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010년 구글 안드로이드를 채택하며 시작된 양사의 동맹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최근 삼성전자가 미국의 유력 AI 스타트업 퍼플렉시티 AI(이하 퍼플렉시티)와 차기 스마트폰 탑재를 포함한 광범위한 협력을 논의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두 기업은 함께 스마트폰 시장의 격변을 이끌었지만 그 이면에는 삼성의 끊임없는 구글 의존도 낮추기 노력이 자리해왔다. 자체 운영체제(OS) 개발부터 서비스 생태계 구축까지 10년 넘게 이어진 이 여정은 이제 인공지능(AI)이라는 새로운 격전지에서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극단적인 결별이나 연결이 아닌, 전략적 유연함이 돋보인다는 말이 나온다.

탈구글 눈물겨운 도전사… OS 실패 딛고 TV선 타이젠 안착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 초기부터 구글에 대한 기술적·사업적 종속을 우려해왔다. 세계 1위 스마트폰 제조사임에도 OS와 핵심 플랫폼 의존으로 사업 주도권과 수익성 확대에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다양한 시도를 했으나 성공하지는 못했다. 초기 독자 OS 바다는 앱 생태계의 벽을 넘지 못했고, 인텔과 손잡고 야심 차게 추진한 타이젠 역시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 시장에서는 고배를 마셨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마트폰용 타이젠은 2018년 공식 개발 중단됐고 스마트워치 역시 2021년 구글과 협력한 웨어 OS 파워드 바이 삼성으로 전환했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도 했다. 특히 타이젠은 스마트 TV 시장에서 눈부신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다. 2015년부터 삼성 스마트 TV에 전면 탑재돼 현재 글로벌 시장 점유율 2위를 기록하며 삼성의 핵심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 다만 이는 스마트폰과 달리 핵심 콘텐츠 소비와 기기 제어에 집중된 TV 특성과 삼성의 하드웨어 경쟁력이 결합된 결과였다. 그 연장선에서 자체 앱스토어 갤럭시 스토어, AI 비서 빅스비 등 서비스 생태계 구축 노력도 이어졌지만 구글의 막강한 영향력 아래 뚜렷한 성과를 내기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AI 시대, 제미나이 동맹 속 퍼플렉시티 카드 만지작
삼성전자는 AI 시대를 맞아 구글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면서도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는 모양새다. 올해 초 최신 갤럭시 시리즈에 구글의 생성형 AI 모델 제미나이를 탑재하며 갤럭시 AI 시대를 열었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AI 역량 내재화 및 파트너 다변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2일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퍼플렉시티와 이르면 올해 안 발표를 목표로 광범위한 합의에 근접했으며, 여기에는 삼성전자의 퍼플렉시티 투자가 포함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논의되는 내용은 퍼플렉시티의 앱과 AI 어시스턴트를 향후 출시될 삼성전자 제품에 이르면 내년 상반기 갤럭시 S26에 사전 설치하고, 퍼플렉시티의 검색 기능을 삼성 웹 브라우저에 통합하며 나아가 퍼플렉시티의 기술을 빅스비에 적용하는 방안이다. 퍼플렉시티는 기업가치 140억 달러(약 19조 원)를 인정받고 5억 달러(약 7천억 원) 규모의 신규 자금 조달을 추진 중이며, 삼성전자가 주요 투자자로 참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구글 제미나이에 전적으로 의존하기보다, 다양한 AI 기술을 흡수해 자체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퍼플렉시티는 대화형 AI 검색 엔진으로 주목받는 스타트업으로 기존 검색 시장의 강자인 구글과는 다른 방식의 정보 접근 및 AI 상호작용을 제공할 수 있다. 만약 퍼플렉시티의 기술이 빅스비에 성공적으로 통합된다면 그동안 부진했던 빅스비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사용자 경험을 차별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탈구글 전략의 진화… 완전한 독립에서 전략적 자율성 확보로
삼성전자의 퍼플렉시티와의 협력이 결실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러한 논의 자체가 과거 독자 OS 개발과 같은 완전한 탈구글 시도와는 다른 양상으로 보고 있다.
OS처럼 거대한 생태계 구축이 필수적인 분야에서의 정면 대결보다는 AI라는 특정 기술 영역에서 외부의 혁신적인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자사 제품과 서비스의 경쟁력을 높이는 실용적인 접근법으로 해석된다. 이는 구글과의 기존 AI 협력, 즉 제미나이 파트너십을 유지하면서도, 잠재적인 경쟁 우위 확보와 특정 기능에서의 차별화를 위한 일종의 보험이자 새로운 무기를 장착하려는 시도다.
결국 삼성전자의 탈구글 여정은 완전한 기술적 독립을 넘어, 변화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전략적 자율성을 최대한 확보하고 실리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완전한 결별이 아닌, 전략적 접근이 선명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