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을 대상으로 소비쿠폰 지급이 확정된 가운데, 사용처를 두고 유통 기업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는 지난 공휴일 의무휴업일 규정에 이어 이번에도 사용처에서 빠지며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아울러 대형마트와 함께 사용처에서 제외된 SSM(기업형 슈퍼마켓)의 경우, 점포를 운영하는 이들이 대부분 소상공인이라는 지적이 나오며 논란이 일고 있다. 반면 대부분 매장에서 소비쿠폰 사용이 가능한 편의점은 벌써부터 관련 마케팅 준비가 한창이다.

정부, 소비쿠폰 사용처 발표

지난 6일 서울의 한 전통시장 점포에 기존 골목경제 소비 활성화를 위한 온누리상품권 가맹 팻말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6일 서울의 한 전통시장 점포에 기존 골목경제 소비 활성화를 위한 온누리상품권 가맹 팻말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8일 행정안전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21일부터 국민 1인당 15~55만원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한다. 신청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에서 가능하다. 대표적으로 ▲카드사 ▲지역사랑상품권 홈페이지와 앱 ▲콜센터 ▲제휴은행 영업점 ▲읍면동 주민센터 등이 있다. 지급 수단은 지역사랑상품권과 신용·체크·선불카드 중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으며 사용기한은 올해 11월까지다. 사용 지역은 주소지상 지방자치단체 관할 지역으로 한정된다.

소비쿠폰은 전통시장, 동네마트, 식당, 의원, 학원, 미용실 등 연 매출 30억원 이하 소상공인 운영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다. 편의점, 카페 등 대형 프랜차이즈의 경우 본사 직영점에서는 소비쿠폰을 사용할 수 없지만, 직영점에서는 사용할 수 있다. 정부는 소비쿠폰을 쓸 수 있는 매장에는 이를 안내하는 스티커가 부착할 예정이다.

반면 대형마트, 백화점, 면세점 등은 소상공인 지원과 지역 경제 활성화 취지에 부합하지 않아 사용처에서 빠졌다. 특히, 이번에는 지난 2020년 SSM이 일부 매장이 사용처로 지정됐던 것과 달리, 사용처에서 일괄 제외됐다. 이로써 소비쿠폰의 사용처 제한은 지난 2020년 지급된 긴급재난지원금과 비교해 더욱 좁아지게 됐다.

한편, 쿠폰 지급을 앞두고 정부와 지자체는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김민재 행정안전부 장관 직무대행은 지난 7일 시도 부단체장들에게 차질 없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집행을 위한 협조를 당부했다. 김 대행은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업이 지역 현장에서 차질 없이 집행되고 국민께 온전히 전달될 수 있도록 각 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역할과 협조를 당부한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사용처로 지정된 유통업계는 발 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 특히 편의점의 경우, 전체 매장 중 99%에 달하는 매장이 가맹점 형태로 추정되는 만큼 여름철 수요가 높은 상품에 대한 할인, 판매를 전개할 방침이다.

CU는 빵, 라면, 커피 등 주요 식품군을 비롯해 하절기 수요가 높은 주류 등에 대해 할인 행사를 비롯한 다양한 프로모션을 전개한다. 대표적으로 CU는 맥주, 위스키, 하이볼 등 400종 이상의 주류에 대한 대규모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CU 측은 “여행, 캠핑, 액티비티 등 야외 활동이 많은 7월에 급증하는 주류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획했다”라고 취지를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지난 2020년 긴급재난지원금을 사용해 편의점에서 고가의 전자기기를 구매하려는 수요가 대거 몰렸던 만큼, 정부 차원의 조처가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벌써 편의점에서 ‘갤럭시 워치’ 등을 사겠다는 말들이 들려온다”라며 “취지에 맞게 쓰일 수 있도록 품목에 대한 세부적인 제한을 둬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대형마트·SSM ‘매출 하락’ 우려

서울의 한 홈플러스 매장.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홈플러스 매장. 사진=연합뉴스

반면, 소비쿠폰 사용처에서 제외된 대형마트와 SSM은 매출 하락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가맹점과 직영점 모두에서 소비쿠폰 사용이 막힌 SSM 업계의 시름이 깊다. GS더프레시, 롯데슈퍼, 홈플러스익스프레스, 이마트에브리데이 등 국내 SSM 4사의 전국 점포 수는 1433곳이다. 이 가운데 가맹점은 668곳(47%)이다. 즉 SSM 운영하는 주체 중 절반가량이 소상공인인 셈이다. 특히 업계 1위 GS더프레시는 지난달 말 기준, 가맹점 비중에 80%에 달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연매출 30억원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단순 계산으로 한 달에 2억5000만원 가량의 매출을 내야 하는데, 지역에서 운영하는 가맹점 중 이를 달성하는 비율이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사용처에 관한 내용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정부의 각종 규제를 받고 있는 대형마트도 이번 결정을 두고 아쉽다는 반응이다. 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 직원 대의기구인 한마음협의회는 지난 1일 소비쿠폰 사용처에 홈플러스도 포함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홈플러스는 과거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재난지원금 사용처에서 제외됐을 당시 매출이 15~20% 감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전통시장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오프라인 유통시장이 침체되고 있다”라며 “유통 대기업과 전통시장을 구분하는 기존 형태에서 벗어나서 전체적인 오프라인 유통 시장을 살릴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정부 주도의 물가 안정 할인 행사에 동참하는 대형마트의 사용처 제외는 ‘역차별’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7일 치솟는 가공식품 가격에 대한 물가 안정 방안으로 7월 한 달간 주요 식품 기업, 대형마트와 손잡고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