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이 사령탑을 전격 교체했다. 연말 정기 인사철이 아님에도 그룹의 수장 교체 카드를 꺼내든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SK E&S와의 합병 후 ‘에너지 공룡 기업’으로의 도약을 알렸지만, 주요 사업인 정유·화학·배터리 등이 부진에 시달리는 만큼 고강도 리밸런싱으로 분위기 쇄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CEO 전격 교체…리밸런싱 ‘속도’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8일 이사회를 열고 추형욱 SK이노베이션 E&S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장용호 SK㈜ 대표이사를 총괄사장으로 각각 선임했다고 밝혔다.
기존 총괄사장이자 대표이사인 박상규 사장은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대표이사 사임을 결정했다. 2023년 12월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을 맡은 지 1년 5개월 만이다.
SK이노베이션은 “박 사장이 수행해온 업무를 이어받아 조속한 조직 안정화와 흔들림 없는 사업전략 실행을 위해 SK이노베이션 이사회의 현직 이사를 대표이사와 총괄사장으로 새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갑작스러운 수장 교체는 그룹이 처한 위기와도 무관하지 않다.
SK이노베이션은 박 사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을 결정했다고 설명했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길어지는 실적 부진으로 분위기 쇄신을 위해 최고경영자(CEO) 교체를 단행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다음 달 경영전략회의를 앞둔 만큼, 이를 시작으로 과감한 사업 구조 개편과 구조조정이 논의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SK이노베이션은 작년 11월 SK E&S와의 합병 후 자산 100조원 규모 초대형 에너지 기업으로서의 도약을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지속되는 경기 침체와 배터리 수요 부진 등의 이유로 재무 구조 개선은 더딘 상황이다.
올해 1분기에는 유가하락과 정제마진 약세 등으로 석유사업 이익이 감소, 446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미국의 관세 정책과 공급망 불안 등으로 대외 불확실성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이에 SK이노베이션 계열 사장단은 연봉 2~30% 반납, 전 임원 오전 7시 출근 등 고강도 쇄신에 들어갔다.
SK그룹은 작년 초 리밸런싱에 본격 돌입하며 조직 재정비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정기 인사를 수개월 남겨두고 SK에코플랜트, SK스퀘어 등 일부 계열사 CEO가 교체된 바 있다. SK그룹은 수시 인사 기조를 유지하며 빠른 조직 안정과 실행 중심의 기업 문화 정착을 가속화한다는 전략이다.
‘실적부진’ SK이노, 앞으로의 방향은?

신규 선임된 추 대표이사는 장 총괄사장과 SK이노베이션과 E&S 사업 시너지를 가속화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또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온의 턴어라운드와 에너지 및 화학 사업 실적개선을 위해 리밸런싱과 운영개선(O/I)을 지속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장 총괄사장은 SK그룹 내 반도체 및 반도체 소재 사업의 성장 전략을 주도한 전략가로 투자 및 기업인수합병(M&A) 영역에서도 전문성을 입증해 왔다. 이번 인사를 통해 SK㈜ 대표이사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을 겸임한다는 전략이다.
핵심 과제는 실적 개선이다. 특히 SK온의 반등이 시급하다. SK온의 올해 1분기 영업적자 규모는 2993억원에 이른다. 앞서 이석희 SK온 사장은 지난해 초 취임 후 첫 임원 간담회에서 흑자 달성 시까지 연봉의 20%를 자진 반납하기로 하고, 임원들에게 오전 7시 출근을 권고하기도 했다.
실적 반등이 절실한 상황 속에서 추 대표이사와 장 총괄사장의 투톱체제가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업계에서는 올해도 SK그룹의 리밸런싱 전략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다.
이승웅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025년에도 그룹 내 리밸런싱이 이어질 것”이라며 “사업 및 포트폴리오 조정 효과로 재무구조 개선이 하반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 사장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에서 사임하지만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인재육성원위원회 위원장과 써니(mySUNI) 총장으로서 SK그룹 인재를 키우는 일에 힘을 쏟는 동시에 SK이노베이션 일본담당으로서 일본 내 사업기회 확보 등에 매진해 나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