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잠재성장률 3% 달성을 위해서는 매년 75조원 이상의 추가 투자가 필요하지만 현재의 기업 자금조달 여건과 정부 재정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일 주최한 '글로벌 자본경쟁 시대의 민간 자금조달 활성화 방안'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규제 완화와 상장형 민간벤처펀드(BDC) 도입 등을 통한 민간자금 시장 활성화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자본시장연구원 황세운 선임연구위원은 "인구구조 변화 속 정부가 목표로 설정한 잠재성장률 3%를 달성하려면 자본 투입의 성장 기여도가 최소 1.5% 이상 유지돼야 한다"며 "이는 매년 전년 대비 '75조원 + α'씩 추가 자본투자를 늘려야 가능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일 세종대로 대한상의회관에서 개최한 ‘글로벌 자본경쟁 시대의 민간 자금조달 활성화 방안’ 세미나에서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대한상공회의소
대한상공회의소가 2일 세종대로 대한상의회관에서 개최한 ‘글로벌 자본경쟁 시대의 민간 자금조달 활성화 방안’ 세미나에서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대한상공회의소

작년 우리나라의 총 자본투자 규모는 767조 8000억원으로, 잠재성장률 제고를 위해서는 연평균 약 7.5~8% 수준의 자본투자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황 선임연구위원은 "지속적인 정부 지출 부담 심화와 첨단산업 경쟁으로 인한 신산업 투자 수요가 급증하는 실정을 고려하면, 이러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론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CVC 기능 강화를 주장했다. CVC는 모기업의 노하우와 사업 역량을 바탕으로 혁신기업에 자본을 공급할 수 있지만 외부출자와 해외투자, 부채비율 등 엄격한 규제로 활성화가 더딘 상황이다.

작년 14개사가 2451억원을 투자했지만 전체 벤처캐피탈(VC) 투자 10조 9000억원의 2.2%에 그치는 등 활용도가 낮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일 세종대로 대한상의회관에서 개최한 ‘글로벌 자본경쟁 시대의 민간 자금조달 활성화 방안’ 세미나에서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대한상공회의소
대한상공회의소가 2일 세종대로 대한상의회관에서 개최한 ‘글로벌 자본경쟁 시대의 민간 자금조달 활성화 방안’ 세미나에서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대한상공회의소

황 선임연구위원은 또한 새 정부가 대선공약으로 발표한 BDC(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의 조속한 입법화도 건의했다. BDC는 자산의 일정비율 이상을 비상장벤처회사에 투자하도록 의무화한 상장펀드로, 도입될 경우 일반투자자도 비교적 쉽게 비상장사 투자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대 주진열 교수는 "지금은 초대규모 자본조달 경쟁 속 기업의 생존을 위해서 산업과 금융 간의 상호 투자를 확대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주 교수는 "반도체 공장 한 곳을 짓는데 10~20조원의 투자금액이 소요되며, 구글은 SMR 7기 건설에 7~21조원을 투자하는 등 민간투자의 규모와 경쟁 강도가 나날이 격화되는 시대에 돌입했다"고 지적했다.

또 일반지주회사에 대해 시스템 리스크가 낮은 자산운용사 소유는 허용해줄 것을 제안했다. 또 금융지주회사의 비금융회사에 대한 5~15% 소유제한 완화와 금융회사의 출자가능업종 및 부수업무 범위를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할 것 등을 주문했다.

이어진 토론 세션에서는 은행권의 벤처투자에 대한 위험자산 가중치를 낮춰 벤처투자 여력을 확대하는 방안, LP 참여 법인 투자자에 대한 세제혜택 제공, 첨단전략산업기금 등 정책금융이 민간 자금조달 생태계의 마중물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주장 등이 제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