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의 기술 동맹이 차세대 컴퓨팅의 핵심인 양자 분야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IBM은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에 미국 외 지역 최초로 최신 양자컴퓨터 ‘IBM 퀀텀 시스템 투’를 설치하고 본격적인 가동을 시작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설치는 단순히 최신 기기를 도입한 것을 넘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슈퍼컴퓨터 중 하나인 ‘후가쿠’와 양자컴퓨터를 직접 연동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는 양자컴퓨터와 슈퍼컴퓨터가 각자의 강점을 살려 협력하는 ‘양자 중심 슈퍼컴퓨팅’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일본 경제산업성(METI)이 주도하는 ‘포스트 5G 정보통신 시스템을 위한 고도화된 인프라 연구개발’의 일환으로 국가적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이는 양자 기술을 미래 산업과 안보의 핵심으로 인식하고 기술 패권을 선점하려는 일본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

사진=한국IBM
사진=한국IBM

일본에 설치된 IBM 퀀텀 시스템 투의 심장은 156큐비트 ‘헤론(Heron)’ 양자 프로세서다. 헤론은 이전 세대인 이글 프로세서 대비 오류율을 10배($3 \times 10^{-3}$) 개선하고 연산 속도(CLOPS) 역시 10배 향상시키는 등 비약적인 성능 발전을 이뤘다. 현존하는 가장 뛰어난 양자 프로세서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RIKEN 계산과학연구센터 내에 구축된 두 시스템은 단순한 병렬 배치를 넘어 명령어 수준에서 고속 네트워크로 긴밀하게 연결됐다. 이를 통해 고전 컴퓨터가 잘하는 계산은 후가쿠가 양자 현상의 시뮬레이션이 필요한 계산은 양자컴퓨터가 나눠 맡는 효율적인 하이브리드 워크플로우를 구현할 수 있다.

양자-고전 통합 시스템의 위력은 이미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연구진은 이 시스템을 활용해 복잡한 화합물인 철황화물의 전자 구조를 정확하게 모델링하는 데 성공했다. 과거에는 오류에 내성이 있는 미래의 양자컴퓨터로만 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작업이다. 이는 현재의 기술로도 화학 재료과학 등 분야에서 과학적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렸음을 의미한다.

한편 이번 협력은 ‘양자 우위’를 향한 여정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양자 우위란 양자컴퓨터가 기존 컴퓨터보다 압도적으로 빠르고 정확하며 비용 효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지점을 말한다. IBM과 RIKEN은 이번 통합 시스템을 기반으로 양자 우위를 증명할 새로운 알고리즘 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