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 아파트 건설 현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한 아파트 건설 현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올해 1분기 국내 건설공사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20% 넘게 줄면서 외환위기 이후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고금리와 원자잿값 상승 등으로 건설업 주요 지표들이 일제히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건설업계 전반의 구조적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정부는 2차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2조7000억원을 건설경기 회복에 투입하기로 했다.

1분기 건설기성, 1998년 이후 최대폭 감소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6월 17일 발표한 상반기 건설지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건설기성은 26조86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조2172억원(21.2%) 감소했다. 건설기성 감소폭이 20%를 넘은 것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3분기(24.2%) 이후 처음이다.

건설기성은 현재 진행 중인 공사 실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현행 지표다. 통상 변동 폭이 크지 않은 지표라는 점에서 이번 감소폭은 현재 건설경기 부진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건설기성은 지난해에도 1분기와 2분기에는 각각 4.0%, 3.1% 감소했고, 3분기부터는 9.1%, 4분기에는 9.7%까지 낙폭이 커졌다. 올해 들어서는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였다.

이러한 감소는 민간 건축경기가 침체한 가운데 공공 중심의 토목 경기마저 위축된 여파로 분석된다. 고금리 장기화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건설비용 급등까지 겹치면서 건설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건설기성 하락은 진행 중인 현장 수가 줄어든다는 의미로 고용에도 영향을 미친다. 통계청에 따르면 5월 건설업 취업자 수는 196만4000명으로 1년 전보다 10만6000명 줄었다. 지난해 5월 이후 13개월 연속 하락세다.

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경제금융연구실장은 "정부의 재정 조기 집행 등에 따라 공공물량이 전체 건설경기 부진을 일부 상쇄해 줄 것으로 기대했으나 실제로는 공공과 민간, 토목과 건축 전체 부문에서 큰 폭의 감소세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주요 건설지표 동향. 사진=대한건설정책연구원
주요 건설지표 동향. 사진=대한건설정책연구원

건설 주요 지표 일제히 하락세

건설 선행지표도 일제히 하락세다. 올해 1~4월 건축허가(연면적)는 전년 동기 대비 21.4% 감소했으며 건축착공(연면적)도 22.5% 줄었다. 건설수주는 전년 동기 대비 4.3% 감소했다. 4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17.5% 줄었다.

상반기 건설투자도 10% 이상 급감하며 외환위기 이후 최대 낙폭이 전망된다. 한국은행은 지난 5월 29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건설투자는 상반기 11.3%, 하반기 1.1%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연간 기준으로는 6.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1998년(-13.2%) 이후 27년 만에 최대 하락폭이다.

건설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건설업 경영지표도 전년 대비 모두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2024년 건설업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업의 성장성 지표인 매출액 증가율은 -3.22%로 전년(4.76%) 대비 하락 전환했다.

총자산 증가율은 전년(7.99%)과 비교해 절반 이하 수준(3.00%)으로 줄어 업계 전반 실적이 감소하고, 새로운 투자에 나설 여력이 줄었음을 나타냈다.

여기에 부채비율(115.80%→117.95%)과 차입금 의존도(24.45%→25.78%)는 전년 대비 상승했다. 건설업 부채비율의 상승은 2021년부터 3년 연속 이어지고 있다.

연도별 건설투자 증감률. 사진=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도별 건설투자 증감률. 사진=대한건설정책연구원

정부, 건설경기 활성화에 2.7조 투입…"내년 이후 점진적 개선될 듯"

정부는 6월 19일 국무회의에서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하며 전체 세출 예산 20조2000억원 가운데 2조7000억원을 건설경기 활성화에 투입하기로 했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지원과 사회기반시설(SOC) 투자 등이 포함됐다.

업계에서는 새 정부 정책을 통한 건설경기 회복에 기대를 걸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정책이 나오지 않았지만 집값 안정을 위해 주택공급 확대 중심의 정책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당시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위한 절차 간소화와 용적률·건폐율 상향을 공약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건설경기는 추경을 포함한 새 정부 경기 활성화 정책 등으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선행지표 부진이 지속되고 있어 급격한 반등보다는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지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사비 급등 이전에 수주한 저수익 사업들이 대부분 마무리된 시점이므로, 향후 건설공사비의 현실화, 금리 인하, 재건축 활성화 등 건설 경기 회복 여건이 갖춰질 경우, 2026년부터는 건설업 경영지표도 점진적으로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박선구 실장은 “하반기 건설시장은 상반기와 비교하여 다소 나아질 것으로 예상되나, 그간 선행지표 흐름 등을 고려하면 뚜렷한 개선세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건설경기 회복세는 내년 이후에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기업 도산은 물론 성장률 둔화 등 부정적 파급효과가 커질 수밖에 없어 새로운 건설수요 활로 모색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