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21대 대통령 당선인.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21대 대통령 당선인.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가운데, 민주당이 입법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의 통과 가능성에 시선이 집중된다. 특히 업의 특성상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한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입법 공약, 소액주주·하청노동자 보호 초점 맞춰

이 당선인과 민주당은 정책 공약집에서 공정 경제를 제시하며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일반주주 권익 보호’를 강조했다. 

주요 내용으론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 확대 ▲주주총회 운영의 공정성 확보 ▲대규모 상장회사 집중투표제 활성화 ▲합병·분할 시 대주주의 의결권 제한 등이 있다. 전체적으로 대주주와 경영진의 힘을 축소하고 소액주주의 권리를 늘리는 방안이다.

해당 개정안이 통과되면, 근래 국내 기업들이 빈번히 시도하는 유상증자와 쪼개기 상장 등 소액주주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 경영 방식이 제동 걸릴 확률이 높다. 기업들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까지 확대하는 조항이 자칫 주주들의 무분별한 손해배상·배임죄 소송과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을 야기할 수 있다며 반발 중이다.

특히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은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 사용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법안이다.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며 사용자의 범위를 넓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사용자 범위를 넓히는 것’이 핵심이다.

기존 노조법에선 하청 노동자의 교섭 대상자를 해당 노동자를 직고용한 업체로만 한정했다. 하지만 개정안에서는 이 범위를 ‘근로계약의 형식과 상관없이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 지배력 또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로 확장한다. 쉽게 말해 하청 노동자가 원청과 직접 교섭할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통과 시 하청·재하청 구조가 자주 보이는 제조업 등 노동 집약산업이 큰 변화를 겪을 전망이다.

이 당선인은 지난 6월 1일 SNS를 통해 “노동조합법 제2·3조를 개정해 교섭권을 강화하고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로 인한 고통을 줄이겠다”며 노란봉투법 재추진 의사를 밝혔다.

노란봉투법은 지난 2023년 윤석열 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통과가 한 차례 좌절된 적 있다. 반면 새 정권에서는 민주당의 171석에 달하는 의석수와 범진보 계열 정당의 지지에 힘입어 통과 확률이 높아졌다.

한화 그룹사 유상증자·원하청 노사 갈등 눈총…입법 변수 되나

새로운 정부의 출범과 함께 재계의 대응도 빨라질 전망이다. 특히 한화가 기민하게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상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에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소액주주 손실을 야기했다는 비판을 받는 데다, 원하청 노사 대립도 현재진행형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3월 20일 이사회를 열고 3조6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이중 1조6000억원을 미국, 유럽, 중동 등 현지 공장 설립 및 전략적 지분 투자에 활용하는 등 미래 투자 재원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었다.

문제는 소액주주 주가 하락이다. 유상증자 발표 당일 시장에서는 한화그룹 주가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신주 발행으로 기존 주주들의 보유한 주식 가치를 희석하는 유상증자 특성상 통상적으로 악재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예정 발행가는 유상증자 발표 전 주가 대비 낮은 60만5000원으로 기존 주주들의 주식가치 희석률 역시 13%에 달했다.

결국 시장에서는 현재 현금흐름과 영업이익만으로 감당할 수 있는 투자 재원을 주주가치가 희석되는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한다는 비판이 나왔고, 금융감독원에서는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결국 한화는 유상증자 규모를 2조3000억원 줄였다.

이 당선인 역시 3월 한화에어로의 유상증자 소식이 들리자 SNS에 “최근 어떤 상장 회사(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대규모 유상증자 발표로 주가가 하루 만에 13% 하락하며 많은 개미 투자자들이 손실을 봤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역시 4월 국회에서 토론회를 개최하고 한화그룹 경영 방침을 지적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향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이러한 투자 재원 확보 방식에도 제동 걸릴 확률이 높아진 셈이다.  

노란봉투법도 민감하다. 한화그룹 조선 계열사 한화오션이 대우조선해양일 시절부터 엮인 법안이다. 2022년 당시 대우조선해양이 금속노조 거제 통영 고성 조선하청지회(하청지회)를 상대로 옥포조선소 1도크 무단 점거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주목받았다. 그리고 하청지회는 후신인 한화오션에게도 정기상여 300% 인상 등을 요구하며 맞서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란봉투법이 통과된다면 하청지회 역시 대 한화오션 쟁의행위에 탄력을 받게 된다.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 사진=한화오션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 사진=한화오션

다만 신 정부로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 외교에서 한화가 갖는 무게감도 고려해야만 한다. 

현재 한화는 한국 주력 수출 산업 중 가장 성장세가 뛰어난 방위산업과 조선업을 모두 영위하고 있다. 방산그룹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5년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5조4842억원, 영업이익 5608억원을 기록했다.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조선과 해양방산을 담당하는 한화오션도 같은 시기 매출 3조1431억원, 영업이익 2586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했다. 

양 그룹사는 한화의 핵심 계열사로, 트럼프 정부의 한미 조선·방산 협력 요청에 따라 세계적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한화의 경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한화오션으로 이어지는 통합 해양방산 솔루션을 완성한 만큼 단일 기업으로도 미국의 요구사항을 충족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정부로서는 향후 대미 관세 협상에서 중요 카드로 사용할 수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 차기 정권의 입법 방향성과 기업 제재 수위에 따라 한화의 성장세도 변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