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국제강이 업계 불황과 생산중단,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이라는 악재를 만나 여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업계는 근래 최저 수준 실적을 기록한 2025년 1분기에 이어 2분기 실적 역시 침체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어려운 상황에서도 생산 효율화와 재무 구조 개선을 통한 부채 절감,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시도 등 실적 개선 시도를 이어나가는 만큼 하반기에는 상황이 개선되리란 기대감이 나온다.
수요 침체+전기료 인상 이중고 겹쳐
동국제강은 지난 5월 26일 인천공장 내 압연 및 제강공장의 생산중단을 결정했다. 생산중단은 오는 7월 22일부터 8월 15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생산중단 분야가 동국제강 전체 매출액의 40.17%를 차지하는 만큼, 2~3분기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내 제강사 철근 총 공급 역량 대비 시장 수요량이 모자란 만성적 ‘공급과잉’을 해소하기 위함이다. 국내 건설 경기 악화로 수요 침체가 2년 이상 지속된 탓이다.
전방산업인 건설사들의 일감이 끊기면서 동국제강 주력 품목인 철근과 봉·형강의 수요처도 사라졌다. 이런 상황에서 생산자 측이 목표 판매량 달성만을 위해 과도한 생산을 이어나갈 경우 산업 생태계 붕괴까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결국 동국제강은 생산 중단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쉬운 결정이 아니다. 동국제강 인천공장은 전기로 2기와 압연라인 2기를 갖추고 있다. 연 220만톤 생산량을 자랑한다. 이번 생산 중단 기간 동안 20만톤의 공급 감소가 예상된다. 전체 생산량의 11분의 1을 포기하는 셈이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8월 시장 상황 변화를 지켜보고, 만약 공급과잉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중단 기간 연장을 검토해야 할 상황이다”며 “과잉재고 및 수급 불균형 해소를 위해 더 이상 결정을 미룰 수 없는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동국제강의 영업실적은 저점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 43억원, 순이익 25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91.9%, 91.6% 감소했다. 같은 시기 매출은 7255억원으로 역시 21.8% 줄어들었다.
여기에 이번 생산중단 영향까지 추가되면, 한동안 유의미한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도 걸림돌이다. 지난해 산업용 전기요금은 1킬로와트시(㎾h)당 185.5원 수준으로, 기존 대비 9.7% 인상됐다. 2022년 105.5원과 비교하면 75.8% 급증한 규모다. 전기로 운영하며 대량의 전기를 사용하는 동국제강으로선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의 인상률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산업용 전기요금이 1㎾h당 1원 오르면 업체의 연간 원가 부담은 100억~200억원 늘어난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동국제강 역시 인천공장 생산중단 이유 중 하나로 ‘하반기 산업용 전기료 할증과 원료 가격 상승 등 원가 부담 가중’을 언급하기도 했다. 현재 정부와 한국전력(한전)이 한전 재무 부담 완화를 위해 전기료 인상 기조를 유지하는 한 원가 부담이 계속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따른다.
이밖에도 미국의 철강 관세와 중국산 저가 철강 덤핑 역시 업황 악화 요소다.
탄탄한 기초 체급으로 고부가 시장 선점한다
다만 이런 거듭되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지금이 동국제강의 저점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불황에 버틸 수 있는 ‘체급’이 중요하다. 다행히 동국제강은 재무 효율화를 통해 기초 체력을 탄탄히 다지고 있다.
먼저 부채비율 축소다. 2023년 말 인적분할 이후 121.5%에 달했던 부채비율이 2025년 1분기 기준 93.24%까지 내려왔다.
동시에 유보율도 높게 형성하고 있다. 유보율은 이익잉여금과 자본잉여금을 합한 후 납입자본금으로 나눈 비율로, 통상적으로 유보율이 높을수록 기업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량이 많음을 의미한다. 동국제강의 1분기 기준 유보율은 465.83%로, 납입자본금의 4.65배에 달하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유사시 자본 동원 능력이 우수하므로 불황 적응 능력도 탄탄함을 유추할 수 있다.
이처럼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동국제강은 미래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집중 중이다. 시황 악화를 극복하기 위해선 결국 기존과 차별화되는 제품으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시선이다.
지난 4월 포항공장에서 선보인 ‘디케이 그린바’와 ‘디 메가빔’ 신제품이 대표적이다.
디케이 그린바는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 보강근(GFRP) 신제품 브랜드다. 기존 철근 대비 부식성이 낮고, 고강도인 점이 특징이다. 가벼운 데다 절연 특성까지 갖췄다.
특히 높은 내부식성은 염화칼슘 등에도 강하다 보니 도로나 교량 등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에 유용하다. 절연인 만큼 전기신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어 철도 궤도 공사에도 쓰일 수 있다.
디 메가빔은 후판을 형강 모형으로 접합하는 신개념 형강이다. 최신 용접 설비가 동원됐다. 후판을 접합하다 보니 상황에 맞는 맞춤 생산에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기존 국내 시장에선 구현이 어려웠던 초대형 규격 생산도 가능하단 점이 차별점이다.
장기 침체됐던 건설 업황도 차츰 개선되리란 희망이 보이고 있다.
이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상반기는 정치적 불확실성, 글로벌 통상무역 악화 등 직간접적으로 악재가 철근 수요에 영향을 미쳤다”며 “하반기는 대선 이후 계엄 및 탄핵 국면에서 지연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SOC 투자 재개, 감산 노력에 따른 수급 안정화, 주택 시장 분위기 전환 등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한국은행의 ‘2025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 주택 가격은 2023년 1월부터 2025년 4월까지 서울(16.1% 상승)을 중심으로 9.6% 올랐다. 주택 가격 상승으로 인한 추가 건설 수요도 살아날 조짐을 보이는 상황이다. 이 경우 동국제강의 주요 수익원인 철근 판매량의 유의미한 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
소폭이지만 후판 판매량도 증가도 기대할만하다. 정부에서 중국산 후판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며 국내 철강업체들의 시장 점유율도 반사 이익을 볼 예정이기 때문이다. 5월부터 관세 부과 중인 만큼 2분기 실적에 유의미한 반영이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당장은 건설 영향이 가장 큰 만큼 건설 분야 특수제품 강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며 “업황이 좋지 않지만, 부채 비율 절감과 자본 효율화를 통해 최대한 불황을 이겨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