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 은행에서 시민이 대출창구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한 은행에서 시민이 대출창구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6·27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묶은 지 나흘 만에 은행들이 일제히 주담대 금리 인상에 나섰다.

은행권이 대출 한도뿐 아니라 금리까지 인상하면서, 실수요자들도 이중 압박을 받게 됐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우리은행은 금리가 5년 간격으로 바뀌는 주기형 주담대 금리를 연 3.57~4.77%로 결정했다.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연 3.51~4.71%)과 비교해 0.06%포인트 높다. 지표금리가 하락했지만 가산금리를 올려 주담대 금리를 인상했다.

신한은행은 신잔액 코픽스(COFIX)에 연동돼 금리가 6개월마다 바뀌는 변동금리형 주담대 금리를 같은 기간 연 3.54~4.95%에서 연 3.62~5.03%로 인상했다

하나은행도 가산금리 인상으로 주담대 대환대출 상품의 최저금리를 연 3.73%에서 연 3.83%로 0.1%포인트 올렸다.

은행들이 이처럼 발 빠르게 금리를 올린 배경에는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 지침이 있다.

금융당국은 6월 27일 발표한 대책에서 수도권 주담대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규제를 내놨고, 동시에 하반기 가계대출 증가율을 상반기의 절반 수준으로 억제하라는 ‘총량 가이드라인’을 은행권에 내렸다.

이는 사실상 대출을 줄이라는 의미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자체적으로 금리를 인상해 신규 수요 유입을 차단하려는 전략에 나선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규제를 걸어놓은 상황에서 한도를 초과하지 않으려면 대출 유입 자체를 줄이는 방법 밖에 없다”며 “실수요자 대출 공급을 이어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조기 금리 조정에 나섰다”고 밝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실수요자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 정부 규제는 다주택자와 투기 수요를 겨냥했지만, 은행의 금리 인상은 무주택자와 첫 집 마련 수요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선 여타 시중은행들도 비슷한 방식의 금리 인상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리가 낮은 곳으로 수요가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눈치보기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금리 인상이 일시적 대응에 그치지 않고 올 하반기 내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가 ‘금융안정’을 내세워 대출을 조이기 시작하자 은행권도 보폭을 맞추며 대출 공급 조절에 들어갔지만, 금리 인상까지 겹치면서 현장에선 실수요자의 자금 조달이 더 어려워질 것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결국 정책이 의도한 타깃을 넘어 시장 전반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