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업계의 ‘역성장 기조’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오프라인 유통채널 1위 자리를 놓고 백화점과 경쟁할 정도로 유통업계 신흥 강자로 떠올랐던 편의점이 지난 상반기에만 3번 역성장을 기록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도 높은 성장률을 보인 만큼 편의점의 역성장에 이목이 더욱 쏠린다. 업계에서는 내수 부진과 함께 포화 상태에 다다른 출점 경쟁을 원인으로 꼽는다. 이에 CU, GS25, 이마트24 등 주요 편의점은 실적 반등을 위해 해외 시장 공략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편의점업계, ‘해외’로 눈 돌리는 이유는

편의점 전년동월 대비 상품군별 매출증감률 추이.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 캡쳐
편의점 전년동월 대비 상품군별 매출증감률 추이.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 캡쳐

3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 5월 오프라인 유통채널의 매출은 0.9% 증가하며 4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구체적으로 대형마트는 0.2%, 백화점은 2.3% 매출 상승을 기록했다. 지난해 5월에 비해 휴일 수가 늘어난 상황임에도 고객은 감소했지만, 물가 상승과 고가품 중심의 매출 확대로 1회 방문 시 구매액이 증가하며 지난 1월 설 특수 이후 처음으로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 이와 함께 ‘가정의 달’ 특수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같은 기간 온라인 매출도 13% 증가하며 전체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 늘었다.

문제는 편의점이다. 편의점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0.2% 줄며 지난달에 이어 이번 달에도 역성장을 기록했다. 편의점 매출이 2개월 연속으로 전월 동기 대비 감소한 건 코로나 팬데믹 초기인 2020년 3월, 4월 이후 처음이다. 이로써 편의점은 올해만 벌써 세 차례(2·4·5월) 역성장을 기록했다.

매출과 함께 점포 수와 구매 건수도 줄었다. 지난달 편의점 상위 3사(CU·GS25·세븐일레븐)의 점포 수는 전년 동기 대비 0.5% 감소한 4만8315개로 집계됐다. 이는 편의점업계의 매출 감소가 이어지며 기업들이 수익성 제고를 위해 점포 정리를 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기간 구매 건수도 3.1% 줄었다.

이에 전문가들은 편의점업계가 기존의 ‘성장 로드맵’을 수정할 할 때가 왔다고 입을 모은다. 정승연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그동안 편의점이 인구수 당 출점 개수 등을 중심으로 양적 성장에 집중해 왔다면 이제는 질적 성장을 꾀할 때가 된 것 같다”라며 “다양한 서비스나 부대 수입을 통해 수익성 제고를 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양적 성장을 할 경우, 해외 시장에 진출에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한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지방에는 아직도 새로운 매장에 대한 수요가 있는 만큼, 국내에 신규 출점을 아예 못 할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예전처럼 공격적인 출점에는 한계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K푸드가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으며 이미 한국 상품과 먹거리에 대한 수요와 관심이 높은 상황에, 수익 구조를 다각화하려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편의점 4사, 각기 다른 시장 공략법

이마트24 말레이시아 100호점(코타다만사라점) 매장 내부 모습. 사진=이마트24
이마트24 말레이시아 100호점(코타다만사라점) 매장 내부 모습. 사진=이마트24

상황이 이렇자 각 회사는 ‘해외 시장’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직 편의점이 활성화되지 않은 신흥 시장에 발 빠르게 진출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가장 많은 점포를 가지고 있는 건 편의점 CU이다. CU는 지난 5월 기준 몽골 480점, 말레이시아 160점, 카자흐스탄 30점으로 모두 670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한편, 현재 GS25는 629점(베트남 355점·몽골274점), 이마트24는 105점(말레이시아 100점·캄보디아 5점)의 해외 점포를 운영 중이다.

공략하는 국가도 다르다. 점포 수에서 확인할 수 있듯 CU는 몽골, GS25는 베트남, 이마트24는 말레이시아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한국 문화와 사회에 호의를 가지고 있는 국가 중 주요 소비층인 2040세대가 많은 국가를 해외 진출을 대상으로 삼는 경향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각 기업의 주력 시장은 보통 해당 국가에 어떤 기업이 먼저 진출했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라며 “가장 먼저 시장에 진출할 경우 좋은 상권에 점포를 열 수 있을 뿐 아니라 인지도 측면에서도 우위를 점하게 되는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이들 기업은 현재 공략하고 있는 국가에서의 점포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대표적으로 현재 말레이시아 11개 도시에 진출해 있는 이마트24는 올해 말 130점, 2026년까지 200점 이상 개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GS25는 올해 하노이를 거점으로 북부 지역에 40개 매장을 추가로 오픈하고, 베트남 전역으로 500개, 2027년 700개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신시장 개척에도 나선다. CU는 국내 편의점업계 처음으로 미국에 진출한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지난 5월 ‘BGF리테일 하와이 법인’을 설립하고 하와이 현지 기업 ‘WKF Inc.’의 편의점 전문 신설 법인인 ‘CU Hawaii LLC’와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체결을 시작으로 양사는 올해 10월 중 하와이 CU 1호점을 개점하고 다양한 상권으로 출점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마트24는 14억 인구를 보유한 인도 시장에 진출한다. 이마트24는 지난달 30일 한인 사업가 ‘피터 정’, 현지 부동산 디벨로퍼인 ‘솔리테어(Solitaire Group)’과 브랜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바탕으로 오는 8월 중 이마트24 인도 1호점의 문을 열 예정이다.

한편, 세븐일레븐은 GS25, CU, 이마트24와 다른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미국에 본사를 둔 마스터 프랜차이즈이기에 직접 해외 진출을 꾀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세븐일레븐은 전 세계 유통망을 토대로 해외 인기 상품을 빠르게 국내 시장으로 들여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12월 일본 오하요유업주식회사의 인기 상품인 ‘저지우유푸딩’을 업계 처음으로 직소싱해 출시했다. 이어 지난 5월에는 일본 대표 제과사 중 하나인 ‘후지야’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후지야표 시즌별 이슈 상품들을 선보였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들의 해외여행 경험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향후 다양한 국가의 이슈 상품들을 들여올 예정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