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발생한 침해사고로 고객 신뢰에 큰 상처를 입은 SK텔레콤이 또 한 번의 후속 대책을 내놓았다. 단순히 정해진 기간 내 위약금을 면제해주는 수준을 넘어 불가피한 사정으로 기회를 놓친 고객까지 품겠다는 파격적인 내용이다. 이는 단순한 보상을 넘어 떠나는 고객의 마지막 경험까지 관리하며 깨진 신뢰를 회복하려는 고육지책이자 시장의 판도를 의식한 전략적 승부수로 풀이된다.

SK텔레콤은 9일 해외 체류나 군 복무 등의 사유로 기존 위약금 면제 기간인 7월 14일까지 서비스를 해지하지 못한 고객들을 위한 추가 구제 방안을 발표했다. 앞서 회사는 침해사고 발생 이전인 4월 18일 기준 약정 고객이 7월 14일까지 해지할 경우 위약금을 전액 면제해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조치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고객의 개별적인 상황을 폭넓게 고려해 사실상 사각지대를 없앤 것이다. 예를 들어 장기 입원으로 해지 시점을 놓친 고객은 퇴원 후 10일 이내에 서비스를 해지하고 입원사실확인서를 제출하면 위약금을 면제받을 수 있다.

이번 구제 대상에는 ▲장기 입원(입원 사실 확인서) ▲군 복무(병적 증명서) ▲해외 체류(출입국 사실 증명서) ▲도서산간 지역 거주(주민등록 관련 서류) ▲형 집행(수용 증명서) 등이 포함된다. 해당 고객은 사유가 해소된 날로부터 10일 안에 해지한 뒤 고객센터(114)를 통해 증빙 서류를 내면 된다.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의 이러한 행보를 이례적으로 평가한다. 통상적인 위약금 정책이 아닌 기업의 과실로 인한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한 조치임에도 불구하고 그 대상을 폭넓게 해석했기 때문이다. 이는 경쟁사인 KT나 LG유플러스가 유사한 위기 상황에 처했을 때 어떤 수준의 고객 대응을 해야 할지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효과도 있다.

결국 SK텔레콤의 이번 결정은 ‘떠날 고객은 잡지 않겠다’는 소극적 태도가 아니다. 오히려 ‘떠나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책임지겠다’는 적극적인 메시지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회복하고 잠재적 이탈 고객의 마음을 되돌리려는 깊은 의미가 담겨있다. 위약금이라는 비용을 포기하는 대신 ‘신뢰’라는 무형의 자산을 되찾아오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과연 SK텔레콤의 진심 어린 사후약방문이 성난 고객의 마음을 돌리고 추락한 신뢰를 회복하는 발판이 될 수 있을지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