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클라우드 기업 아마존웹서비스(AWS)가 대한민국 재계 2위 SK그룹과 손을 잡았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나온 이번 동맹은 단순한 인프라 확장을 넘어 한국이 글로벌 AI 시장의 핵심 격전지이자 전략적 요충지로 부상했음을 의미한다.

AWS와 SK그룹은 지난 6월 20일 울산에 'AWS AI 존(Zone)' 구축을 위한 협약식을 가졌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프라사드 칼야나라만 AWS 인프라 서비스 부사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양사 최고위 경영진이 총출동해 프로젝트에 대한 무게감을 드러냈다.

이번 협력은 단순한 데이터센터 설립을 넘어선다. SK그룹이 데이터센터 건설을 주도하면 AWS는 그 안에 AI 두뇌를 심는다. AI 학습과 추론 속도를 극대화하는 울트라클러스터 네트워크와 아마존 세이지메이커 AI 아마존 베드록 같은 핵심 AI 개발 도구 및 서비스가 울산에 집중 배치된다. 국내 기업과 개발자들이 해외로 데이터를 보내지 않고도 국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AI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이는 최근 격화되는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경쟁사들의 국내 데이터센터 투자 경쟁에 AWS가 SK라는 강력한 파트너와 함께 참전하는 모양새다. MS가 KT와 협력하고 구글이 국내 시장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AWS는 SK그룹의 ICT 에너지 반도체 역량을 모두 끌어안으며 차별화된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이번 동맹은 한국 AI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삼국지'가 본격화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사진=AWS
사진=AWS

SK그룹 입장에서 이번 협력은 'AI 하이웨이' 전략의 핵심 퍼즐이다. SK텔레콤이 구상하는 AI 인프라 슈퍼 하이웨이 프로젝트는 국내 AI 워크로드를 국내에서 처리해 데이터 주권을 강화하고 이를 발판 삼아 글로벌 AI 경쟁력을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한다. 울산 AI 존은 바로 이 고속도로의 심장 역할을 할 핵심 허브가 된다.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 SK하이닉스 SK가스 등 그룹 핵심 계열사 역량이 총동원된다.

왜 울산이었을까. 울산은 SK그룹의 심장부와도 같은 곳이다. 안정적인 가스 공급망과 고도화된 에너지 솔루션 최적의 부지를 모두 확보하고 있다. 특히 데이터센터의 생명인 전력과 냉각 시스템 운영에 최적화된 조건을 갖췄고 해저 케이블 구축에도 유리해 글로벌 데이터 교류의 관문 역할까지 기대할 수 있다.

2027년 본격 가동될 울산 데이터센터는 경제적 파급 효과도 상당할 전망이다. 향후 확장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최대 7만8천개의 직간접 일자리 창출이 예상된다. 이는 AWS가 2027년까지 한국에 약 7조85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계획과는 별개로 추진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프라사드 칼야나라만 AWS 인프라 서비스 부사장은 "SK그룹의 우수한 기술 역량과 AWS의 포괄적인 AI 클라우드 서비스가 결합되면 한국의 모든 규모 및 산업 분야의 고객이 안전하고 보안이 강화된 AI 기술을 구축하고 이를 활용해 혁신할 수 있도록 지원하게 될 것"이라며 "이번 파트너십은 한국의 AI 미래를 위한 AWS의 공헌을 상징하며 함께 달성할 성과에 대해 매우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그룹의 기술 역량을 세계 최고의 클라우드 기업인 AWS와 결합해 한국형 AI 생태계를 위한 핵심 인프라를 구축하고 ‘AI 하이웨이’를 위한 강력한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내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SK는 각 계열사의 고유한 강점과 글로벌 파트너십을 활용해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의 AI 데이터센터 허브를 지속적으로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