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21 시제 6호기. 사진=KAI
KF-21 시제 6호기. 사진=KAI

이스라엘과 이란 군사 충돌이 격해지며 중동 확전 위협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13일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개발을 문제 삼으며 대대적 공습에 나섰고, 이란도 이에 반격에 나서며 양측 사상자도 많아지고 있다. 벌써 2년 가까이 지속 중인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이어 또 다른 장기 분쟁의 불씨가 당겨졌다.

미국을 비롯한 이해관계가 얽힌 타국도 상황을 예의 주시 중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중동 지역에서 일어난 산발적 교전이 여러 국가가 참전하는 대규모 전쟁으로 확전된 사례가 여럿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안보 위기가 커지는 가운데 K방산도 꿈틀대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LIG넥스원 등 국내 주요 방산기업들의 주가는 13일 이후 상승세를 타며 17일 장중 신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국내 업체들의 수출 확대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LIG넥스원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를 특히 주목한다. 전쟁 양상이 원거리 미사일 공방과 항공·드론전으로 변모함에 따라 해당 무기체계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항공과 미사일 전력은 전쟁 억제력으로도 크게 작용하는 만큼 앞으로 중동 지역 수요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LIG넥스원, 첨단 대공무기체계로 중동 하늘 방어

양사는 중동 지역 수출 포트폴리오도 다수 보유 중이다.

먼저 LIG넥스원은 지난 2022년 아랍에미리트(UAE)와 한국형 패트리어트 미사일 ‘천궁-II’ 수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후 2023년 사우디아라비아, 2024년 이라크에도 수출에 성공했다. 전체 규모만 12조원을 넘는다.

LIG넥스원은 중동 지역을 전략 시장으로 설정했다. 최첨단 유도무기 등 대공·무인체계 중심 수출국 확장 전략을 펼치고 있다. 무인수상정 플랫폼 ‘해검’ 수출형 모델을 중동에 제안 중이다. 지난해 사우디 종합방산전시회에서는 천궁-II를 비롯해 ‘장사정포요격체계’, 휴대용 지대공 유도무기 ‘신궁’, 장거리지대공유도무기 등 다층 대공방어가 가능한 다양한 대공 방어무기체계를 선보였다.

이런 판매 전략은 앞으로 더 큰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이스라엘이 하마스 및 이란과 치르고 있는 두 전쟁에서 모두 대공방어의 중요성이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2023년 10월 하마스전 개전 당시 하마스의 6600발에 달하는 까삼로켓 물량공세를 대부분 방어해냈다. 이스라엘이 자랑하는 저고도 방어체계 아이언돔이 맹활약했다. 당시 이스라엘 국토를 직접 타격한 까삼로켓은 200발에 불과했다.

이란과 공습전에서도 이스라엘 대공방어 능력이 드러났다. 지난해 단기 공습에서는 이란의 발사체를 99% 요격했으며, 이번 공습에서도 100발의 탄도미사일 중 91발을 요격했다. 같은 시기 이란이 마땅한 방공망 없이 자국 핵시설에 큰 타격을 받고 군 수뇌부도 차례로 폭사한 것과 대비된다.

왼쪽부터 신궁, 장사정포요격체계 유도로켓, 천궁Ⅱ, 장거리(급) 지대공 유도무기. 사진=LIG넥스원.jpg
LIG넥스원의 전술 유도무기들. 왼쪽부터 신궁, 장사정포요격체계 유도로켓, 천궁Ⅱ, 장거리(급) 지대공 유도무기. 사진=LIG넥스원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등이 천궁-II 도입을 결정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시장은 일련의 수출 흐름이 이번 공습전으로 더 가속되리라 기대한다.

최정환 LS증권 연구원은 “천궁, L-SAM(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은 무기체계는 국가 단위에서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발주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사우디, UAE 이외 국가가 단기에 대량의 대공방어 무기체계를 구매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증가 따라 사우디, UAE로부터 천궁 조기 인도 요구 및 L-SAM 수주계약 타임라인이 빨라질 가능성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공습전에서 눈여겨볼 점은 이스라엘과 이란 양측의 미사일 비축분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는 점”이라며 “이를 반면교사 삼은 인접국들이 전술 유도무기 재고 확보를 더 활발히 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술 유도무기는 LIG넥스원의 주력 분야다.

천궁-II 사격 모습. 사진=LIG넥스원
천궁-II 사격 모습. 사진=LIG넥스원

KAI, T-50 넘어 KF-21 수출 바라본다

KAI 역시 중동을 핵심 수출 시장으로 삼고 있다. 수리온 파생형 헬기를 현지에 성공적으로 수출하고, 훈련기 T-50 시리즈를 이라크에 대량 납품한 실적이 있다. 향후 경공격기 FA-50은 물론 최종적으로 한국형 초음속전투기 KF-21까지 수출하겠다는 목표다.

지난해 이라크 방산전시회에 LIG넥스원과 손잡고 부스를 꾸리기도 했다. KF-21, FA-50, 수리온, LAH 등 주력 항공 플랫폼을 비롯해 미래 전장의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유무인복합체계가 적용된 차세대 공중전투체계를 중점 소개했다. 올해는 중동 최대 방산전시회 UAE IDEX 2025에도 참가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했다.

KAI가 중동에 내세우는 강점은 빠른 납기와 우수한 후속지원이다. 그간 중동지역은 전통적으로 미국이나 유럽의 무기체계를 도입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한편으로 미비한 성능개량 및 후속지원에 불만을 가져왔다. 이런 상황에 안보 위기가 고조되고 보유 기체 노후화도 심화하며 빠른 전력 최신화가 필요해졌고, 마침 적극적으로 전투기 판매에 나서는 KAI가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특히 KAI는 타국 대비 차별화되는 성능개량과 확장성도 무기 삼았다. 실제로 KAI가 이라크에 납품한 T-50IQ는 용도는 훈련기지만 공격기 전환 옵션도 갖춘 채로 납품했다. 추가적인 공격기 도입 예산과 여력이 없는 이라크 공군 특성상 최적의 옵션을 보장해준 셈이다. 마찬가지로 예산적 한계에 시달리는 중동 국가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KAI는 현재 UAE와의 다목적 수송기(M-CX) 사업 협력, 사우디와의 우주사업 협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동국가들과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다.

UAE는 KF-21에도 관심을 보인다. 라시드 알샴시 UAE 공군방공사령관 일행은 지난 4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를 방문해 KF-21 등 주요 항공기 생산시설을 시찰했다. 시찰단으로 동행한 아잔 알누아이미 AWC사령관은 KF-21을 직접 탑승하기도 했다. KF-21 최초양산 1호기는 현재 최종 조립 단계를 거쳐 2026년 하반기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조립 중인 KF-21 시제기. 사진=KAI
조립 중인 KF-21 시제기. 사진=KAI

한편 중동은 유럽에 이어 K방산의 또다른 기회의 땅으로 자리잡는 모양새다. 전통적으로 서방 국가 무기를 구입해오던 중동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후 서방의 납품 우선순위에서 밀려났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2021년까지 미국 전체 무기 수출량의 11.7%, 영국 수출량의 23.8%를 차지하던 대형 고객이었으나, 2022년 이후 이들의 수출 상위 10개국 밖으로 밀려났다. 공급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중동 국가들이 한국의 주요 수출 대상으로 변모했다는 설명이다.

장남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동 지역 경쟁 강도가 완화된 상태로 수출 늘어날 것”이라며 “하반기 사우디아라비아 수출 모멘텀 강화로 35조원 이상 수출 규모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