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홀튼 1호점인 신논현역점 전경. 사진=팀홀튼
팀홀튼 1호점인 신논현역점 전경. 사진=팀홀튼

글로벌 커피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의 높은 장벽 앞에서 잇따라 휘청이고 있다. 팀홀튼은 인천 청라점을 폐점했고, 블루보틀은 수익성 악화로 정체성까지 흔드는 행보에 나섰다. 커피 소비 강국인 한국이지만, 이미 포화된 시장과 빠른 트렌드 변화, 가격 전략 실패 속에 ‘브랜드 파워’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현실이 이들의 부진을 방증하고 있다.

고전하는 해외 커피 브랜드

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캐나다 커피 브랜드 ‘팀홀튼’은 지난해 4월 개점한 인천 청라점의 영업을 종료했다. 2023년 말 한국에 첫 발을 내디딘 이후 첫 직영점 폐점이다. 

이달부터는 시그니처 메뉴인 ‘오리지널 아이스캡’ 가격을 60% 낮추는 할인 행사에도 돌입했다. 오는 18일까지 오리지널 아이스캡을 1999원에 판매 중이다. 당초 팀홀튼은 캐나다 현지에서 가성비 브랜드로 통하지만, 한국에서는 프리미엄 전략을 펼치고 있다. 아메리카노 미디엄 사이즈 기준 국내 가격이 현지보다 1000원 이상 비싸다. 그럼에도 전략을 바꿔 고강도 할인 카드까지 꺼낸 것은 국내 시장에서의 고전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커피 브랜드 ‘블루보틀’의 상황도 비슷하다. 2019년 한국 첫 진출 당시 최대 5시간 웨이팅을 기록할 정도로 주목받았지만, 지난해에는 당기순손실 11억원을 내며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은 311억원으로 전년 대비 17% 가량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89% 줄어든 2억원에 그쳤다. 결국 올해 4월 쿠팡이츠에 입점하며 수익성 회복에 나섰다. 핸드드립을 통해 커피 본연의 맛을 천천히 내는 데 집중해 온 경영철학과 대조되는 행보다. 

팀홀튼과 블루보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일본 토종 커피 브랜드 ‘도토루’의 경우 서울우유, GS리테일과 협력해 한국에 진출했으나 저조한 소비자 반응에 조용히 철수했고, 미국 커피 브랜드 ‘커피빈’ 역시 최근 국내 매장을 꾸준히 정리하며 사업을 축소하고 있다. 

블루보틀 삼청카페 전경. 사진=블루보틀
블루보틀 삼청카페 전경. 사진=블루보틀

한국 커피 시장의 냉혹한 현실

한국은 왜 글로벌 커피 브랜드에 냉담할까. 업계에서는 ▲높은 커피 시장 포화도 ▲예상 밖의 가격 전략 실패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 등을 공통된 원인으로 꼽는다. 

한국은 세계적인 커피 소비 강국이다.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400잔 이상으로, 글로벌 평균을 크게 웃돈다. 그러나 그만큼 시장 경쟁도 치열하다. 프리미엄 커피 브랜드부터 가성비를 내세운 저가 커피 브랜드, 개인 카페, 편의점 커피까지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 가운데 신규 커피 브랜드가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선택지는 넘쳐나지만, 글로벌 커피 브랜드의 가격대는 상대적으로 높다. 팀홀튼은 캐나다 현지보다 높은 가격으로 한국에 진출했다. 국내 소비자가 카페에 머무는 시간이 길다는 점을 고려해 가격을 책정했다는 게 브랜드 측 설명이다. 블루보틀은 커피 한 잔 가격이 1만원을 넘기기도 한다. 문제는 가격 부담으로 재방문을 이끌기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결국 높은 가격대를 유지하기 위해선 다른 측면에서 경쟁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비 트렌드 변화 속도가 빠르다는 점도 진입 장벽이다. SNS를 중심으로 유행이 빠르게 바뀌고, 소비자 취향도 점점 더 세분화되고 있다. 스타벅스가 최근 진동벨·키오스크 도입, 특화 매장 오픈, 리워드 전면 개편 등 꾸준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이유다.

한 커피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지금의 한국 시장은 브랜드 파워만으로 살아남기 어려운 구조”라며 “오히려 맛, 가격, 접근성 등 다면적 경쟁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요즘은 커피 맛이 조금 떨어져도 가격이 합리적이고 접근성이 좋으면 소비자가 선택한다”라며 “반대로 프리미엄 전략을 내세우려면 발 빠르게 트렌드에 발맞춰 비주얼이나 체험 요소, SNS 콘텐츠까지 고려해야 경쟁력이 생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