본 시장 공략은 네이버클라우드와 결이 다르다. 단순한 서비스 제공을 넘어 현지에 깊숙이 뿌리내리는 로드맵이 골자기 때문이다. 

2019년 3월 일본 시장 공략의 핵심 기반이 되는 '도쿄 리전'을 개설한 가운데 2020년 1월에는 도쿄 미나토구에 자본금 1억 엔 규모의 현지 법인 'NHN클라우드재팬'을 설립했다. 정보보안경영시스템(ISO/IEC 27001)을 비롯한 다수의 국제 표준 인증을 획득하는 '진지함'도 보여줬다는 평가다.  

NHN클라우드 일본 전략의 핵심은 'AX(인공지능 전환) 연합체'라는 이름의 독창적인 파트너십 모델에 있다. 이는 NHN클라우드가 단독으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각 분야에서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국내 IT 기업들과 연합하여 '솔루션 패키지'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최근 와이즈넛과 이노그리드, 투라인클라우드와 손잡고 일본 디지털 시장 공략을 위한 4자간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지난 3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협약식에서 각사 대표들은 기술과 노하우를 결집해 일본 시장에 최적화된 사업 모델을 만들고 AI 전환(AX)을 실현하는 데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들의 전략은 명확하다. NHN클라우드가 2019년부터 운영해 온 도쿄 리전의 안정적인 인프라를 기반으로 삼는다. 그 위에 와이즈넛의 AI 기술, 이노그리드와 투라인클라우드의 디지털전환 및 네이티브 클라우드 솔루션을 얹어 ‘완성형 패키지’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NHN클라우드가 도쿄 리전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클라우드 인프라(IaaS)를 제공한다. 연합체 파트너사들은 이 인프라 위에서 자사의 전문 솔루션(SaaS, PaaS)을 일본 고객에게 공급하고 운영한다는 뜻이다.

정교한 전략이다. 특히 NHN클라우드가 모든 서비스를 직접 개발하는 부담을 더는 대신 생태계의 '조율자'이자 '기반 제공자'로서의 역할에 집중한다는 점이 새롭다. 일본 고객 입장에서 복잡한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다양한 솔루션을 검증된 파트너들로부터 원스톱으로 제공받을 수 있고,  연합체에 참여하는 국내 파트너사들은 일본 시장 진출의 가장 큰 장벽인 인프라 구축과 현지 영업망 확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강력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한다.

NHN클라우드 김동훈 대표는 “이번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국내 클라우드 및 AI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기업들의 역량을 결합해 국산 클라우드의 저력을 일본 시장에 보여줄 것”이라며 “나아가 NHN클라우드는 일본 현지에서 안정성과 보안성을 인정받은 도쿄 리전을 기반으로 일본 진출을 희망하는 국내 기업의 든든한 조력자가 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여세를 몰아 단순히 인프라 제공자에 한정하지 않고 "일본 진출을 희망하는 국내 기업의 든든한 조력자"로도 명확히 포지셔닝하고 있다. 이는 클라우드 인프라뿐만 아니라 NHN 그룹이 게임(NHN PlayArt), 웹툰(NHN comico)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일본 시장에서 수십 년간 축적한 현지 비즈니스 노하우와 네트워크까지 제공하겠다는 약속이다.

그 단기적 성과가 일본의 대표 이러닝 기업 ‘네트러닝(Net Learning Holdings)’과의 전략적 업무협약(MOU) 체결이다. 

네트러닝은 일본에서만 7300개 이상의 고객사와 누적 학습자 수 1억1천만 명을 보유한 이러닝 분야의 절대 강자다. 그동안 자체 데이터센터를 통해 직접 IT 인프라를 운영해왔지만 이번 협약을 통해 핵심 서비스인 통합 이러닝 플랫폼 ‘멀티버스(Multiverse)’를 비롯한 방대한 교육 콘텐츠와 데이터를 모두 NHN클라우드 환경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협력의 진정한 의미는 ‘AI’에 있다. 양사는 NHN 그룹이 보유한 AI 기술과 네트러닝의 방대한 교육 데이터를 결합하는 공동 AI 프로젝트에 착수한다. 학습자의 성과를 분석해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고 AI가 자동으로 교육 콘텐츠를 생성하거나 개인별 추천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차세대 교육 모델을 함께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이는 데이터라는 원석을 AI라는 기술로 가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전형적인 디지털 전환(DX)의 모범 사례가 될 전망이다.

양사의 시너지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네트러닝의 국제표준 자격 시스템과 ‘NHN Cloud 기술 인증 자격증’을 연동하고 동남아를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 공동으로 진출하는 등 다각적인 협력을 예고했다.

일본 도쿄. 사진=연합뉴스
일본 도쿄. 사진=연합뉴스

일본을 이해하라
일본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4년 일본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 규모는 약 264억 달러로 추산되며 2030년까지 연평균 성장률(CAGR) 22.1%를 기록해 910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은 2023년 3조 2609억 엔(약 306억 달러)에서 2028년 7조 2227억 엔(약 666억 달러)으로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미국 상무부 기준 세계 3위의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일 정도로 그 규모가 크다. 그리고 여기서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일본 기업의 70% 이상이 DX 관련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기존의 온프레미스(On-premise)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전환하려는 수요가 지금도 폭발적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초기에는 번역, 문서 요약, 콘텐츠 생성 지원 등 범용적인 분야에서 활용되던 생성형 AI가 점차 비즈니스 기능 및 산업별 특화 사례로 확산되면서 클라우드 인프라 수요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키고 있다. 실제로 AI 머신러닝(ML) 워크로드는 연평균 23.5%의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특정 산업 분야의 높은 수요도 시장을 이끌고 있다. 현지 시장에 능통한 업계 관계자는 "일본 클라우드 시장은 특히 게임, 소매, 미디어 산업이 도입에 매우 적극적이며 제조업과 헬스케어 분야 역시 클라우드 시장의 주요 고객층을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거대한 파도에 AWS, 애저, 구글과 함께 K 클라우드도 올라타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일본 클라우드 시장을 입체적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메시지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먼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일본을 아시아의 AI 및 클라우드 허브로 점찍고 대규모 투자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K클라우드도 동일한 전략만 답습한다면 규모의 경제 등에서 힘을 쓰지 못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KT클라우드의 사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2011년 일본의 대표 IT 기업인 소프트뱅크와 손잡고 일본 기업을 대상으로 클라우드 및 데이터센터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합작 법인 설립에 나섰으나 지금은 유명무실하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직후 통신망 강화 등을 내세우며 인상적인 전략을 보였으나 이후 순식간에 존재감을 잃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AWS, 마이크로소프트, 구글과 같은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여 도쿄와 오사카 등 일본 내에 여러 개의 거대하고 견고한 복수 데이터센터 리전을 구축하자 KT클라우드의 존재가치는 희석되고 말았다. 전략의 답습, 혹은 뒤를 잡힐 수 있는 전략은 큰 의미가 없다는 교훈이다.

국내 클라우드 기업이 범용 인프라 서비스(IaaS) 시장에서 글로벌 빅테크 미 현지 사업자들과 정면으로 경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이 인프라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면 게임의 룰을 바꿔 서비스 기반의 차별화나 특정 니치 시장 공략과 같은 다른 방식의 전투를 선택해야만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일본 시장이 종종 외부와 단절된 채 독자적으로 진화했다는 의미에서 '갈라파고스'에 비유된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의사결정의 경우 최고 책임자 한 명이 내리는 것이 아니라 관련 부서의 모든 담당자들이 의견을 조율하고 합의를 이루는 '네마와시(根回し)' 과정을 거치며 일본 IT 기업들은 설계서, 사양서, 회의록 등 모든 과정을 상세하게 문서로 남기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위험 회피 성향이 강하며 관계 중심의 비즈니스 성향이 짙다. 

단기적인 성과나 가격만을 앞세운 접근 방식은 일본 시장에서 실패할 확률이 높다. 현지 법인 설립, 꾸준한 관계 형성, 그리고 장기적인 관점의 투자를 통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하이 터치(High-touch)' 전략이 필수적인 이유다. 여기에 라인 사태 등 의외의 돌발 변수에도 대응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