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한 스타트업이 개발한 작은 캡슐이 미국의 광활한 목장에 풀어졌다. 이 캡슐의 임무는 미국 소 1억 마리가 내뿜는 메탄가스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기후변화 대응의 새로운 역사를 쓰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 수출을 넘어 가축 탄소 배출권 시장의 ‘세계 표준’을 한국 기술로 만들겠다는 담대한 도전의 서막을 의미한다.
가축 메탄가스 연구전문 스타트업 메텍홀딩스가 미국 연방정부기관인 농무부(USDA)와 손잡고 미국 본토에서 소의 탄소 배출량 실증 사업을 본격화한다고 12일 밝혔다. 위스콘신 텍사스 오클라호마 콜로라도 등 4개 주 방목 농장에서 한국 기술로 미국 소의 메탄가스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확보하는 역사적인 프로젝트가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메텍홀딩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메탄캡슐’은 이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소에게 먹이면 반추위에 안착해 위 내부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직접 포집하고 측정한다. 수집된 정보는 사물인터넷(IoT) 통신을 통해 클라우드 서버로 실시간 전송돼 정밀한 데이터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 소의 생활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개체별 탄소 배출량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박찬목 대표는 "한국의 스타트업이 미국 정부와 일을 한다는 것은 매우 영광이다. 미국은 약 1억 두가 넘는 축산 대국이다. 한국의 K축산 기술을 미국 본토에 알릴 수 있고 미국의 국제 표준화에 한국 스타트업의 기술이 사용된다니 보람을 느낀다”며 “미국내 방목형 농장에서 실시간 메탄가스 데이터 확보를 통해 소의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이 주요 목표다. 올해 출시될 탄소저감 캡슐(Methane Capsule)로 탄소 배출권 사업에도 참여하여 미국 및 세계 표준화를 선도하겠다"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지구 온난화에 28배 더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주범으로 꼽힌다. 전 세계적으로 가축이 배출하는 메탄가스는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해 축산업계의 오랜 고민거리였다. 네덜란드 기업 DSM이 사료에 섞어 메탄을 줄이는 첨가제 '보베어(Bovaer)'로 시장을 개척했지만 이는 배출량 자체를 정밀하게 측정하기보다 저감 효과를 추정하는 방식이다. 메텍홀딩스의 메탄캡슐은 '측정'과 '검증'이라는 영역에서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며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정확한 측정이 있어야 탄소배출권 거래의 신뢰도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메텍홀딩스는 이미 브라질 정부기관인 엠브라파(EMBRAPA)와도 계약을 체결하며 남미 최대 축산 시장의 문도 열었다. 나아가 아랍에미리트(UAE)에 저탄소 인증을 받은 한우 5천 톤을 수출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농장에서 식탁까지(Farm to Table)' 이어지는 저탄소 가치사슬을 구축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회사를 넘어 지속가능한 축산 생태계를 만드는 플랫폼 기업으로 나아가겠다는 비전을 보여준다.
국내에서도 정부가 탄소중립에 따른 한우산업 지원법 제정을 공약으로 내세우는 등 저탄소 축산업 전환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다. 메텍홀딩스의 혁신적인 도전은 국내 축산업이 글로벌 규제에 대응하고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박 대표는 “지속 가능한 축산업을 위해 노력하겠다. 가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대폭 줄이고 환경 보호와 경제적 이익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기술을 계속 개발할 예정이다 한국의 저탄소 기술이 우리나라뿐 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정받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