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택시가 공상 과학 영화의 장면을 넘어 현실로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그리고 이 거대한 미래의 배경에는 단순한 이동의 혁신을 넘어, 스마트 시티 전반으로 파고드는 초연결의 플랫폼 전략이 숨어있다는 평가다. 로보택시 혁명이 가져올 미래 도시의 청사진을 조명해야 하는 이유다.

로보택시는 말 그대로 운전자 없이 스스로 주행하는 택시를 의미하며, AI 시스템이 차량을 제어해 승객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이동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진=갈무리
사진=갈무리

로보택시 시대가 온다
영화 속 상상으로만 여겨졌던 운전자 없는 자동차, 로보택시가 우리 일상으로 성큼 다가오고 있다.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은 로보택시를 단순한 꿈이 아닌, 가까운 미래의 핵심 모빌리티 서비스로 만들고 있다. 

로보택시의 궁극적인 비전은 단순히 이동 수단을 대체하는 것을 넘어선다. 이는 스마트시티 전반으로 향하는 기술 진화의 정점으로, 도시의 모든 이동 수단과 인프라를 초연결하여 사람과 사물의 이동을 완벽하게 생태계에 녹여내기 위한 대전략이 숨어있다. 로보택시는 스마트시티의 혈맥 역할을 하며 데이터 기반의 효율적인 도시 운영과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핵심 동력으로 평가받는다.

글로벌 시장은 이미 웨이모, 테슬라, 바이두 아폴로와 같은 거대 기업들의 치열한 각축장으로 변했다. 시장 선점을 위한 막대한 투자와 기술 개발 경쟁이 뜨겁게 펼쳐지고 있다. 도시화 심화에 따른 교통 혼잡 및 환경 문제 해결, 운전자의 피로나 부주의로 인한 사고 감소, 교통 약자의 이동성 증진 등 다양한 사회적 편익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웨이모
사진=웨이모

누가 누가 잘하나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22년 약 17억 6000만 달러였던 글로벌 로보택시 시장 규모는 2030년 985억 9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며, 연평균 성장률(CAGR)은 65.3%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카이퀘스트 테크놀로지 컨설팅은 더욱 낙관적이다. 2023년 14억 달러에서 2032년 3730억 3000만 달러로 성장하며 2025년에서 2032년 사이 연평균 86%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신중론도 있다. 기술 발전의 속도와 실제 현장에서의 규제, 대중 수용성, 경제성 확보라는 현실적 장벽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시장의 전반적인 진행 속도를 조절하고 있는 ‘이중 속도(dual-speed)’ 발전 논리다. 그러나 로보택시 사업의 높은 수익성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운전자 인건비 제거라는 핵심 이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로보택시가 자율주행 모빌리티 산업 전체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의 86%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는 말까지 나오는 이유다.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약 250만 대의 로보택시가 운행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로보택시 개발과 배치는 북미(특히 미국)와 중국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들 지역은 기술 혁신, 막대한 투자, 정부 지원 덕분에 핵심 거점으로 부상했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중동 지역이 로보택시 도입에 적극적인 신흥 시장으로 떠오르며 중국 기업들의 새로운 격전지가 되고 있다. 

먼저 기술 선도 및 B2C 서비스 확장에 속도를 내는 기업이 눈길을 끈다.

웨이모(Waymo)가 대표적이다. 자율주행 기술 분야에서 가장 오랜 경험과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한 선두 주자며 라이다(LiDAR), 카메라, 레이더 등 다양한 센서를 통합적으로 활용하는 ‘센서 리치(sensor-rich)’ 접근 방식을 통해 높은 수준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추구한다. 

핵심 기술인 ‘웨이모 드라이버(Waymo Driver)’는 다양한 차량 플랫폼에 적용 가능한 일반화된 자율주행 시스템을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 현재 ‘웨이모 원(Waymo One)’이라는 브랜드로 미국 피닉스,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오스틴 등 주요 도시에서 연중무휴 24시간 완전 자율주행 로보택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2025년 초 기준 주당 25만 건 이상의 유료 탑승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700대가 넘는 차량을 운영 중이다. 

피닉스에서는 서비스 지역을 180제곱마일로 확장하는 등 꾸준히 서비스 범위를 넓히고 있다. 

2024년 7월에는 50억 달러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전략적으로 우버(Uber)와 협력하여 오스틴 및 애틀랜타의 우버 앱 사용자들이 웨이모 차량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재규어, 현대자동차, 지커(Zeekr), 토요타 등과도 차량 개발 및 공급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로보택시 차량의 개인 소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으며 일본 도쿄에서도 테스트를 진행하는 등 글로벌 확장을 모색 중이다. 차량 한 대당 20만 달러에 달하는 높은 생산 비용(2027년까지 10만 달러로 낮추는 것이 목표)과 경쟁 심화는 우려스럽지만 현 상황에서는 가장 두각을 보이는 기업이다.

비슷한 존재감으로는 바이두 아폴로(Baidu Apollo)가 꼽힌다. 

중국의 대표적인 AI 기업인 바이두는 ‘아폴로(Apollo)’라는 개방형 자율주행 플랫폼을 통해 로보택시 시장에서 강력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AI 및 자율주행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축적했으며 ‘아폴로 고(Apollo Go)’ 플랫폼 하에 ‘뤄보콰이파오(Luobo Kuaipao)’라는 브랜드로 로보택시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속도감으로 보면 웨이모에 뒤쳐지지 않는다.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우한 등 10개 이상의 중국 주요 도시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특히 우한은 핵심적인 기술 검증 지역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미 1억 5000만 킬로미터 이상의 안전 주행 기록과 1000만 건 이상의 탑승 서비스를 제공했으며 2025년 5월 기준 전 세계적으로 1000대의 차량을 운영하고 있다. 1분기에만 전년 동기 대비 75% 증가한 140만 건의 탑승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다. 

자체 개발한 6세대 로보택시인 RT6는 완전 무인 모빌리티를 위해 특별히 설계되었으며, 대당 가격이 3만 달러 미만으로 책정되어 경제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두바이(2028년까지 1,000대 배치 목표), 아부다비, 홍콩 등 해외 시장으로 적극적으로 확장하고 있으며, 유렵 스위스 시장 진출도 계획 중이다. 두바이 도로교통청(RTA), UAE의 오토고(Autogo) 등 현지 기관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는 등 외연 확장에 의욕적이다.

이런 가운데 다소 도전적인 혁신 기술을 추구하며 시작부터 생태계 수직 통합형에 나서는 곳들도 보인다.

역시 테슬라(Tesla)가 눈길을 끈다. 자율주행 전반도 마찬가지지만 독자적인 기술 노선과 파격적인 비전을 통해 로보택시 시장에 도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라이다를 배제하고 카메라 센서만을 사용하는 ‘비전 온리(vision-only)’ 방식을 고수하며, 자사 차량에서 수집된 방대한 실제 주행 데이터를 기반으로 완전자율주행(Full Self-Driving, FSD)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 FSD는 운전자의 지속적인 감독이 필요한 레벨 2 수준의 주행 보조 시스템으로 평가받고 있으나 테슬라는 완전한 무인 자율주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운전대와 페달이 없는 2인승 전용 로보택시인 ‘사이버캡(Cybercab)’을 2026년경 선보일 계획이다. 

사진=테슬라
사진=테슬라

텍사스 오스틴에서 운전자 없이 자율주행하는 모델 Y 차량을 테스트하고 있으며 차량 소유주가 자신의 차량을 테슬라의 차량호출 앱에 등록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모델도 구상하고 있다. 다만 FSD의 실제 성능과 안전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 간혹 외신을 통해 사건사고가 유난히 부각된다는 리스크도 존재한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규제 조사도 받고 있다는 점, 그리고 유료 자율주행 서비스에서 앞서 있는 웨이모와의 경쟁도 문제다. 그러나 일론 머스크가 트럼프 행정부에서 빠져나와 테슬라에 집중하기 시작하면 나름의 잠재력을 더욱 키울 수 있을 전망이다.

본격 가동을 눈앞에 두고 있기도 하다.  블룸버그통신은 테슬라가 이르면 내달 12일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로보 택시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차종은 테슬라Y다.

한편 신중한 자체 개발과 더불어단계적 시장 진입으로 '기회'를 노리는 라이징 스타들도 있다.

아마존 자회사 죽스(Zoox)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독자적인 차량 설계와 신중한 시장 접근으로 주목받고 있다. 운전대나 페달이 없고 좌석이 마주 보는 형태의 완전 자율주행 전기차를 자체 개발하고 있으며 도시 모빌리티를 위한 AI 기반 시스템에 중점을 두고 있다. 

현재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 라스베이거스, 시애틀, 마이애미, 오스틴, 로스앤젤레스 및 최근 애틀랜타를 포함한 미국 6-7개 도시에서 안전 운전자가 탑승한 테스트 차량을 운영하며 매핑 및 데이터 수집을 진행 중이다. 

아직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 상용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고 있어 증명해야 할 것들은 많다. 다만 라스베이거스에서 운행 가능 지역(지오펜스)을 5마일로 확장하는 한편 2025년 하반기 라스베이거스와 샌프란시스코에서 일반 대중 대상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새로운 베이 에어리어 시설을 통해 생산 규모도 확대할 예정이다. 리조트 월드 라스베이거스(Resorts World Las Vegas)의 공식 로보택시 파트너로 선정되어 체험 공간을 운영하는 등 점진적인 시장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다만, 상대적으로 느린 출시 속도와 최근 발생한 소프트웨어 결함으로 인한 리콜 및 일시적 무인 운행 중단 등이 벌어지고 있어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이런 가운데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로 공격적으로 글로벌 확장을 노리는 곳도 있다.

중국 위라이드(WeRide)가 있다. ‘위라이드 원(WeRide One)’이라는 범용 자율주행 플랫폼을 기반으로 로보택시, 로보버스, 로보밴, 로보스위퍼(청소차), 레벨2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여 레벨4 수준의 완전 자율주행 솔루션을 제공한다. 

중국에서는 광저우, 베이징 등 다수 도시에서 로보택시, 로보버스, 로보스위퍼 등을 운영 중이며 특히 광저우에서는 24시간 자율주행 호출 서비스와 유료 L4 로보버스 운영 경험을 쌓았다. 해외에서는 UAE(아부다비, 두바이), 사우디아라비아, 스위스, 프랑스, 스페인, 싱가포르 등 전 세계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무인 주행 허가를 보유하고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1분기 기준 전 세계적으로 1200대 이상의 차량을 운영하고 있다. 우버(Uber)의 주요 전략적 파트너며 우버로부터 1억 달러의 지분 투자를 유치했다. 두바이 RTA, 르노(Renault) 등과도 협력하며 다각적인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기술 리더십과 비용 효율성 기반의 빠른 상용화 추구를 노리는 곳도 있다. 포니닷에이아이(Pony.a)다. 

‘버추얼 드라이버(Virtual Driver)’라는 풀스택 자율주행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자체 시뮬레이션 플랫폼인 ‘포니월드(PonyWorld)’를 통해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베이징, 광저우, 상하이, 선전 등 주요 도시에서 유료 로보택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특히 선전 난산 지구에서는 중국 최초의 완전 무인 상용 로보택시 면허를 확보한 상태다. 

로보트럭 서비스도 활발히 운영 중이다. 해외에서는 서울 강남 지역에서 포니링크와 협력하여 테스트를 시작했으며, 룩셈부르크에서도 레벨4 테스트 허가를 받았다. 약 300대의 로보택시를 운영 중이며 2025년 말까지 1000대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진=오토엑스
사진=오토엑스

특이하게도 B2B 솔루션 중심의 기술 공급형으로 콘셉을 잡은 곳도 있다. 오토엑스(AutoX)다. 주로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AV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B2B 솔루션에 중점을 둔 중국의 자율주행 기술 기업이다. 자체 개발한 차량 제어 장치 'XCU'를 보유하고 있다. 상하이, 선전 등 중국 도시에서 차량을 배치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안전 운전자 없이 운행한 경험이 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