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게임 개발자들의 축제인 넥슨 개발자 콘퍼런스(NDC 25)가 6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 막을 연 것은 축포가 아닌 냉철한 위기 진단과 절박한 생존 전략이었다. 넥슨은 "기존 방식만으론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는 현실 인식을 공유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압도적 규모와 완성도를 갖춘 '빅 게임'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선언했다. 이는 한국 게임 산업 전체에 던지는 강력한 메시지다.

24일 기조강연에 나선 넥슨게임즈 박용현 대표는 현재 게임 시장을 “모든 플랫폼에서 성장이 정체되고 주요 시장의 진입 장벽은 높아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글로벌 기업과 신흥 개발사들이 영역 확장에 나서면서, 기존 개발 방식만으로는 게임사의 생존을 장담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고 설명하며 위기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그가 내놓은 해법은 명확했다. 박 대표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규모와 완성도를 갖춘 경쟁력 있는 대형 게임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어중간한 규모의 게임으로는 더 이상 명함도 내밀 수 없는, 소수의 글로벌 블록버스터가 시장을 독식하는 현실에 대한 정면 돌파 선언이다.

사진=넥슨
사진=넥슨

이러한 전략은 넥슨 일본법인 이정헌 대표의 환영사에서도 확인된다. 이 대표는 “기술과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는 지금, 넥슨은 주요 IP를 중심으로 콘텐츠를 다방면으로 확장하고, 운영 시스템을 고도화해 게임의 본질인 재미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새로운 '빅 게임' 개발과 함께, 기존의 강력한 IP를 더욱 확장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미래 불확실성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6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돌아온 NDC는 단순한 지식 공유 행사를 넘어, 위기 극복을 위한 '연대'의 장이기도 하다. 블리자드 코리아, 에픽게임즈 코리아는 물론 '스텔라 블레이드'의 시프트업, '쿠키런'의 데브시스터즈 등 국내외 주요 게임사들이 대거 참여해 각자의 생존 노하우를 공유한다. 이는 글로벌 경쟁 심화에 맞서 업계 전체의 상생과 성장을 도모하려는 넥슨의 절박함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오는 26일까지 넥슨 판교 사옥 일대에서 열리는 NDC 25는 생성형 AI와 IP 확장 등 최신 화두를 다루는 49개 세션과 함께, 게임 BGM 버스킹 공연, IP 전시 등 다채로운 부대행사로 채워진다. 하지만 그 저변에 깔린 '생존'이라는 무거운 화두는, 향후 몇 년간 한국 게임 산업의 방향을 결정지을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