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배터리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국내 배터리 산업은 그 과실을 향유하지 못하고 복합 위기에 빠져있습니다. 중국의 배터리 굴기를 넘어서기 위한 새로운 산업전략이 무엇보다 절실한 상황입니다”
박태성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25일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아모레홀에서 열린 ‘미국·EU 통상 정책 및 대응 전략 세미나’에서 “복합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새로운 추동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중국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내세우며 내수 시장 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해외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저가 전기차 시장과 에너지저장장치(ESS)에서도 LFP 공세가 거세지며 K배터리 산업의 경쟁력 제고 방안이 절실한 상황이다.
박 부회장은 “중국의 저가 LFP에 밀리는 우리 배터리의 경쟁력 위기”라며 “중국을 제외한 세계 시장에서 국내 삼원계 배터리가 세계 1위는 수성하고 있지만 LFP 공세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정부의 상호관세, IRA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 핵심광물 무역확장법 제232조 조사가 배터리 업계의 경영 불확실성과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며 새로운 산업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배터리 기업은 총 587억달러(약 80조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갖고 미국 7개 주에 15개 배터리 공장을 운영하거나 건설하고 있다. 배터리 공급망 구축을 위해서도 한미 양국의 지원과 협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박 부회장은 “배터리 업계는 K배터리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힌 새 정부에 거는 기대가 매우 크다”며 “초격차 기술 확보 연구개발(R&D) 강화, 배터리 삼각 벨트 조성 등 대선 공약이 새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내실 있게 반영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LFP 공세에도…삼원계 기회 남아있다”

한국배터리산업협회는 이날 삼일PwC와 ‘최신 미국·EU 통상 정책 및 대응 전략 세미나 : K-배터리, 위기에서 찾는 기회’를 공동 개최했다. 전문가들은 급변하는 글로벌 통상환경과 중국의 저가 공세로 국내 배터리 산업이 고전하는 가운데, K배터리만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승철 삼일PwC경영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증가는 지속되나 지역별로 차별화를 보일 전망”이라며 “보조금 축소가 수요 둔화에 직격탄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독일은 지난 2023년 12월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제도 폐지로 인해 수요가 급감한 바 있다. 삼일PwC경영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22년에는 전년 대비 22.5% 증가한 것에 비해 2023년과 2024년에는 각각 15.9%, 18.4% 역성장했다.
중저가 전기차 모델이 확대되며 LFP 배터리 채택률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사용후 배터리, 장거리 주행 등의 중요성이 부각되며 K배터리가 주력으로 내세우는 삼원계 배터리도 경쟁력이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김 연구위원은 “가격 등의 이유로 LFP 배터리가 좋다고 하지만 결국 완연한 전기차 시장이 되기 위해서는 장거리 주행 등에서 내연기관차와 경쟁해야 한다”며 “에너지 밀도나 향후 사용후 배터리 시장을 위해서도 삼원계 배터리의 기회는 남아있다”고 말했다.
점유율 확대를 위해 지속적인 연구개발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결국 중국의 저가 공세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술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특히 전고체 배터리는 휴머노이드 로봇이나 고가의 스포츠카 등에서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미 배터리 협력 강화, 中 의존도 낮춰야”

세미나에서는 최근 미국 상원 재무위원회에서 발표된 정부예산 조정법안(OBBB) 초안의 배터리 분야 첨단 제조생산 세액공제(45X) 조항의 주요 내용도 분석했다.
상원 법안 초안 분석에 따르면, 배터리 분야의 첨단 제조생산 세액공제(AMPC)는 당초 하원 법안과 달리 미국 내 배터리 공급망 구축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세액 공제 수혜 기간 ▲제3자 양도 ▲중국 공급망 규제에 관한 규정이 비즈니스 실제를 반영해 수정됐다.
세액공제 수혜 기간은 기존 IRA와 같이 2032년 말까지 유지하도록 했다. 또 IRA 원안과 같이 제3자 양도를 허용해 투자기업의 자금 부담을 완화해 주기로 하고, 해외 우려 기관(FEOC) 규정과 관련해서는 AMPC에 중국 공급망 규제를 위한 금지외국기관(PFE) 규정을 도입했다.
실질 지원 비용 비율(MACR)도 새로 도입한다. MACR은 배터리 생산에 사용되는 양극재, 음극재 등과 같은 직접 재료 비용 중 비(非) PFE의 직접 재료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한다.
상원 법안은 MACR 법안 발효 첫 해 60%를 허용하고, 이후 매년5%p(2028·2029년은 10%p)를 높여 2030년부터 85%가 되도록 했다. MACR 규정이 최종 확정될 경우, 중국산 배터리 소재부품은 법안 발효 첫 해는 40%까지 허용되고 2030년 이후에는 15%까지만 허용된다.
작년 미국 배터리 수입의 70%, ESS 수입의 90%는 중국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배터리산업협회 측은 “배터리 산업은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동력이자 경제안보의 핵심”이라며 “중국 배터리 의존도를 낮추고 에너지 독립을 강화하기 위해 한미 배터리 협력 강화는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