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을 웃도는 무더위에 호텔업계는 여름철 대표 간식 빙수를 앞다퉈 출시하고 있다. 문제는 가격이다. 매년 이어지는 호텔업계의 빙수 가격 인상에 올해는 한 그릇당 15만원 선까지 돌파했다. 이에 높은 가격에 빙수값이 폭등하는 현상을 일컫는 ‘빙수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할 정도다. 그러나 높아진 가격에도 ‘경험 소비’에 대한 높은 수요에 힘입어 올여름에도 호텔 빙수의 인기는 식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매년 오르는 ‘애망빙’ 가격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주요 호텔에서 출시한 망고빙수의 가격은 10만원 대인 것으로 알려진다. 가장 높은 가격의 망고빙수를 출시한 호텔은 서울 포시즌스호텔이다. 포시즌스호텔 서울은 올해 애플망고빙수(애망빙)를 지난해(12만6000원) 대비 18.3% 인상한 14만9000원에 내놨다. 한편, 롯데호텔서울과 서울신라호텔의 망고빙수도 지난해 대비 각각 19.6%와 7.8% 인상된 11만원에 출시됐다. 호텔롯데 시그니엘 서울은 지난해와 같은 13만원에 ‘시그니처 제주 애플망고 빙수’를 판매한다.
실제, 호텔업계는 ‘스몰 럭셔리(작은 사치)’ 열풍의 주역인 빙수 가격을 매년 인상하고 있다. 호텔 빙수는 지난 2008년 제주호텔이 애플망고빙수을 처음으로 선보인 이후 여름철 호텔의 대표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당시 제주호텔이 출시한 해당 빙수의 가격은 2만7000원이었으나, 2011년 서울로 올라오며 2만9000원이 됐고 2021년 6만4000원을 거쳐 지난해 처음으로 10만원을 넘어선 이후 올해 11만원으로 뛰었다.
이에 대해 호텔업계는 가격 인상은 망고 가격 상승과 인건비, 시설 관리비 상승 등에 따른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서울특별시농수산식품공사에서 집계하는 가락시장 가격 현황을 보면, 올해 6월(6월 1일~6월 9일) 국산 망고(3㎏·특)는 평균 가격 15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1만7000원 보다 28.21% 오른 수준이다. 업계에 따르면 빙수 한 그릇에는 통상적으로 망고 2개 정도가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높은 품질의 상품을 유지하기 위해 식재료 등 물가 상승으로 인한 상승분을 고려해 가격을 인상했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련 업계 관계자도 “호텔의 경우 일반 카페와 달리 최고 당도를 자랑하는 과일을 사용할 뿐만 아니라 가장자리에 단맛이 덜한 부분은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원재룟값이 높을 수밖에 없다”라며 “원가 비중이 40%를 넘는다”라고 밝혔다.
한편, 올해는 망고 빙수 외에도 이색 재료를 넣은 빙수도 눈길을 끈다. 대표적으로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는 이달 프랑스 대표 샴페인인 페리에 주에와 협업한 ‘벨 에포크 샴페인 빙수’를 출시했다. 해당 빙수는 ‘벨 에포크’ 샴페인을 얼려 만든 샴페인 그라니타와 우유 얼음, 아보카도 코코넛 아이스크림이 들어간 것이 특징이다. 최고급 샴페인을 사용한 만큼 가격은 올해 출시된 빙수 가격 중 가장 높은 15만원이다.
오르는 빙수 가격, 이대로 괜찮나?

호텔 빙수 가격이 매년 오르자 일각에서는 호텔이 빙수 가격 인상을 견인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호텔 빙수의 등장과 함께 중저가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가격 인상이 잇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먼저 ‘설빙’ 지난 2023년 7월 이후 약 1년 9개월 만에 빙수 가격을 인상했다. 구체적으로 인절미 설빙과 애플망고치즈 설빙의 가격은 각각 4.2%와 4.3% 올랐다. 가격 인상에 따라 인절미 설빙과 애플망고치즈 설빙의 가격은 각각 9900원과 1만4500원으로 책정됐다. 아울러 투썸플레이스도 최근 애플망고빙수의 가격을 기존 1만4000원에서 1만4500원으로 인상했다. 이 밖에도 롯데리아, 이디야커피 등도 줄줄이 빙수 가격 인상에 나섰다. 이에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이제 빙수 먹을 돈이면 평양냉면을 먹을 수 있다”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러한 상황에도 빙수를 비롯한 호텔 디저트를 찾는 수요는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한다.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호텔 서비스를 즐길 수 있어 ‘경험 소비’를 중요시하는 이들을 중심으로 호텔 다이닝을 찾는 이들의 수요가 이어질 것이란 거다.
매년 여름 호텔 빙수를 먹고 있다는 염모씨(26세)는 “가격이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라면서도 “친구 3~4명 정도와 함께 방문해 비용을 나눠 내기 때문에 일 년에 한 번 정도는 갈 만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빙수를 먹으러 올 때마다 사진도 남기고 평소에 못 오는 호텔 분위기도 마음껏 느낄 수 있어 좋다”라고 덧붙였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도 “코로나 팬데믹 당시 ‘스몰 럭셔리’가 유행하며 그 당시 망고빙수와 애프터눈티 세트 등이 수요의 정점을 찍은 뒤 지금은 그 정도까지는 아닌 게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1년에 한 번 이색 경험을 원하는 이들을 중심으로 꾸준히 매출이 나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할인을 받을 수 있는 투숙객 이외에도 순수하게 망고 빙수만을 먹기 위해 방문하는 고객들도 상당 비중”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