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등 모습. 사진=연합뉴스
4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등 모습. 사진=연합뉴스

원자잿값과 인건비 상승 등으로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의 주택 공급 확대 공약에 건설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공급 확대와 함께 주택시장 수요 활성화를 위한 세제 개편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9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4월 기준 건설공사비지수는 131.06포인트로 2020년 대비 30% 이상 상승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고물가로 인건비도 오르면서 건설사들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1분기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공사 실적을 나타내는 건설기성(불변)은 27조1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7% 줄었다. 이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3분기(24.2%)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건설기성은 지난해 2분기(-3.1%) 감소한 이후 3분기(-9.1%)와 4분기(-9.7%)에도 줄었다.

이와 함께 4월까지 주택 인허가, 착공, 준공 등 주택공급의 주요지표가 일제히 하락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4월 누계 인허가는 9만14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12.2% 감소했다. 누계 분양(4만1685가구)은 전년동기 대비 41.0%, 주택 착공(5만9065가구)은 33.8% 감소했다. 준공(13만9139가구)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8% 줄었다.

주택을 다 지어놓고도 팔지 못한 '악성 미분양'도 지방을 중심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 올해 4월 말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2만6422가구로 전월 대비 5.2%(1305가구) 늘었다. 이는 2013년 8월(2만6453가구) 이후 11년 9개월 만에 최대 수준이다. 2023년 8월 이후 1년 9개월 연속 증가세다. 특히 전체 미분양의 82.9%인 2만1897가구가 지방에 집중됐다.

이러한 경기침체 속에서 건설업계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급 확대 공약에 주목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발표한 정책 공약집에서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부동산 공급 정책에 집중하겠다"며 공급 확대를 예고했다.

공약에는 공공성 강화의 원칙하에 재개발·재건축 절차, 용적률·건폐율 등 완화 추진이 포함됐다. 주택공급 신속인허가 제도 도입과 도시분쟁조정위원회 심사대상에 공사비분쟁 조정 포함 등도 제시했다.

공공주택 분야에서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모델 활성화를 통해 고품질 공공임대주택과 공공임대 비율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1인 가구를 비롯해 청년층을 위해 슬세권(슬리퍼+역세권) 주거복합플랫폼주택을 조성하겠다고 공약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공급 확대 정책이 정비사업 활성화로 이어져 일감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정책이 나오지 않아 어떻게 진행될지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건설업계는 공급 확대와 함께 거래 활성화를 위한 세제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한건설협회는 지난 4일 한승구 협회장 명의로 ‘제21대 대통령 취임 건설업계 환영 성명’을 내고 "원자재 가격 상승, 고금리로 인한 공사비 상승, 공사 물량 감소 등으로 지역 중견기업이 법정관리에 내몰리는 등 건설산업이 매우 어렵다"며 "위기의 건설산업에 숨통을 틔우고 4차 산업혁명의 도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대전환의 계기이자 미래의 성패를 가를 중차대한 변곡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에서는 침체된 건설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과 과감한 규제 개혁, 스마트 첨단 기술의 접목을 통해 건설산업이 지속가능한 미래 성장 산업이자 기술 혁신형 산업으로 전환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협회는 주택시장 수요 활성화 방안으로 취득세 중과세율 완화, 양도세 기본세율 적용, 종합부동산세 중과 폐지 등을 요청했다. 또 지방 미분양 취득세 50% 경감, 5년간 양도세 전액 감면, 미분양 아파트 매입 규모·면적 확대, 매입 가격 현실화 등 주택시장 정상화 방안도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22년 제20대 대선 당시 국토보유세 신설 등 규제 중심 공약을 내세웠으나 이번에는 부동산 세제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월 경제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 출연해 부동산 세제와 관련해 “가급적이면 손대지 않는 게 좋다”며 “부동산 정책은 손댈 때마다 문제가 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이 부동산 세제에 대해 현상 유지 입장을 보이고 있어 급격한 규제 완화보단 유지에 무게를 둘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일각에서는 공공의 과도한 시장 개입이 시장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수요가 있는 곳에 충분한 공급을 제공하는 자연스러운 시장 원리로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집을 먼저 만들면 팔리는 것이 아니라 주택수요가 먼저 있을 때 집을 지어야 팔린다"며 "공공부문이 민간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하면 오히려 시장을 왜곡시킬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택시장을 살린다는 식의 접근보단 과도하게 강화된 부동산 규제 완화를 통한 시장 정상화라는 개념으로 다주택자 규제가 가장 먼저 다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