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을 이끌겠다는 포부가 되려 자충수로 돌아왔다. 대명소노그룹과 티웨이항공, 공정거래위원회의 이야기다. 하나의 일련 과정이라고 여겨졌던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 평가 과정에서 스텝이 꼬이며 대명소노그룹이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3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명소노그룹은 당초 예정됐던 임시주주총회를 오는 6월 24일로 또다시 연기했다. 지난 3월 31일 임시 주총에 앞서 공정위의 기업결합 승인이 나지 않으면서 5월로 시점을 미룬 것인데 기업결합에 대한 공정위의 확답이 늦어지며 임시주총을 한 번 더 연기한 것이다.

예림당 지분 인수, 정홍근 티웨이항공 현 대표에서 새 대표 교체 작업 등 대명소노그룹이 추진하려는 모든 작업에 브레이크가 걸린 상황이다.

통상 공정위가 자료 보완 요청 기간은 심사 기간으로 치지 않아 대명소노의 기다림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티웨이항공은 정 대표의 마지막 정책인 밴쿠버 노선 신규 취항에 힘을 기울인다는 일반적인 방침만 세운 상태다.

사진=티웨이항공
사진=티웨이항공

"순수 심사만 120일"… 속 타는 소노에 공정위 '원칙대로'

지난 2월 26일 티웨이항공은 예림당 외 3인이 ㈜소노인터내셔널에 주식 전량을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당시 계약 당사자는 ㈜예림당 4447만3577주, 나성훈 365만29주, 나춘호 223만8805주,황정현 198만1588주이며 양도 금액은 1주당 4776원으로 2500억원 규모였다. 지난 3월 10일 중도금 2000억도 납부됐다.

고양 소노 스카이거너스 농구단 창단식에서 김희옥 프로농구연맹 총재(왼쪽부터), 이동환 고양특례시장, 서준혁 소노그룹 회장이 사진촬영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고양 소노 스카이거너스 농구단 창단식에서 김희옥 프로농구연맹 총재(왼쪽부터), 이동환 고양특례시장, 서준혁 소노그룹 회장이 사진촬영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대명소노그룹은 지난해 7월 약 1760억원을 들여 사모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 지분을 인수해 티웨이항공 지분 26.77%를 확보해 2대 주주에 오른 데 이어 약 7개월 만에 예림당의 지분을 가져가며 순식간에 티웨이항공의 1대 주주로 올라갔다.

게다가 주주 표결까지 번질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예림당이 백기를 들며 사태는 빠르게 종료되는 듯했다. 결국 예림당이 티웨이홀딩스 지분 46.26%를 매각해 대명소노그룹이 티웨이항공 지분 28.02%를 추가로 확보하고 예림당이 직접 보유한 티웨이항공 지분까지 포함해 총 56.51%의 지분을 가지는 것으로 잠정 합의가 됐었다.

공정거래위원회. 사진=공정위
공정거래위원회. 사진=공정위

변수는 공정위의 승인 여부다. 경쟁 당국에 따르면 최근 공정위는 대명소노그룹과 티웨이항공의 결합을 혼합결합이자 수평결합으로 판단했다. 기업결합은 크게 ▲수평결합(동일 시장 내 경쟁 관계에 있는 회사 간의 결합) ▲수직결합(상품의 생산과 유통과정에 있어 인접하는 단계에 있는 회사 간의 결합) ▲혼합결합(생산 품목 간에 연관관계가 없는 회사 간의 결합)으로 나뉘고 유형마다 항목을 달리해 심사한다.

대명소노그룹이 호텔·리조트 사업을 주로 운용하기에 항공 여객 운수업과 겹치지 않아 혼합결합이라는 시각과 대명소노그룹이 보유했던 에어프레미아 지분이 있기에 수평결합으로도 확장될 수 있다는 시각이 혼재된 상황이다.

앞서 대명소노그룹은 지난 4월 에어프레미아 지분을 타이어뱅크 계열사인 AP홀딩스에 매각했지만 현재는 매각 계약만 체결했을 뿐이고 4개월 뒤인 9월에야 거래가 끝난다는 것이 공정위 측의 판단이다.

대명소노 측은 지난 3월 기업 결합 신청서를 공정위에 제출했으나 심사는 신고일로부터 최장 120일이 소요된다고 알려졌다. 다만 이 120일은 순수 심사에 걸리는 시일로 자료 요청 기간은 제외되는 데다가 기업이 서류를 보강하는 기간도 있기 때문에 시간이 120일보다 훨씬 더 걸린다는 것이 공정위와 업계의 시선이다.

티웨이항공이 안전 운항 강화를 위해 보잉 737-8 전용 예비엔진 'LEAP-1B27'을 추가 도입했다고 14일 밝혔다. 사진=티웨이항공
티웨이항공이 안전 운항 강화를 위해 보잉 737-8 전용 예비엔진 'LEAP-1B27'을 추가 도입했다고 14일 밝혔다. 사진=티웨이항공

단순 산술로도 오는 7~8월까지 기한이 미뤄지는 데다가 2분기 실적 발표와 3분기 실적, 더 길어질 경우 2025년도 전체 실적에도 영향을 크게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최근 나성훈 예림당 대표의 검찰 조사, 유상증자 논란 등이 섞여 있는 만큼 대명소노 입장에선 애가 탈 수밖에 없다.

항공 업계는 소노 그룹이 단숨에 에어프레미아 인수 계획까지 발표하는 등 너무 섣불리 발언한 점이 있다고 바라봤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결합 심사상 매우 큰 결함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으나 서류가 계속해서 반려당하고 보완 요구를 받는 등 계속해서 과정이 길어지고 있다고 알고 있다"며 "(티웨이항공 인수 후) 시장을 안정시키겠다고 했으면 무난했을 텐데 에어프레미아까지 인수하겠다는 다수의 멘트가 공정위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공정위 관계자는 "티웨이항공과 소노의 경우 혼합결합과 수평결합이 혼재돼 심사하고 있는 것이 맞다"며 "기업결합의 경우 처음부터 서류를 구비해서 오는 경우는 드물고 순수하게 서류가 심사되는 기간만 최장 120일이고 많이 길어지는 경우 1년이 넘어가는 경우까지도 있다"고 말했다.

혼란 속 정홍근 대표의 라스트 댄스… 벤쿠버, 티웨이항공 터닝포인트로

티웨이항공이 LCC 최초 벤쿠버에 취항한다. 사진=티웨이항공
티웨이항공이 LCC 최초 벤쿠버에 취항한다. 사진=티웨이항공

회사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정 대표는 자신이 키운 티웨이항공을 위해 마지막 선물을 준비했다. 바로 밴쿠버 노선이다. 인천~밴쿠버는 현재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과 에어캐나다, 웨스트젯만이 다니고 있는 노선이다.

티웨이항공은 유럽 노선에 큰 비중을 기울이며 전년 동기 대비 국제선 운항 공급과 수송을 각각 6%, 8% 늘렸다. 국제선 운항 편수는 9466편, 수송 여객 수는 175만 3299명이다.

유럽 노선 성적표는 아직 평가 보류지만 지난 15일 발표된 티웨이항공의 1분기 분기 보고서 연결 현금흐름표에 따르면 영업에서 창출된 현금 흐름은 약 298억6000만원으로 지난해 1분기에 비해 가라앉은 수치다. 투자활동 현금흐름은 지난해 1분기 370억5000만원, 올해 1분기 357억2000만원 가량을 썼다.

이에 티웨이항공 측은 “본격적 유럽 노선 진출로 매출이 증가했으나 영업 환경 악화에 따라 적자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1분기 연결 기준으로는 매출액 4466억692만원, 영업손실 354억 6660만원을 기록했다.

사진=티웨이항공
사진=티웨이항공

다만 캐나다 밴쿠버 취항이 영업이익 흐름의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 노선의 편도가 가격이 100만원을 넘고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이 내년 통합되는 것을 감안하면 티웨이항공이 가격을 앞세워 새로운 선택지로 떠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티웨이항공이 해당 노선에 내세운 가격은 대략 60~80만원대로 타 노선에 비해 절반까지 내려가는 수준이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소노와의 기업결합에 대해선 아직 특별하게 공식적으로 답해드릴 수 있는 것이 없다"며 "정홍근 대표께선 아직도 내부 회의도 다수 소집하시는 등 분주하게 업무에 임하고 있고, 7월부터 다니기 시작하는 밴쿠버 취항도 이의 일환"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