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맛과 건강을 동시에 추구하는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트렌드가 맞물리며 국내 요거트 시장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여러 기업이 앞다퉈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고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등 힘을 쏟는 모습이다. 다만, 출산율 저하 등으로 요거트 시장의 성장 속도는 다소 정체된 상황이다. 결국 한정된 파이 내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 가운데 풀무원다논은 차별화된 발효 기술력과 다양한 제품군을 무기로 남다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설립 12년 만인 지난해 첫 흑자 전환을 이뤄낸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실적 개선 흐름을 이어가며 치열해진 요거트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홍영선 풀무원다논 대표이사를 만나, 성장 스토리와 앞으로의 전략을 들어봤다.
요거트 시장 선도 비결, 제품력에 있다
풀무원다논은 2012년 9월 바른먹거리 원칙의 풀무원과 100년 발효 기술을 지닌 다논이 공동 설립한 발효유 전문 기업이다. ▲장 건강 니즈에 특화된 ‘액티비아’ ▲건강한 식단 트렌드에 부합하는 ‘그릭’ ▲꺾어먹는 플립요거트 ‘요거톡’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그 중에서도 주력 제품은 ‘액티비아’와 ‘그릭’이다. 액티비아는 ‘세계 판매 1위 발효유 브랜드’, 그릭은 ‘10년 연속 국내 그릭 요거트 시장 1위’라는 타이틀을 지니고 있다. 그렇다면 치열지고도 둔화된 국내 요거트 시장에서 액티비아와 그릭이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홍영선 대표이사는 맛과 품질, 기능성을 다 잡은 제품력을 그 첫 번째 비결로 꼽았다.
홍 대표는 “아무리 판촉을 하고 광고를 해도 소비자들이 한 번은 시도해보겠지만, 제품의 맛이나 품질, 기능성에서 만족하지 못한다면 재구매를 하지 않는다”며 “꾸준한 재구매가 있어야 안정적인 성장이 이루어지기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핵심은 제품력”이라고 말했다.
풀무원다논이 유독 ‘제품력’에서 자신감을 보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고도화된 제조과정과 차별화된 균주 적용을 통해 요거트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논의 100년 발효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내 소비자와 제품에 최적화된 균주를 엄선해 적용하고 있으며, 유산균 접종 과정에서는 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무균 균주 접종 시스템’를 활용하고 있다. 또한 급속냉각시스템과 같은 차별화된 설비를 통해 제품의 신선도와 안전성을 극대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홍 대표는 “일반적으로는 발효 탱크에 있는 투입구를 열어 유산균을 접종하는데, 이때 문제는 공장을 깨끗하게 관리한다고 해도 공기 중에 있는 오염원이나 균이 들어갈 위험이 있다는 것”이라며 “풀무원다논은 외부의 공기가 안으로 못들어오게 막는 양압이 걸려 있는 별도의 접종 룸에서 유산균을 투입하고 있어 오염이 발생할 위험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급속냉각시스템은 텍스처나 맛이 최적의 발효 상태일 때 발효를 중단시키고 고품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설비로, 국내에서 보유하고 있는 곳은 풀무원다논이 유일하다”며 “적정 타이밍에 제어를 해서 타사보다 유통기한이 길고 신맛이 없다”라고 강조했다.

소비자 중심 혁신으로 첫 흑자 달성
‘소비자 중심 혁신’도 빼놓을 수 없는 풀무원다논만의 강점이다. 다양해진 소비자 니즈에 기반해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며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다. 실제 풀무원다논에 따르면 전체 매출 100%를 차지했던 액티비아의 현재 비중은 32%까지 줄었다. 액티비아 외 ‘그릭’, ‘요거톡’ 등 다양한 제품군이 고르게 매출을 견인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홍 대표는 “소비자 니즈는 기능성을 원하는 사람, 영양을 원하는 사람 등으로 모두 다양한데 기존에는 액티비아만 판매를 했었다”며 “요거트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다양하다는 점을 깨닫고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기 시작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대표적으로 그릭의 경우, 소용량보다 ‘중간·대용량’ 집중 전략으로 전환하면서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32% 성장했다. 이는 풀무원다논이 요거트를 간식용보다는 식사용으로 먹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트텐드 흐름을 빠르게 캐치하고 제품에 반영한 결과다.
올해 5월에는 헬시플레저 흐름에 따라 설탕무첨가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점에 집중해 그릭을 리뉴얼 출시했다. ‘그릭 달지 않은 플레인’을 ‘설탕무첨가 플레인’으로 변경하고 설탕 없이, 오직 우유 유래 당만을 함유하도록 변경한 것이다. 또한 식사 대용으로 요거트볼을 즐기는 한국 소비자 특성을 반영해 과일, 그래놀라 등 원물과 잘 어우러지도록 더욱 진한 텍스처를 구현했다. 국내 그릭 요거트 시장 1위에 안주하지 않고 더 소비자 중심 혁신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영업 측면에서도 소비자 트렌드 변화와 유통 환경에 따른 전략적 대응책을 마련했다.
홍 대표는 “앞단에서는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제품을 만들고, 뒷단에서는 100개 넘던 취급 품목 수(SKU)를 30개 이상 정리해 주력 제품 위주의 건강한 포트폴리오 구조를 구축했다”며 “유통 환경도 급변하고 있는 만큼 코스트코와 같은 MWC(회원제 도매클럽), 편의점 채널 비중을 높였다”라고 말했다. 이어 “온라인 매출도 지난해까지만 해도 10% 미만이었는데 현재는 온라인에 집중하며 비중이 약 13%까지 올라온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 결과 풀무원다논은 지난 몇 년간 눈에 띄는 외형 성장을 거듭해왔다. 2016년 홍 대표가 마케팅 디렉터로 풀무원다논에 입사했을 당시 520억원 수준이던 연매출은 지난해 약 1148억원으로 두 배 이상 뛰었다. 전년도(1058억원)과 비교하면 8.5% 성장한 수준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영업이익 25억원을 기록하며 창립 12년 만에 첫 흑자 전환을 달성했다.
올해 1분기에도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하며 실적 개선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매출은 30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3%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1억원으로 전년도(2억원)과 비교해 518% 늘었고, 당기순이익 또한 3억원으로 흑자로 전환했다.

향후 전략은 포트폴리오 확장에 달렸다
하지만 안심할 순 없다. 국내 요거트 시장은 여전히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제 더 맛있으면서도 더 건강한 식품을 찾는다. 풀무원다논은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핵심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고, 맛을 포함한 제품력을 개선해 매출 극대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이달에는 신제품 ‘디요’를 출시했다. 디요는 디저트 요거트를 뜻한다. 올해 3분기와 4분기는 디저트 요거트를 통해 소비자를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맛은 커피맛과 초코맛 2종이다. 앞서 2018년 디저트 요거트를 출시했다가 실패한 이후 7년 만의 재도전으로, 요거트 시장에서 이례적인 커피와 초코를 적용해 소비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홍 대표는 디요를 소개하며 “요거트도 신맛인데 커피도 신맛이 강하게 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커피맛은 만들기가 어렵다”며 “풀무원다논도 2018년부터 커피맛을 만들어야겠다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마침내 디요 커피맛을 개발 할 수 있게 됐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또한 디요의 목표는 ‘퇴출되지 않고 살아남는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그는 “소비자들은 이미 요거트를 맛으로도 즐기고 있기 때문에, 요거트를 조금 더 전문화시켜서 안착시키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한 번 실패도 했던 만큼 이번엔 살아남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지난달 얼려먹는 ‘그릭 프로즌’을 출시한 것 또한 다양해지는 소비자 니즈에 대응해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올해 연말 신제품도 준비하고 있다. 결국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찾아내지 않으면 성장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끝으로 홍 대표는 “풀무원다논은 발효유 전문 기업으로서 지난 수년간 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제품력과 브랜드 경쟁력을 다져왔다”며 “앞으로도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다양한 제품들, 기능성, 당함량 저감, 단백질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정교화하고, 소비자가 더 편리하고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유통 전략을 펼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건강이나 맛 측면에서 모두 더 좋은 제품, 소비자 식생활에 기여할 수 있는 제품을 제공하고자 꾸준히 노력하고 있으니 지켜봐주시면 감사하겠다”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