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말 8초.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고환율과 경기침체가 이어지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휴가를 즐길 수 있는 ‘국내 여행’이 부상하고 있다. 정부의 지원책도 국내 여행 수요를 부추기고 있다. 이에 재계에서도 회원사에 협조 공문을 보내는 등 내수 살리기에 동참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움직임에 소비 침체로 어려움을 겪은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내수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0명 중 8명 ‘올여름 휴가 간다’
4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직장인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직장인 여름휴가 계획·정책과제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8명(81.6%)이 ‘여름휴가를 갈 계획’이라고 답했다. 그중 83.5%는 국내 여행을 선호했다. 일정은 2박 3일(38.9%)이 가장 많았고 3박 4일(22.7%), 1박 2일(21.3%), 4박 5일(8.6%)이 뒤를 이었다. 짧지만 알찬 시간을 보내는 ‘미니 휴가’가 대세로 자리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선호 여행지(복수 응답)로는 강원권(34.9%)이 가장 많이 꼽혔다. 이어 경상권(27.9%) 제주(22.4%) 전라권(20.0%) 순으로 나타났다.
1인당 휴가비로는 지난해(48만9000원)보다 9.4% 증가한 평균 53만5000원을 사용할 예정인 것으로 조사됐다. 만약 전국 직장인 약 2000만명 중 절반이 여름휴가를 떠난다고 가정하면, 약 1조원 이상의 소비가 발생하는 셈이다. 다만, 지역별 격차는 있었다. 서울지역 직장인은 1인당 휴가비로 77만6000원을 계획한 반면, 전남지역 직장인은 39만3000원에 그쳤다.
올여름 휴가비를 작년과 비교한 질문에는 ‘더 많이 쓴다’라는 응답은 32.2%, ‘적게 쓴다’라는 응답은 26.8%로 나타났다. 지출을 늘릴 항목 1위는 식비(74.8%)였고, 숙소비(58.1%), 교통비(31.0%) 순이었다.
휴가 시, 선호하는 활동(복수 응답)에 대해서는 절반(49.3%)에 달하는 이들이 휴식·자연 풍경 감상(49.3%)을 꼽았고 여행지 맛집 탐방(21.0%), 관광(20.2%)이 뒤를 이었다. 대체적으로 액티비티(8.3%)보다는 ‘쉬고 먹는’ 콘텐츠가 강세를 보였다. 기대 효과 역시 ‘스트레스 해소’(38.7%)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김민석 대한상의 유통물류정책팀장은 “여름휴가는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숙박, 교통, 외식, 관광, 쇼핑이 한데 어우러지는 대표적인 ‘소비 연쇄효과’의 시기로 직장인이 전국 각지로 움직이는 그 자체가 내수 회복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라면서 “최근 정부에서 적극적인 추경 계획을 밝힌 만큼, 숙박권 할인·지역상품권 등 실질 지원 정책을 통해 휴가철 소비를 내수활성화로 연결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국내여행 선호하는 이유는?

이처럼 국내 여행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배경에는 경제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겹치며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국내 여행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이다. 이외에도 고환율과 고유가가 체감 물가를 끌어 올린 것도 선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기상 악화도 해외여행의 변수로 작용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로 일본, 중국, 유럽 등 주요 관광지를 비롯한 세계 각국은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강한 고기압의 영향으로 평년 대비 2.34도 기온이 오르며 역대 6월 중 가장 더웠던 것으로 측정됐다. 중국 상하이와 난징, 항정우 등 동부 주요 도시들의 낮 최고기온도 35~39도를 기록하고 있다.
유럽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스페인 우엘바 지역의 기온이 46도를 넘어선 한편, 프랑스와 이탈리아, 그리스 등지에선 폭염에 더해 건조한 날씨로 인한 산불까지 겹쳐 피해를 더욱 키우고 있다. 이에 일부 지역에서는 야외 활동 금지령까지 내려진 상황이다.
8월 초 가족들과 경주로 가족여행을 간다고 밝힌 한혜원(29세)씨는 “원래는 휴가철이 되면 멀리는 아니더라도 꼭 가까운 일본, 동남아를 방문하곤 했다”라면서 “올해는 이상 기후로 덥다는 소식도 들리고 결정적으로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아 국내 여행으로 계획을 바꿨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가보고 좋으면 앞으로도 종종 국내 여행을 다니지 않을까 싶다”라고 덧붙였다.
정부·재계도 발 벗고 나서

정부와 재계의 지원책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여름 휴가 기간, 지역 상권과 소상공인 살리기에 총력전에 나선다.
먼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국내 여행을 장려하고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2025 대한민국 여름맞이 숙박세일페스타’를 추진한다. 주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을 제외한 비수도권 지역의 숙박 시설을 예약할 경우 할인을 받을 수 있다. 구체적으로 7만 원 이상 숙박 상품을 예약하면 3만원, 2만원 이상 7만원 미만의 숙박 상품을 예약하면 2만원 할인권을 지원받을 수 있다.
지난 5월 발생한 산불과 12.29 여객기 참사 피해지역에 대한 특별 지원도 준비했다. 이달 17일까지 산청, 하동, 안동, 영덕, 영양, 의성, 청송, 울주, 무안, 광주(광역) 등 10개 지역을 대상으로 위축된 지역경제 회복과 내수 활성화를 위해 할인 금액을 높여 지원한다. 해당 지역의 숙박시설을 대상으로 7만원 이상 숙박 상품 예약 시에는 5만원, 7만 원 미만의 숙박 상품 예약 시에는 3만 원의 할인권을 총 10만장 배포한다.
재계도 동참한다. 지난 3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여름휴가 맞이 ‘K바캉스’ 캠페인 일환으로 회원사에 국내 여행 활성화 협조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는 ▲임직원 연차휴가 사용 촉진과 휴가 시 국내 여행 장려 ▲여행친화형 근무제(워케이션) 장려 ▲국내 관광지를 활용한 워크숍·단체행사 등 개최 ▲포상 성격 해외연수 프로그램 국내 전환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한경협은 이번 협조 요청은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이 지단달 열린 대통령과 경제 6단체·기업인 간담회에서 “내수 활성화를 위해 이번 여름부터 국내 휴가 보내기 캠페인을 벌여 내수 회복의 불씨를 살리겠다”라고 강조한 데 따른 후속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8일에는 서울 청계광장에서 ‘K바캉스 캠페인’ 행사를 개최한다. 캠페인이 열리는 청계광장 현장에서는 ‘두근두근 K바캉스, 꿀잼가득 국내여행’이라는 슬로건 아래 ▲지자체 관광 홍보 부스 운영 ▲‘팔도마불’ 휴가비 이벤트 ▲지자체 기념품·경품 제공 ▲팔도 먹거리 시식코너 등 체험형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