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23일 광화문에서 연 '퓨처 웨이브 테크 데이'는 단순한 스타트업 지원 행사를 넘어, 자사의 미래를 이끌 기술 파트너를 발굴하고 이들과 '운명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자리였다. 호텔 관리부터 반려동물 건강관리, 생성 AI까지, 무대에 오른 13개 스타트업은 KT가 그리는 AICT 제국의 미래 기술 지도 그 자체였다. 이는 경쟁사인 SKT나 LGU+ 역시 CVC(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와 오픈이노베이션에 사활을 거는 가운데, 차세대 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통신사들의 '쩐의 전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음을 예고한다.
이번 행사는 중소벤처기업부와 창업진흥원이 주관하는 '창업 도약 패키지'의 KT 트랙에 선발된 유망주들이 KT 임직원 앞에서 자사의 기술력과 사업 협력 과제를 선보이는 자리였다. KT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도약기(3~7년차) 유망주를 발굴, 단순한 자금 지원을 넘어 기술검증(PoC)과 공동 사업화까지 함께 뛰는 파트너십을 구축한다.
이날 참여한 13개 기업의 면면은 KT의 전략적 방향을 명확히 보여준다. 올거나이즈코리아(LLM 솔루션), 에스에스엘(LLM 데이터 품질 관리) 등은 KT의 초거대 AI '믿음'의 경쟁력을 강화할 파트너이며, 제노드(안전 경영), 디엠테크컨설팅(스마트팩토리) 등은 B2B AX(AI 전환) 사업 확장을 위한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에이아이포펫(반려동물 AI), 일루니(AI 캐릭터) 등은 미래 플랫폼 시장을 겨냥한 첨단 기술들이다.
KT의 지원은 파격적이다. 기업당 최대 2억원의 사업화 자금은 물론, KT 인베스트먼트를 통한 직접 투자 검토 기회까지 제공한다. 이는 잠재력 있는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을 초기 단계부터 선점해 KT의 사업과 긴밀히 엮고, 궁극적으로는 KT의 '기술 해자'를 구축하려는 포석이다.
이러한 KT의 '동반 성장' 전략은 이미 구체적인 성공 사례로 증명되고 있다. 2023년 선발된 퍼스널 모빌리티 '지쿠' 운영사 지바이크는 KT 로밍 서비스를 등에 업고 미국 괌 시장에 진출했다. 창업 정보 포털 '마이프랜차이즈'는 KT와 '프랜차이즈TV'를 공동 론칭했으며,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기업 '디엠테크컨설팅'은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5에서 혁신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스타트업은 KT의 인프라와 네트워크를 발판 삼아 스케일업하고 KT는 이들의 혁신 기술을 수혈받아 신사업을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KT 구매실장 이원준 전무는 “AICT 분야의 우수 벤처·스타트업과 협업을 통해 KT는 AX 기반 혁신사업의 차별화된 서비스를 개발·제공할 예정이며, 지속적인 상생 혁신과 동반 성장을 실현해 나가고자 한다”며 “중기부, 창업진흥원과 함께 도약기 기업이 유니콘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KT는 이제 유망주를 발굴하는 것을 넘어 함께 유니콘을 키워내는 '킹메이커'를 자처하며 치열한 미래 기술 전쟁에 뛰어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