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연합(EU) 소속 중소기업들에게 한국이 ‘기회의 땅’이 됐다. ‘EU 비즈니스 허브’ 프로그램이 비즈니스 매칭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식 환경 규제에 특화된 친환경 기술력에 더해 국제 비즈니스 협력 실적까지 갖춘 EU 소속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한국 땅에서 새로운 파트너를 물색하고 있다.
EU 비즈니스 허브의 ‘녹색 저탄소 기술 코리아 2025’가 12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렸다. 약 40여개의 유망 기업들이 저마다 부스를 꾸리고 국내 기업과 1대 1로 협업을 논의하는 장이다. 3회차인 이번 전시회는 ‘친환경 기술’을 주제로 열렸다.
12일 직접 찾은 현장에는 태양광·풍력·수력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탈탄소 기술, 친환경 소재 등을 다양한 친환경 솔루션이 등장했다. 사전 미팅 협의가 된 한국 기업들이 부스를 방문해 열띤 협업 논의를 이어나갔다.
플라스틱 재활용 시스템을 내세운 스페인 ‘PRS’는 재사용 가능한 플라스틱 포장재를 복원하고 수명을 연장함으로써 공급망과 물류 과정의 비용 절감과 탈탄소화를 실현한다. 백색 가전과 전자제품을 비롯해 플라스틱 운송 포장재, 자동차, 식료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할 수 있다. 이미 ISO14067(제품 탄소발자국 검증)과 ISO22000(식품안전표준) 등의 인증도 획득했다는 설명이다.
보일러의 나라 한국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민 기업도 있다. 오스트리아 ‘폴리테크닉’이다. 60년 이상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 3250건 이상 설치 실적을 보유한 업체다. 최근에는 바이오매스 연료로 가동하는 보일러 시스템을 구현해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수분 함량이 최대 55%에 달하는 방오매스를 연소하거나, 최대 50%까지 가스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주로 산업과 지역난방용 온수 보일러 플랜트, 생산 공정 등에 사용되는 증기 보일러 등을 제작하고 설치한다.
최근 가장 핫한 산업군인 ‘드론’과 친환경을 결합한 사례도 있다. 에스토니아의 ‘스카이코프 테크놀로지스’다. 수소연료전지를 사용한 드론으로 최대 2시간에 달하는 운항 시간을 보장한다. 수소연료전지를 사용하는 만큼 제작 및 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도 최소화했다.
마렉 알릭수 스카이코프 CEO는 “현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한국 기업과 협업으로 판로를 확장하고 싶다”며 “대표 제품인 ‘제로 젠2’는 우수한 배터리 성능을 바탕으로 인명 구조와 감시 정찰 등 중요한 상황에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사업 분야만큼 기업들의 규모와 업력도 천차만별이었다.
벨기에 MITIS는 연매출 1000만유로(약 156억원) 이상을 달성하는 강소기업이다. 독자적인 무염 연소 마이크로 터빈을 개발해 판매한다. 10kW의 전기 출력과 35kW의 열출력을 제공하는 마이크로 가스터빈으로, 총 효율 최대 95%를 기록한다는 설명이다. 유지보수 주기가 1만2000시간으로 매우 길고, 가스와 액체연료, 바이오가스 등 다양한 연료와 호환되는 점도 장점이다. 천연가스 사용 시 질소산화물 배출도 5ppm 미만으로 청정 에너지 달성 역시 가능하다.
리투아니아 ‘PVcase’는 태양광 특화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연매출 1000만 유로 이상에 직원 수도 300명이 넘는다. 태양광 프로젝트 개발의 품질을 향상시키고, 프로젝트 전반에 걸친 데이터 리스크를 줄이는 소프트웨어다. 태양광 개발사와 EPC업체, 전력 유틸리티 기업 등을 주 고객으로 삼으며, 순수 태양광 산업에만 집중 중이다.
반면 직원수 10명 미만의 소규모 스타트 업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이용해 그린수소와 합성가스를 생산하는 에스토니아 ‘H2일렉트로’ 등이 대표적이다. H2일렉트로는 현지 제조와 시스템 통합, 상용화를 함께할 파트너를 모색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

한편 EU 비즈니스 허브는 지난해부터 2027년까지 4년간 총 10회에 걸쳐 비즈니스 미션을 주최한다는 계획이다.
녹색 저탄소화 되는 EU 산업 기조에 맞춰 한국과 EU 무역을 원활히 하고, 그 과정에서 양측 중소기업에 비즈니스 연결과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는 게 목표다. 동시에 유럽 중소기업들의 현지 비즈니스 문화와 시장 이해도를 높여 한국 시장 접근 잠재력을 함양시키는 역할도 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