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클라우드의 글로벌 전략이 탄탄하게 펼쳐지고 있다.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Azure),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GCP) 등 미국계 거대 기술 기업들이 지배하는 전장에서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지정학적 환경의 미묘한 틈을 파고드는 기민한 후각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미국과 중국에 얽매이지 않고 제3의 동맹을 찾는 전략이 눈길을 끈다. 미중에 대한 기술적 의존 심화를 경계하는 국가 및 지역을 핵심 타겟으로 삼는다는 뜻이다.
데이터 주권(Data Sovereignty)이 전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르는 현재 상황과 정확히 맞물린다.
실제로 유럽연합(EU)의 일반 데이터 보호 규정(GDPR)과 같이 자국민의 데이터를 역내에 보관하고 처리하도록 강제하는 규제가 강화되면서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데이터의 통제권을 확보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절실히 찾고 있으며, 네이버클라우드는 그 간격을 매끄럽게 파고드는 중이다. 국내 시장에서 이미 검증된 성공 방정식을 그대로 복제하고 확장해 상품이 아닌 '디지털 주권'이라는 국가적 자산을 판매하는 브랜딩 전략도 탁월하다. 다만 리스크도 선명하다는 평가다.

동남아시아, 허브-스포크(Hub-and-Spoke) 전략
네이버클라우드의 동남아 전략이 눈길을 끈다. '허브-스포크(Hub-and-Spoke)' 모델을 바탕으로 적절한 파고들기 전략을 구사하는 중이다.
싱가포르가 대표적 허브 전략이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싱가포르에 한국과 동일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풀-피처 리전(Region)을 구축하고 현지 사무소를 개소하는 한편 싱가포르 정부 및 공공기관 입찰의 필수 요건인 MTCS(Multi-Tier Cloud Security) 최고 등급(Tier-3)과 APEC CBPR(국경 간 프라이버시 규칙) 인증을 획득하는 영리함을 보여줬다.
싱가포르를 거점, 즉 허브로 삼아 역내 인프라 영향력을 점진적으로 키우는 전략이다. 최근 AWS도 싱가포르를 허브로 삼아 영향력 확대를 꾀하는 상황에서 의미심장한 관전 포인트다.
허브 전략과 더불어 현지화 솔루션, 즉 스포크 전략도 눈길을 끈다. 태국 현지 AI·클라우드 기업인 '시암 AI 클라우드(SIAM.AI Cloud)'와의 파트너십이 결정적 사례다. 양사는 태국어에 특화된 LLM과 관광 산업 맞춤형 AI 에이전트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으며 이는 단순히 완성된 서비스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 파트너에게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하여 태국이 자체적인 AI 역량을 갖추도록 지원하는 협력 모델로 여겨진다.
필리핀도 마찬가지다. 현지 최대 통신사 중 하나인 '컨버지 ICT 솔루션즈(Converge ICT Solutions)'와 손잡고 필리핀 내 클라우드 도입을 촉진하고 AI 기반 디지털 전환 사업을 모색하는 중이다. 여기에 베트남, 태국 등지에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며 물리적 기반을 다지는 한편 , 인텔과 같은 글로벌 기술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현지 MSP(관리형 서비스 제공자) 및 ISV(독립 소프트웨어 벤더)를 발굴하며 파트너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현지 선도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음으로써 시장 진입의 마찰을 줄이고 현지의 정치적, 사업적 지지를 확보하는 전략이다.

사우디, 토털 플랫폼 전략
탈 오일 전략을 구사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손을 잡기도 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로부터 수주한 1억 달러(약 1350억 원) 규모의 국가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 사업은 네이버클라우드 글로벌 행보의 분수령이 된 사건으로 평가된다.
수도 리야드를 포함한 5개 주요 도시에 클라우드 기반 3D 디지털 모델링 플랫폼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것으로 도시 계획, 홍수 예측, 자율주행 로봇 운영 등 다양한 공공 및 민간 서비스의 기반이 된다. 이는 네이버클라우드뿐만 아니라 네이버랩스의 지도 제작 기술, AI, 로보틱스 등 '팀 네이버'의 모든 역량이 총동원되는 대규모 사업이다.
네이버가 단순한 서비스 제공자를 넘어, 한 국가의 디지털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국가 건설 파트너'라는 서사를 완성하는 결정적 증거다. 업계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는 추후 네이버클라우드의 동남아 시장 진출을 도운 중요 레퍼런스가 되기도 했다. 네이버는 여세를 몰아 사우디 현지 법인 설립과 중동 지역 클라우드 리전 구축을 추진하며, 이 지역에서의 장기적인 입지를 다지고 있다.
합작법인의 명칭은 '네이버 이노베이션(NAVER Innovation)'이다. 네이버의 중동 지역 총괄 거점인 '네이버 아라비아' 산하의 첫 사업 법인이며 네이버클라우드와 NHC의 디지털 부문 자회사인 NHC 이노베이션이 공동 출자했다.
'네이버 이노베이션'은 사우디아라비아 국민 및 방문객들의 주거와 이동 등 생활 전반에 편의를 제공할 지도 기반 슈퍼앱의 구축 및 운영을 핵심 사업으로 추진하는 중이다. 이와 함께 기존에 네이버가 사우디에서 진행 중인 디지털 트윈 플랫폼 기반 사업도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여세를 몰아 30일 사우디의 야심찬 미래 신도시 프로젝트인 뉴 무라바에 로보틱스 자율주행 스마트시티 기술을 포괄적으로 도입하는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협약은 한국의 정보기술(IT) 기업이 단순 기술 수출을 넘어 한 국가의 미래 도시 건설에 핵심 파트너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깊다.
뉴 무라바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주도하는 ‘사우디 비전 2030’의 대표 프로젝트다. 수도 리야드에 건설 중인 15km2 규모의 이 신도시는 주거와 상업 시설은 물론 학교 병원 등 도시의 모든 기능을 품는다. 특히 도시 중심부에는 상징적 건축물인 ‘무카브(The Mukaab)’가 세워질 예정이다.
팀네이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협력이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이고 신뢰 기반의 파트너십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팀네이버는 이미 사우디 3개 도시에 대한 디지털 트윈 구축 사업과 사우디 국립주택공사(NHC)와의 합작법인 설립을 확정 지은 바 있다. 이번 뉴 무라바 프로젝트 참여는 협력의 화룡점정인 셈이다.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는 “새로운 미래 도시의 기준점이자 핵심 인프라가 될 뉴 무라바에 팀네이버의 다양한 혁신 기술들이 도입되어 활약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사우디아라비아의 미래 혁신을 함께 할 기술 파트너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협력을 확대해 나가며 기술 기반의 실질적인 협력 성과를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핀셋 전략
네이버클라우드는 일본 시장에 진출하며 '클로바 케어콜(CLOVA CareCall)'이라는 독특한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운 바 있다. AI가 독거노인의 안부를 확인하는 서비스로 일본의 심각한 사회 문제인 초고령화에 대한 기술적 해법을 제시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마네현 이즈모시와의 협력은 기술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고 신뢰를 쌓는 '소프트 파워' 접근법의 좋은 예다. 실제로 네이버클라우드는 23일 일본 시마네현 이즈모시와 AI 안부 전화 서비스 ‘클로바 케어콜’ 도입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은 한일 수교 60주년을 맞아 한국의 기술력으로 양국 공통의 사회 난제를 해결하는 상징적인 협력 모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번 수출은 이미 일본 정부로부터 그 우수성을 공인받은 결과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클로바 케어콜은 올해 3월 일본 총리 관저에 해당하는 내각관방 주최 대회에서 한국 기업 최초로 최종 5위에 입상하며 서비스의 가치를 증명했다. 기술력은 물론 사회적 기여도를 일본 최고 기관에서 먼저 인정한 셈이다.
인구의 약 30%가 65세 이상인 초고령 도시 이즈모시는 돌봄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 도입을 모색해왔다. 지난해 10월부터 네이버클라우드와 시범 서비스를 운영한 결과 이용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확인하고 서비스 전면 도입을 결정했다. 이로써 네이버의 AI 기술과 운영 노하우는 지속 가능한 복지 시스템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게 됐다.
클로바 케어콜은 단순히 안부만 묻는 자동응답 서비스가 아니다. 자연스러운 대화로 독거 어르신의 정서적 교감을 유도하고 통화 중 이상 징후가 감지되면 즉시 관계 기관에 연결해 위기 상황에 신속히 대응하는 사회 안전망의 역할을 한다. 채선주 네이버 전략사업대표는 “동일한 고령화 사회 문제를 겪고 있는 양국이 함께 해법을 모색하자는 취지”라며 “이번 협력은 한일 수교 60주년을 맞아 양국 간의 실질적인 디지털 복지 협력 모델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대방이 원하는 포인트를 짚어주는 일종의 핀셋 전략이다.
한편 네이버클라우드는 유럽에서 GDPR과 같은 엄격한 데이터 보호법의 적용을 받는 기관들을 위한 '진정한' 소버린 클라우드 대안을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엔비디아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모로코에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큰 그림도 그리고 있다.
모로코는 유럽과 지리적으로 인접하면서도 다수의 해저 케이블이 연결되어 있고 전력 비용이 저렴하다. 이는 EU 역내의 복잡한 규제를 피하면서도 유럽 시장에 효율적이고 경쟁력 있는 AI 인프라를 제공할 수 있는 이상적인 '니어쇼어링(nearshoring)' 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사업의 규모와 기술력 또한 압도적이다. 첫 단계로 올 4분기 안에 엔비디아의 최신 칩셋인 블랙웰(GB200) GPU를 탑재한 40MW급 AI 슈퍼컴퓨팅 인프라가 들어선다. 이후 최대 500MW 규모까지 단계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에너지기업 타카(TAQA)와의 계약을 통해 안정적인 재생에너지 공급망까지 확보하며 지속가능성까지 챙겼다.
북미에서는 미국 동부와 서부에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에퀴닉스(Equinix)와 같은 글로벌 인프라 제공업체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입지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직접적인 진출을 예고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클라우드의 저력은?
네이버클라우드의 글로벌 '소버린' 전략을 구동하는 핵심 엔진은 자체 개발한 초대규모 인공지능(AI) 모델인 '하이퍼클로바X(HyperCLOVA X)'다.
하이퍼클로바X는 네이버가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한 초대규모 AI 플랫폼으로 차세대 AI 서비스의 기반이 되도록 설계되었다. 최신 버전인 '하이퍼클로바X 씽크(HyperCLOVA X THINK)'는 추론 능력에 특화된 거대언어모델(LLM)로, 6조 개에 달하는 고품질의 한국어 및 영어 토큰을 학습하여 탄생했다는 설명이다.
하이퍼클로바X는 단일 범용 모델이 아닌 고객 맞춤형으로 진화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전략적 가치가 극대화된다. 그리고 네이버클라우드는 고객이 보유한 데이터를 활용하여 그들의 데이터센터나 온프레미스 환경 내에서 완전히 독립적이고 안전하게 모델을 미세 조정(fine-tuning)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것이 바로 '데이터가 국경을 넘지 않고, AI 주권을 자국 내에 유지한다'는 '소버린 AI' 약속의 기술적 실체다. 나아가 AI 개발과 운영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풀스택' 역량이 더해지며 글로벌 시장으로 향하는 네이버클라우드의 저력이 강해지는 중이다.
파트너 전략 자체도 고민의 흔적이 역력하다.
현재 네이버클라우드의 파트너십 전략은 자사가 조 단위 자산을 가진 거대 기업들과의 정면 대결에서 이길 수 없다는 현실을 명확히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연합을 구축하는 일관성을 보여준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클라우드는 규모의 한계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프라 확장을 위해서는 에퀴닉스와, 기술력 확보를 위해서는 엔비디아와, 시장 접근성 확대를 위해서는 인텔 및 현지 MSP 네트워크와, 그리고 현지 실행력과 정당성 확보를 위해서는 각국의 챔피언 기업들과 손을 잡았다"며 "정교하게 설계된 동맹의 그물망은 네이버클라우드가 자체 규모를 훨씬 뛰어넘는 글로벌 역량을 발휘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물론 약점도 선명하다. 먼저 현실적 한계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여전히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들에 비해 규모가 현저히 작으며 전 세계적인 브랜드 인지도, 영업망, 그리고 막대한 자본력에서 열세기 때문이다. 개인기에 가까운 연대로는 돌파할 수 없는 장애물이 험난하다.
여기에 미중에 지나치지 의존하지 않고 3지대를 구축하려는 '제3의 길' 전략은 영리하지만 그와 비례해 강대국들의 지정학적 압력에 취약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정부가 자국 기업에 유리한 시장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한국의 클라우드 서비스 보안 인증(CSAP)과 같은 비관세 장벽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경우처럼 거대 리스크에 심하게 민감하고 취약하다.
제2의 라인야후 사태도 뇌관이다. 네이버클라우드의 존립을 위협할 수 있는 가장 심각한 리스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