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일주일이 지난 시점,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공휴일 지정을 둘러싼 공방이 치열하다. 현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주도로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 법안이 재추진되고 있는 와중에 같은 당내에서도 이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서다. 한편, 마트 노조와 소상공인연합회는 중소상공인과 노동자의 건강권과 휴식권 보장을 위해 의무휴업 공휴일 지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 관련 업계의 긴장감은 고조되는 분위기다.
‘유통법 개정안’ 무슨 내용 담겼길래?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더불어민주당 오세희 의원이 대표 발의한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이 치열하다. 해당 법안은 월 2회의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법정 공휴일’로 지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현행법의 경우 이해당사자와 합의를 거쳐 공휴일이 아닌 날을 의무 휴업일로 지정할 수 있는데, 이것을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가 입점해 있는 기초지자체 176개 중 의무휴업을 실시하는 곳은 173개이며, 이 중 77개(44.5%) 기초지자체는 의무 휴업일을 평일로 지정한 상태다. 만약 법안이 통과될 경우 이들 지역 대형마트는 휴무일을 법정 공휴일로 전환해야 한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게시된 해당 법률안에는 ‘최근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재량권을 이용하여 의무휴업일 지정을 철회하거나 영업시간을 1시간만 제한하는 등 입법 취지를 무력화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명시돼 있다.
이어 ‘이에 시장·군수·구청장으로 하여금 대규모점포 등에 대하여 반드시 영업시간 제한 또는 의무휴업일 지정을 명하도록 하고 의무휴업일은 공휴일 중에서 지정하도록 함으로써,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 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하려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 법안은 현재 국회 소위원회를 통과했으며 조만간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같은 당내에서도 반대 목소리 나와

해당 법안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일부 의원은 법안 추진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의무휴업일 공휴일 지정에 따른 전통시장 활성화에 대한 실효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되레 소비자 불편을 초래한다는 이유에서다.
먼저, 박희석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중기위) 수석전문위원은 오세희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에 대한 검토보고서를 통해 “지자체장의 재량권이 없어짐에 따라 지자체별 유통환경에 맞는 의무휴업일 지정이 어려워진다”라며 “대형마트 등은 영업 규제 도입 당시(365일 24시간)와 달리 현재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주 40시간 근무를 준수하고 있어 근로자의 건강권이 침해된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전국 77개 기초지자체에서 의무휴업일에 평일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개정안과 같이 개정 시 대형마트와 중소유통이 상생을 위해 평일 전환에 협의한 취지를 무력화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법안을 발의한 오세희 의원과 같은 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반대 의견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지난 10일 본인의 SNS에 글을 올려 “전통시장 보호라는 정책 목적에는 공감하지만, 실효성 있는 정책 효과보다는 자칫 소비자의 불편만 가중시키는 방식으로 추진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대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유통시장의 경쟁 구도는 과거처럼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직접 맞붙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이분법적 구도에 기반한 정책을 강화하는 것은 온라인 유통이 급격하게 성장한 현재 유통시장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설익은 접근이 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소비자 입장이 함께 고려돼야 한다”라며 “많은 신도시와 일부 도심 지역에는 전통시장이 존재하지 않는데, 이런 지역의 주민들에게 대형마트는 단순한 유통 채널이 아니라 생활 인프라 그 자체로 공휴일에 문을 닫으면, 시민들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같은 당 장철민 의원도 SNS를 통해 소상공인 보호도 중요하지만, 국민 생활편의도 함께 고민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트노조·소공연 “의무휴업 공휴일 지정해야 해”

반면, 마트노조와 소상공인연합회는 의무휴업일 공휴일 지정을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분위기다.
먼저, 마트산업노동조합(이하 마트노조)은 지난 6일 ‘새 정부에 바란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놨다. 해당 성명서에서 마트노조는 “월 2회 일요일 의무휴업은 유통재벌로부터 중소상공인을 보호하고 노동자들의 건강권과 휴식권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규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함께 대형마트 일요일 의무휴업 법제화와 마트 노동자의 건강권과 휴식권 보장을 촉구했다.
소상공인연합회(이하 소공연)도 11일 논평을 내고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 제도는 소상공인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판”이라며 “이를 명확히 제도화하는 입법 추진을 환영한다”라고 밝혔다.
소공연은 “개정안은 한 달에 두 번 일요일마다 대형마트가 영업하지 않아 소비자들이 전통시장과 동네 슈퍼를 이용하도록 하자는 취지”라며 “공휴일 의무휴업 원칙을 되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중대형 식자재 마트가 잡식공룡이 돼 유통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다”며 “유통산업발전법 규제 대상에 반드시 중대형 식자재마트를 포함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한편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공휴일 지정을 두고 양측의 공방이 팽팽한 가운데, 지난 10일 대형마트 주가가 일제히 급락했다. 10일 이마트와 롯데마트와 롯데백화점을 운영하는 롯데쇼핑의 주가는 각각 8.28%와 9.03% 떨어졌다. 다만, 11일 대형마트주는 1% 가량 상승 마감했다.
이에 대해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유통법 개정에 앞서 소비자 편익을 위한 방향이 무엇인지 골몰해야 한다”라며 “전통시장 활성화 방안 역시 이들이 진정으로 필요한 지원책이 무엇인지 연구해 대형마트와 상생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향후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에 따른 여파는 제한적일 것이란 입장이다. 남성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미 90여 개 매장이 주말 휴업을 진행하고 있고, 지자체 자율에 맡긴 평일 휴일 점포의 경우 대부분이 비수도권이라는 점. 그리고 의무휴업과 관련된 영향이 이미 13여 년간 이어짐에 따라 고객층의 쇼핑 형태가 변했다고 판단한다”라며 “실질적으로 매출액 감소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