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군사적 충돌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달으며, 국제유가가 '공급 쇼크' 공포에 휩싸여 폭발적인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단순한 지정학적 긴장을 넘어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심 석유 및 가스 시설을 직접 타격했다는 소식까지 들리며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스라엘의 공습 소식에 7% 이상 폭등했던 국제유가는 주말 동안 확전 우려가 증폭되며 불안한 흐름을 보였다. 그리고 16일 아시아 시장이 문을 열자마자 공포는 현실이 되었다.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은 장중 배럴당 76달러를 가볍게 넘어서며 심리적 저항선을 돌파했고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역시 74달러 선 위에서 거침없는 상승세를 나타냈다.
시장은 이제 '유가 80달러 시대' 진입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유가 폭등의 진원지는 이란 남서부 후제스탄 주와 페르시아만 연안의 에너지 인프라다. 복수의 외신과 위성사진 분석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정밀 타격으로 이란의 주요 정유시설과 천연가스전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다. 이란 정부는 피해 규모를 축소 발표하고 있지만 현지에서는 대규모 화재와 함께 원유 처리 및 수출 선적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세계 3위 OPEC 회원국이자 주요 산유국인 이란의 공급 차질은, 가뜩이나 빡빡하게 유지되던 글로벌 수급 균형의 추를 단번에 무너뜨리는 강력한 충격이다.
시장의 공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란의 보복 카드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거론되면서 유가는 종말론적 시나리오를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3분의 1, 천연가스(LNG) 수송량의 4분의 1이 지나는 세계 에너지의 동맥이다. 이란이 해협을 기뢰로 봉쇄하거나 통항하는 유조선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가할 경우, 전 세계 원유 공급망은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지게 된다.
골드만삭스와 JP모건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잇달아 긴급 보고서를 내놓고 호르무즈 해협이 단 일주일만 봉쇄되어도 국제유가는 배럴당 120달러를 돌파할 것이며,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150달러를 넘어 역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단순한 유가 상승을 넘어,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을 촉발하며 세계 경제를 깊은 침체의 늪으로 빠뜨릴 수 있는 수준이다.
한 에너지 시장 분석가는 "지금까지 시장은 양측의 제한적 공방이라는 '관리 가능한 위기'에 무게를 뒀지만, 이란의 심장부인 석유 시설이 직접 공격당하면서 '통제 불능의 위기' 시나리오가 작동하기 시작했다"며, "이제 유가에는 막대한 규모의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이 포함되었다"고 평가했다.
전례 없는 유가 충격은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세계 경제에 결정타가 될 수 있다. 특히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절대적인 한국, 일본, 유럽 등은 직격탄을 맞게 된다. 원유 가격 상승은 국내 주유소 기름값 인상을 시작으로 전기요금, 난방비 등 공공요금 전반의 인상 압력으로 작용하며, 생산 및 운송 비용 증가를 통해 거의 모든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을 밀어 올리게 된다.
각국 중앙은행도 극심한 딜레마에 빠뜨릴 전망이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 유가 충격으로 가뜩이나 위축된 경기가 더 빠르게 얼어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경기 침체를 감수하고 고강도 긴축을 이어가거나, 물가 상승을 어느 정도 용인하며 경기 방어에 나서는 고통스러운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한편 분쟁의 향방은 이제 국제사회의 중재 노력과 이란의 대응 수위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주요 7개국(G7)과 UN 등 국제기구는 긴급 회의를 소집하며 외교적 해법 모색에 나섰지만, 양측의 강경한 입장이 충돌하고 있어 전망은 비관적이다. 시장은 당분간 살얼음판 같은 변동성 장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중동에서 전해지는 모든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