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코퓨처엠이 광양 전구체 공장을 통해 ‘탈중국’ 공급망 확립에 시동을 건다. 양극재 핵심원료로 꼽히는 전구체를 내재화해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자급체제를 통해 공급망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전구체는 원하는 구조의 물질이 되기 전 단계를 통칭하는 용어로, 양극재가 되기 전 단계의 물질을 의미한다. 전구체는 니켈(Ni), 코발트(Co), 망간(Mn) 등으로 구성되며, 양극재 공장으로 보내져 리튬(Li)과 결합해 양극재가 된다.
‘원료-반제품-양극재’ 이르는 자급체제 완성

포스코퓨처엠이 10일 공개한 광양 전구체 공장의 위용은 거대했다. 기존 광양 양극재 공장부지 내 총 2만2400㎡(약 6800평) 크기로 조성돼 그 탄탄한 위상을 자랑했다.
공장 입구에서부터 장비 가동으로 인한 열기가 가득했다. 그리고 공장 직원들과 방문객은 덧신과 모자를 착용한 뒤 에어샤워를 거쳐 공장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다. 제품에 비자성 이물입자가 1개라도 들어갈 경우 품질불량이 발생한다는 이유에서다.
연간 생산량은 4만 5000톤 규모로, 전기차 50만대분의 배터리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여기서 생산되는 전구체는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의 배터리합작법인인 얼티엄셀즈에 공급돼 양극재 제조에 사용된다.

포스코퓨처엠이 소개한 전구체 공정은 총 6단계로 ▲용해 ▲반응기 ▲세척·탈수 ▲건조 ▲분체 설비 ▲포장 등의 과정을 거친다. 첫 단계인 용해에서는 니켈·코발트·망간이 함유된 고체를 물에 녹이고, 반응기로 이송해 이온화한다. 반응기에서는 고객사의 요구에 맞춰 화학약품을 투입, 각 과정을 거쳐 전구체로 탄생한다.
포장까지 마친 전구체는 옆에 위치한 양극재 공장으로 이동해 소성 공정을 거쳐 양극재로 거듭나게 된다. 전구체는 원료 비중과 생산 방식에 따라 특성이 변화하고 불순물 관리가 중요해 양극재 성능을 결정짓는 중요 요소로 꼽힌다. 포스코퓨처엠은 자체조달을 통해 철저한 양극재 품질 관리가 가능해졌다고 강조했다.

양극재 공장은 단일공장 기준 세계 최대규모인 연산 9만톤의 생산능력을 갖췄다. 양극재 9만톤은 60kWh의 배터리를 탑재한 고급 전기차 약 10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총 13개의 생산라인을 갖춰 다양한 조성의 NCM, NCA, NCMA 양극재를 생산하고 있다. 지난 2023년 3월에는 국내 최초로 하이니켈 NCMA 단결정 양극재 양산을 시작한 바 있다. 현재 광양 양극재 공장 인근 부지에 연산 5만 2500톤 규모의 하이니켈 NCA 양극재 공장도 건설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엔트리 시장을 타깃으로 한 고전압 미드니켈(Mid-Ni), 리튬망간리치(LMR) 등의 신규 제품들을 개발하고 있으며, 리튬인산철(LFP) 양극재는 고객사 요청으로 기술제휴·합작 등을 포함한 다양한 사업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파일럿 생산에 성공한 LMR 양극재는 올해 안에 양산기술을 확보하고 대규모 계약 수주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中 의존도 90%…공급망 독립 ‘필수’

전구체 공장은 포스코퓨처엠의 ‘탈중국’ 전략을 위한 핵심 거점이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국내 전구체의 대중 수입 의존도는 90%를 상회한다. 중국 전구체를 사용하면 미국시장에 판매하는 배터리에는 외국우려기업(FEOC) 규정이 적용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다.
포스코퓨처엠이 ‘내재화’에 힘쓰는 이유다. 최근 미국 하원의 감세법안 추진으로 IRA 세액공제에 대한 정책변동이 큰 상황이지만, 금지외국법인 요건 신설 등 중국 공급망 규제는 더욱 강화되는 추세다.
한동수 광양 양극재소재실장은 기자간담회에서 “IRA 적격을 위해서는 중국산을 배제하고 국내산으로 최대한 커버해야 한다”며 “포스코퓨처엠은 100% IRA 적격으로, 가격이 비쌀 수는 있으나 그만큼 프리미엄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소영 포스코퓨처엠 에너지소재기획 그룹장은 “전구체 공장이 갖는 의미는 중국으로부터 완전한 독립”이라며 “고객사의 요청으로부터 (전구체 자립이) 시작됐다. 탈중국이 경쟁력 그 자체”라고 밝혔다.

한편 포스코퓨처엠은 이날 전구체 공장 준공식도 개최했다. 행사에는 포스코퓨처엠 엄기천 사장, 포스코홀딩스 천성래 사업시너지본부장, 정인화 광양시장, 최대원 광양시의회 의장, 구충곤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장 등 관계자 70여명이 참석했다.
엄 사장은 준공식에서 “글로벌 공급망 정책 변동 속에서 광양 전구체 공장은 국내 배터리 산업 경쟁력 강화와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며 “포스코그룹 차원의 니켈 공급망을 구축한 것에 이어 이번 전구체 공장 준공으로 ‘원료-반제품-양극재’에 이르는 자급체제를 완성했다”고 밝혔다.
이어 “포스코퓨처엠의 양극재가 양적 성장을 넘어 공급망까지 아우르는 질적 성장의 단계에 도달하게 할 것”이라며 “이번 전구체 공장 준공을 계기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