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기본사회'라는 청사진을 전면에 내걸고 공식 출범했다. 0%대 저성장 위기 속에서 '잠재성장률 3% 달성'이라는 도전적인 목표를 제시하며 성장을 통해 분배의 토양을 다지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천문학적인 재원 마련이라는 거대한 과제는 풀어야 할 문제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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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사회' 보장과 '3% 성장'…두 마리 토끼 잡는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모든 국민의 기본적 삶의 조건이 보장되는 나라, 두터운 사회 안전망으로 위험한 도전이 가능한 나라여야 혁신도 새로운 성장도 가능하다"며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를 표방했다. 

이재명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은 '기본사회'와 '성장'이라는 두 축으로 요약된다.

'기본사회'는 노동·주거·보건의료·돌봄 등 핵심 서비스를 국가가 보장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는 단순히 어려운 계층을 돕는 선별적 복지를 넘어, 헌법에 명시된 행복추구권을 바탕으로 모든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사회로 나아가겠다는 선언이다. 이를 위해 ▲주 4.5일제 단계적 도입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 구축 ▲공공·필수·지역 의료 강화 ▲맞춤형 공공주택 공급 확대 등 촘촘한 정책들이 제시됐다. 

이 대통령은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이 생활고로 삶을 포기하지 않도록, 누구나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받는 든든한 사회안전망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하며, 10여 년 전 '송파 세 모녀 사건'과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 포용적 정책의 밑거름은 '성장'이다. 'AI(인공지능) 3대 강국, 잠재성장률 3%, 국력 세계 5강'이라는 목표를 제시하며 기술주도 성장, 모두의 성장, 공정한 성장을 3대 전략으로 삼아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한다는 설명이다. 이어 미래 전략산업 육성과 규제 완화를 통해 성장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대통령실 경제수석의 명칭을 '경제성장수석'으로 바꾼 것은 이러한 정책 기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정부가 소위 '판'을 깔아주는 전략적 포석도 마련했다. AI 100조원 로드맵을 위해서는 AI 국민펀드 등의 액션플랜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제시한 AI 국민펀드는 국민, 기업, 정부, 연기금 등 모든 경제 주체가 투자자로 참여하는 초대형 민관 합동 펀드다. 정부 재정이 투자의 '마중물' 역할을 하고, 민간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법인세 및 소득세 감면 등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당근으로 제시한다는 설명이다. AI 데이터센터 건립이나 고성능 반도체(GPU) 대량 확보처럼 초기 비용 부담이 커 민간이 선뜻 나서기 어려운 영역에 먼저 투자해 시장의 위험 부담을 낮춘다는 계획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자동차 노동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자동차 노동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낙관론과 비관론의 정면충돌
문제는 이 거대한 구상이 현실에서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수많은 난관이다.

먼저 재원이다. '기본사회'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 일례로 만 8세 미만 아동에게 지급되는 아동수당을 만 18세 미만까지 확대할 경우, 국회예산정책처는 5년간 35조5000억원이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국가부채가 1200조 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현금성 복지를 확대하는 것은 미래세대에 빚을 떠넘기는 무책임한 발상이며, 대한민국을 베네수엘라나 아르헨티나와 같은 재정 파탄 국가로 만들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이재명 정부는 우선 확장 재정 기조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고 민생을 회복시키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시작으로 삼아 1인당 25만 원의 민생회복지원금, 지역화폐 예산,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출 원금 감면 등이 추경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적인 재원 마련 방안으로는 '조세지출 구조조정'이 꼽힌다. 직접적인 증세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 큰 만큼, 불필요한 비과세·감면 제도를 정비해 '새는 세금'을 막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법정 한도를 넘어섰던 국세감면율을 정상화하고 올해 일몰이 도래하는 신용카드 소득공제 등 대규모 조세지출 항목들을 재검토하여 추가 재원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규제개혁을 통한 기업 활성화로 성장 자체를 이끌어내 세수 기반을 넓히겠다는 복안으로 이어진다. 금지된 것 외에는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의 전면 전환을 통해 기업의 혁신과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리스크는 있다. 재정 지속가능성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다. 확장 재정을 선호하지만 재정준칙 도입에 소극적인 태도와 맞물려 '미래 세대에 부담을 전가하는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은 역시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제정책의 '딜레마'도 목구멍에 걸린다. 실제로 세계 3대 AI 강국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하는 이재명 정부의 디지털 대전환은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인프라를 전제로 하지만 대한민국은 이전 민주당 정권 당시 탈원전을 내세우며 에너지 수급 전략에 미온적인 행보를 보인 바 있으며, 최근에도 이와 관련된 이슈에 집중하지 못한 바 있다.  2040년 탈석탄과 RE100, 나아가 미래 산업의 심장을 뛰게 할 혈액을 '친환경 에너지'로 공급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이지만 'AI 슈퍼 파워'를 위해서는 더욱 깊은 고민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여기에 거시경제에 미칠 충격파도 따져봐야 한다. 무엇보다 대규모 유동성 공급이 생산성 향상 없이 이뤄질 경우 수요를 자극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어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결국 이재명 정부의 경제 정책은 한국 사회에 '안정 속 점진적 쇠퇴'가 아닌 '위험을 감수한 근본적 전환'이라는 선택지를 제시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경제 정책을 넘어 분배와 성장, 현재와 미래 세대 간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이 거대한 실험의 성공 여부는 정부의 정교한 설계와 집행 능력을 넘어, 우리 사회가 급진적 변화의 고통을 감내하고 새로운 사회 계약에 합의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재원조달부터 현실적 액션플랜 가능 여부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성장을 통한 포용'이라는 담대한 비전이 국민적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재원 마련에 대한 구체적이고 신뢰도 높은 로드맵을 제시하며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넘어서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될 전망이다. 그리고 다행히 이재명 정부는 구체적이고 선명한 액션플랜으로 첫 단추를 잘 채우는 분위기다. 청사진도 고무적이고 비전도 명확하다. 이제 다음 스텝을 제대로 밟아갈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