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고물가와 경기 둔화 우려에 대응하기 위해 31조 8000억 원 규모의 첫 추가경정예산안을 최종 확정했다. 국회 통과 단 하루 만인 5일,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임시 국무회의를 소집해 공포안을 전격 의결하며 '속도전'을 통한 위기 극복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번 추경은 전 국민 대상 '소비쿠폰' 지급으로 내수 경기를 직접 부양하고, '사회간접자본(SOC) 및 건설 투자'로 얼어붙은 투자 심리를 녹이는 '쌍끌이 전략'을 핵심으로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매우 어려운 국민 경제 상황을 고려해 긴급하게 편성한 추경"임을 강조하며, "국민 삶의 마중물이 되도록 최대한 신속히 집행해달라"고 주문했다. 이는 정부 출범 한 달 만에 이뤄진 첫 대규모 재정 투입으로, 새 정부의 경제 운용 능력을 가늠할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추경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민생회복 소비쿠폰에는 총 12조 1709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배정됐다. 단순히 현금을 살포하는 대신, 수도권과 비수도권, 인구감소지역 간 지급액에 차등을 둔 점이 특징이다. 이는 단순한 경기 부양을 넘어 지역 간 경제 불균형을 완화하려는 정책적 의도가 담겨있다.

구체적으로 수도권 주민은 소득에 따라 15만~50만 원을 지급받는다. 상대적으로 경제 여건이 열악한 비수도권 주민에게는 3만 원이 추가된 18만~53만 원, 인구감소지역 주민에게는 5만 원이 더해진 20만~55만 원이 돌아간다. 

1차 지급은 이달 안에 시작되며 이후 건강보험료 기준 하위 90% 국민에게 10만 원이 추가 지급될 예정이다. 정부는 소비쿠폰이 침체된 골목상권과 지역 경제에 온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단기 부양 효과에 그치고 물가 상승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는 내수 진작과 함께 경제의 한 축인 건설 투자를 살리는 데도 공을 들였다. 국토교통부는 1조 8754억 원의 추경 예산을 확보해 건설 경기 연착륙과 주거 안정망 확충에 나선다. 특히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와 원자재값 급등으로 유동성 위기에 처한 건설업계를 위한 '긴급 처방'이 눈에 띈다. 중소 건설사 PF 보증과 지방 미분양 주택 매입 등에 6500억 원을 투입해 급한 불을 끈다는 계획이다.

사진=대통령실
사진=대통령실

장기적인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도 병행된다. 함양~울산 고속도로,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C 노선 등 핵심 도로·철도망 구축에 4894억 원을 투입해 지역 발전을 앞당긴다. 흥미로운 점은 이번 재원이 연내 집행이 어려운 일부 SOC 사업 예산 1조 2265억 원을 감액하여 마련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장기 사업의 속도를 일부 늦추더라도 당장 시급한 민생 안정과 경기 부양에 재원을 집중하겠다는 정부의 현실적인 고민을 보여준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지급 과정에서 혼선이 없도록 실무적으로 잘 챙겨달라"며 정책 집행의 디테일을 강조하는 한편, 산업재해 예방 종합 대책 마련을 지시하며 사회 안전망에 대한 관심도 드러냈다.

주말에 긴급히 소집된 이날 회의에는 김민석 신임 국무총리가 처음으로 참석해 새 내각의 공식적인 출발도 선언했다. 이 대통령이 김 총리에게 "국가 구성원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민생을 살펴야 한다"고 당부한 것은, 새 정부가 국정 운영의 최우선 순위를 경제 위기 극복과 민생 안정에 둘 것임을 명확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제 관건은 막대한 재정이 적시에, 그리고 효율적으로 집행되어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