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포스터
전시포스터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의 상설전 ‘한국근현대미술 Ⅰ’은 대한제국과 일제강점기, 광복과 한국전쟁에 이르기까지 20세기 전반 격동의 역사 속 예술가들이 남긴 발자취를 조망한다. 

이번 전시에서 이건희 컬렉션 42점을 포함해 이중섭, 박수근, 김기창, 나혜석 등 근현대 한국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70인의 회화, 드로잉, 조각 등 145점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총 9개의 주제로 구성되며, ‘광학과 카메라’, ‘근대 서화의 모색’, ‘조선미술전람회와 일상 재현’ 등 시대적 맥락에 따라 예술가들의 고민과 실험을 조명한다.

1년 단위로 교체되는 특정 작가 집중 조명 공간인 ‘작가의 방’도 주목할 만하다. 올해는 오지호, 박래현, 김기창, 이중섭 네 작가를 소개해, 작은 개인전을 연상케 하는 깊이 있는 감상 경험을 제공한다. 특히 ‘미술가’라는 새로운 정체성이 형성되던 시기부터 한국전쟁이라는 폐허에 이르기까지, 예술가들이 인간성과 가족의 의미를 되짚으며 남긴 작품들은 깊은 울림을 전한다.

1부 ‘새로운 시선의 등장’에서는 현미경과 사진기 같은 신문물의 도입이 시각예술에 끼친 영향을 조명한다. 2부 ‘근대 서화의 모색’에서는 전통 서화를 지키려는 노력과 변화를 수용하려는 실험이 공존했던 시대의 풍경을 보여준다. 3부에서는 유럽 유학을 통해 서양화 기법을 익힌 1세대 화가들의 도전을 다룬다. 회화 속 인체 표현, 원근법의 활용 등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시도들이 눈에 띈다.

4~6부는 작가 개인의 삶과 예술을 오롯이 담아낸 공간이다. 인상주의를 한국 풍경에 녹여낸 오지호의 ‘남향집’, 여성의 삶을 예술로 승화시킨 박래현, 일제강점기 장애를 딛고 예술적 성취를 이룬 김기창의 작품들이 깊은 인상을 남긴다.

7부와 8부에서는 폐허 위에서 조형 실험을 이어가며 가족이라는 주제를 통해 회복의 감정을 표현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마지막 9부는 천재 화가 이중섭의 방. 전쟁과 분단 속에서도 예술을 통해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한 그의 유화와 드로잉은, 삶의 고통을 뛰어넘는 예술의 위로를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는 이건희 컬렉션 42점도 만날 수 있다. 나혜석의 ‘화령전 작약’, 이중섭의 ‘흰 소’, 박수근의 ‘할아버지와 손자’ 등 한국미술사에서 귀중한 작품들이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근현대미술전’은 시대별 대표작을 나열한 전시에 그치지 않는다. 기술과 전통, 서양과 동양, 남성과 여성, 전쟁과 평화 등 급변하는 역사 속에서 각자의 해답을 찾아낸 예술가들의 기록이다. 작품을 통해 예술가들의 고민과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예술이 ‘삶의 언어’였음을 실감하게 된다. 

6월 26일에는 ‘한국근현대미술 II’가 개최돼, 총 2부로 구성된 ‘한국근현대미술’ 상설전이 완성된다. 주요 섹션은 약 1년 단위로 대폭 개편될 예정으로, 방문 시기에 따라 새로운 작품과 구성을 만날 수 있다.

임군홍, ‘고궁’, 1940년대 초반, 캔버스에 유화 물감, 60x72cm. 사진제공= 국립현대미술관
임군홍, ‘고궁’, 1940년대 초반, 캔버스에 유화 물감, 60x72cm. 사진제공= 국립현대미술관
오지호, ‘남향집’, 1939, 캔버스에 유화 물감, 80x65cm. 사진제공= 국립현대미술관
오지호, ‘남향집’, 1939, 캔버스에 유화 물감, 80x65cm. 사진제공= 국립현대미술관
장욱진, ‘새와 아이들’ ,1983, 캔버스에 유화 물감, 36.5x26.5cm. 사진제공= 국립현대미술관
장욱진, ‘새와 아이들’ ,1983, 캔버스에 유화 물감, 36.5x26.5cm. 사진제공= 국립현대미술관
이중섭, ‘부부’, 1953, 종이에 유화 물감, 40x28cm. 사진제공= 국립현대미술관
이중섭, ‘부부’, 1953, 종이에 유화 물감, 40x28cm. 사진제공= 국립현대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