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 네이버와 카카오의 주가가 인공지능(AI)이라는 강력한 성장 엔진을 장착하고 화려한 부활을 알리고 있다. 2022년 고점 대비 반 토막 나며 투자자들에게 깊은 실망을 안겼던 두 기업은, 정부의 파격적인 AI 산업 육성 정책과 각사의 구체적인 AI 비전이 맞물리며 폭발적인 주가 랠리를 펼치고 있다.
시장은 이제 두 거인의 미래를 ‘AI’라는 새로운 렌즈로 재평가하기 시작했다.

AI가 쏘아 올린 공… 정책적 순풍에 돛 단 기술주
최근 네이버와 카카오의 주가 상승세는 기록적인 수치로 증명된다. 네이버는 최근 1개월간 45.68% 급등하며 52주 최고가를 경신했고, 카카오 역시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단순한 기술적 반등을 넘어, AI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자본의 유입이 만든 강력한 모멘텀으로 분석된다.
랠리의 기폭제는 정부의 강력한 산업 육성 의지다. 이재명 정부가 대한민국 'AI 3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내건 'AI 100조 원 투자 계획'은 민간 투자의 불확실성을 크게 낮추는 안전판 역할을 했다. 특히 데이터 주권과 자국 기술력 확보를 강조하는 '소버린 AI(Sovereign AI)' 육성 방침은 자체 거대언어모델(LLM)을 개발해 온 국내 기업에 강력한 호재로 작용했다.
여기에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 이노베이션 센터장이 대통령실 초대 AI미래기획수석으로 임명된 것은 시장의 기대감에 기름을 부었다.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 개발을 주도한 핵심 인물이 국가 AI 컨트롤타워 수장에 오르면서, 향후 정부 정책이 네이버의 기술 철학과 사업 방향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가 주가에 즉각 반영됐다.
JP모건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하 수석의 임명을 네이버 주가 상승의 핵심 동력으로 꼽으며 정부 AI 정책의 '최대 수혜주'로 평가했다.
네이버, 안정적 실적 위 '온서비스 AI' 공세
네이버는 AI라는 신무기를 기존의 막강한 서비스에 체계적으로 이식하며 안정적인 성장을 도모하는 전략을 택했다. 가장 큰 무기는 단연 견고한 재무 구조다. 네이버는 올해 1분기 매출 2조 7,868억 원, 영업이익 5,053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3%, 15% 성장했다. 검색, 커머스 등 핵심 사업에서 창출되는 막대한 현금은 장기적이고 자본 집약적인 AI 연구개발을 뒷받침하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AI 전략의 심장은 자체 개발한 초거대 언어모델 '하이퍼클로바X'다. 이를 기반으로 한 '온서비스 AI' 전략은 AI 기술을 자사 모든 서비스에 통합해 사용자 경험을 혁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소버린 AI' 기치를 내걸고 국내 기업 환경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하며 공공 및 금융 B2B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구체적인 수익화 모델도 가시화되고 있다. 사용자의 취향을 먼저 발견하고 탐색을 돕는 AI 쇼핑 '플러스스토어'와 광고 집행 전 과정을 자동화하는 AI 광고 플랫폼 '애드부스트'가 대표적이다. 이는 AI 투자가 어떻게 실질적인 매출 증대로 이어지는지 명확한 경로를 제시하며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 다올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다수 증권사들은 네이버의 목표주가를 잇달아 상향하며 AI 기반 성장 스토리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카카오, '오픈AI 동맹'과 '스테이블 코인'으로 띄우는 턴어라운드 승부수
카카오의 AI 전략은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는 절박하고 과감한 승부수에 가깝다.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2.4% 감소하는 등 주력 사업의 성장 둔화에 직면한 카카오는 AI를 통한 극적인 턴어라운드를 노리고 있다.
카카오의 선택은 자체 기술 개발과 외부 최고 기술 도입을 병행하는 '이중 엔진' 전략이다. 자체 AI 에이전트 '카나나(Kanana)'를 개발하는 동시에, 세계 최고 기술력을 자랑하는 오픈AI와 국내 기업 최초로 포괄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는 글로벌 빅테크와의 소모적인 R&D 경쟁을 피하고, 자사의 강점인 서비스 기획과 사용자 경험에 집중하겠다는 실용적인 판단이다.
여기에 카카오의 턴어라운드 스토리에 힘을 싣는 또 다른 강력한 카드가 등장했다. 바로 자회사 카카오페이를 통한 '원화 스테이블 코인' 사업 진출 가능성이다.
최근 카카오페이는 'KRWKP' 등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을 연상시키는 상표권 18건을 특허청에 출원하며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증권가에서는 카카오페이가 막대한 선불충전금 규모 덕에 스테이블 코인 사업의 핵심 수혜주가 될 것으로 평가한다. 1분기 기준 카카오페이의 선불충전금 잔액은 5,919억 원으로 경쟁사 대비 3배 이상 많다. 유진투자증권은 이를 기반으로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할 경우 2030년 예상 운용수익이 1조 원을 웃돌 수 있다는 파격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처럼 카카오는 AI 에이전트 '카나나'와 '스테이블 코인'이라는 두 축을 통해 카카오톡을 모든 디지털 활동이 이뤄지는 '슈퍼앱'으로 진화시키고, 이를 통해 광고 및 커머스, 핀테크 사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구상이다.
안정의 네이버 vs 잠재력의 카카오…리스크는?
두 거인은 AI 시대를 맞아 각기 다른 길을 선택했다. 네이버는 자체 기술력과 안정적 재무 구조를 기반으로 '소버린 AI'라는 요새를 구축하고 있다. 반면 카카오는 오픈AI와의 동맹, 스테이블 코인 등 신사업을 통해 턴어라운드를 노리는 '날렵한 기습 공격'을 펼치는 모습이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도 네이버는 현재 이익 대비 저평가된 '가치 성장주'의 면모를, 카카오는 미래 성장 기대감이 강력하게 반영된 '고위험 고수익주'의 특징을 보인다.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플랫폼 기업의 독점적 지위를 규제하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등 규제 리스크는 두 기업 모두에 잠재적 위협이다. 또한, AI 전략을 실제 수익으로 연결해야 하는 '실행 리스크'와 경기 침체 가능성이라는 거시 경제 변수도 넘어야 할 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