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수원사업장 전경. 사진=삼성전기
삼성전기 수원사업장 전경. 사진=삼성전기

삼성전기가 인공지능(AI)과 전장 사업을 확대하며 신성장동력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IT 뿐만 아니라 전장용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를 비롯해 카메라 모듈,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등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휴머노이드 시장 개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AI 시대에 맞춘 삼성전기의 사업개편에도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리콘 커패시터 납품…사업 다각화 ‘속도’

삼성전기 장덕현 사장이 CES2025에서 미디어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삼성전기
삼성전기 장덕현 사장이 CES2025에서 미디어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삼성전기

2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최근 미국 반도체 기업 마벨 테크놀로지에 AI 반도체 핵심 부품인 ‘실리콘 커패시터’를 납품했다. 지난해 샘플을 고객사에 공급한 데 이어 올해 1분기부터 양산에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리콘 커패시터는 실리콘 웨이퍼를 활용해 만들어지는 커패시터로 반도체 패키지의 두께를 얇게 설계할 수 있다. 또 고성능 시스템 반도체에 가까이 위치할 수 있어 고속 데이터 전송에 유리하다.

앞서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은 올해 1월 ‘CES 2025’에서 실리콘 커패시터 사업과 관련해 “올해 2개 정도 고객을 잡았다”며 “올해 양산하고 1∼2년 내로 1000억원 이상의 의미 있는 매출을 내보고 싶다”고 언급한 바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 등 신규 시장 진출을 위한 기술 개발에도 나섰다. 광학설계, 정밀가공, 구동제어 기술을 활용해 로봇용 카메라 모듈, 액츄에이터, 시스템·AI 데이터 처리를 위한 패키지 기판 등을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카메라모듈은 종전의 스마트폰에서 전기자동차 및 자율주행 영역으로 매출 다각화가 진행, 휴머노이드 시장 개화로 추가적인 수요 및 수주를 확보 중”이라며 “테슬라가 자율주행인 로보택시 서비스 실시(2025년 6월) 관련해 수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카메라모듈 및 FC-BGA에서 추가 매출 예상되고 FC-BGA는 AI향 가속기 영역 진출, 서버 및 데이터센터향 비중 확대가 진행 중”이라며 “자율주행 반도체에 FC-BGA 적용 확대로 신규 매출의 반영이 높아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FC-BGA는 고성능 반도체 칩을 메인보드와 연결하는 반도체용 기판으로, 고부가 제품으로 꼽힌다. 업계에 따르면 FC-BGA 시장 규모는 2022년 80억 달러에서 2030년 164억 달러로 2배 넘게 커질 전망이다.

유리기판 등 신사업 성과 ‘기대’

삼성전기 유리 기판. 사진=삼성전기
삼성전기 유리 기판. 사진=삼성전기

이번 커패시터 공급을 시작으로 삼성전기가 추진 중인 신사업에도 성과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개최된 ‘CES 2024’에서 회사의 미래 기술 개발 비전인 ‘Mi-RAE’(미-래)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프로젝트에 포함된 삼성전기의 신사업은 실리콘 커패시터, 전고체 전지, 전장(차량용 전자·전기장비)용 하이브리드 렌즈, 유리기판, 고체산화물 수전해전지(SOEC) 등 총 5개다.

삼성전기는 현재 세종사업장에 유리기판 파일럿 라인을 구축, 올해 주요 고객사를 대상으로 전고체 전지 시제품을 공급하고 하이브리드 렌즈 대량생산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유리기판은 올해 고객사 샘플 프로모션을 통해 2027년 이후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장 사장은 CES 현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특정 고객을 언급할 수는 없지만 여러 고객과 협의 중”이라며 “올해 2∼3개 고객에 대해서는 샘플링을 할 계획”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삼성전자와의 협력도 기대된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협력으로 AI 시대 맞춰 유리기판 사업을 추진 중”이라며 “삼성전자는 반도체 양산 공정에 유리기판 적용이 목표이고, 관련 업체와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애플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을 대상으로 샘플을 제공하며 준비에 나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