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까지의 꽃이 배경이었다면, 이제는 전면에 나서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존재가 됐습니다

에버밴드 로즈가든에서 만난 이준규 에버랜드 식물콘텐츠그룹장이 한 말이다. 바이킹과 롤러코스터를 배경으로 300만 송이의 장미가 화려하게 만발했다. 올해로 40주년을 맞은 에버랜드 장미 축제가 다음 달 15일까지 진행된다. 특히, 올해는 사막여우를 비롯한 동화 같은 스토리가 담겨 있는 장미 콘텐츠를 다채롭게 체험할 수 있도록 준비해 방문객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28일 직접 찾은 에버랜드는 야외 활동을 하기 좋은 날씨에 나들이를 즐기려는 상춘객들이 끊이지 않았다.

‘로로티’로 돌아온 에버랜드 장미축제

에버랜드 로즈가든 전경. 사진=서다예 기자
에버랜드 로즈가든 전경. 사진=서다예 기자

에버랜드가 다음 달 15일까지 새로운 콘셉트의 장미 축제인 ‘로즈가든 로열 하이티’(Rose Garden Royal High Tea, 이하 ‘에버랜드 로로티’)를 선보인다. 축제의 주인공은 장미를 사랑하는 사막여우 ‘도나 D. 로지’로, 도나 D.는 장미들이 모여 사는 에버랜드 로로티의 가디언이자 장미 품종을 개량하고 가꾸는 장미 전문가인 로자리안(Rosarian)이다. 이 밖에도 홍학과 나비, 열쇠 등이 신비로운 판타지 세계관을 만든다. 축제는 한 달 간 장미가 만발한 로즈가든에서 파티 형식으로 펼쳐진다. 

이번 축제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유명 아티스트, 브랜드와의 콜라보 작품이다. 에버랜드 측은 “다양한 이들과의 콜라보를 통해 로즈가든 전체가 예술 정원으로 변신해 화려한 장미에 문화적 감성을 더했다”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장미성은 세계적인 일러스트 작가인 다라이송이 섬세한 드로잉으로 꾸민 파사드로 거대한 예술 작품으로 탈바꿈했다. 본래 해당 공간은 에버랜드가 웨딩 사업을 하던 시절, 신부 대기실로 쓰였던 공간으로 이번 축제를 맞아 새로운 공간으로 변신한 것이다. 이와 함께 독특한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갑빠오’ 작가와 협업한 초대형 사막여우 조형물(ABR)도 볼 수 있다.

아울러 에버랜드가 직접 개발해 일본에 수출한 ‘신품종 정원 장미’도 관람 포인트 중 하나다. 지금까지 꽃다발용 절화 장미는 해외 진출 사례가 있었으나, 땅에 심고 계속 키울 수 있는 정원용 장미는 기온 변화와 병충해 등으로부터 견뎌야 해 해외 진출이 쉽지 않았다. 이에 에버랜드는 2013년부터 신품종 국산 장원 장미 개발을 시작해 지금까지 총 40품종의 에버로즈(에버랜드 장미)를 개발했다. 특히 올해 축제에서는 에버로즈 향기존을 마련하고 장미 식재 면적을 확대하는 등 고객들의 경험 요소를 강화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관광객들은 곳곳에 있는 정원사들과 소통하며 꽃과 교감하는 방법도 배운다. 이준규 그룹장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관람객이 있는 시간에는 정원사들이 정원에서 일하지 못했었다”라며 “지금은 정원사도 정원을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은 꽃을 가꾸는 것뿐만 아니라 꽃을 ‘통역’하는 역할을 하며 방문객들의 감상을 돕는다”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로즈가든을 찾은 방문객은 곳곳에 위치한 키넥트아트, 증강현실(AR), 미러룸 등을 통해 에버랜드 로로티 세계관을 이색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5060 방문객’에 인기 만점

에버랜드 로즈가든을 즐기는 관람객과 로로티 장미축제에 맞춰 선보이는 애프터눈 티 세트. 사진=서다예 기자
에버랜드 로즈가든을 즐기는 관람객과 로로티 장미축제에 맞춰 선보이는 애프터눈 티 세트. 사진=서다예 기자

에버랜드는 올해를 시작으로 ‘로로티’ 컨셉의 장미 축제를 앞으로도 이어 나갈 계획이다. 초고령사회에 접어들며 인구 구조 변화는 시점, 장미정원을 통해 기존 주요 고객이었던 어린이층을 넘어 전 연령대의 방문객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배택영 리조트사업부장은 “노령화는 피할 수 없는 트렌드”라며 “예전에는 5060세대가 아이들을 데리고 테마파크에 방문하곤 했는데, 최근에는 중년 남성, 여성분끼리 오시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저희가 식물을 계속 어필하고 있는데, 장미정원은 에버랜드는 꼭 놀이기구를 타러 오는 곳이 아닙니다라는 명분을 제공해 드린 것 같다”라며 “상당히 고무적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장미공원을 기간에 한정한 시즈널 한 콘텐츠가 아닌 장미공원이라는 공간 자체를, 에버랜드를 대표하는 콘텐츠로 고객들에게 인지시켜 드리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에 에버랜드는 지난 3월, 국내 처음으로 사계절 정원 구독 서비스인 ‘가든패스(Garden Pass)’를 출시했다. 가든패스 고객은 연간 280일간의 방문 기간 중 원하는 시기에 지정된 횟수만큼 에버랜드와 정원, 체험 행사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에버랜드는 가든패스 출시에 앞서 매화·튤립·장미·단풍 등 계절별 대표 꽃과 정원이 가장 아름다운 시기에 맞춰 구독자들이 경험할 수 있는 식물 콘텐츠와 체험 행사를 마련했다. 실제 28일 낮에 방문한 에버랜드 로즈가든에서는 상당수의 5060 관람객을 볼 수 있었다.

축제와 함께 출시한 로로티 굿즈 상품 역시 어른 고객을 겨냥해 제작했다. 먼저 축제 기간 동안 로즈가든 옆에 위치한 쿠치나마리오 레스토랑에서는 유럽의 대표 문화인 애프터눈 티 세트를 맛볼 수 있다. 티 메뉴는 250년 전통 덴마크 왕실 도자기 브랜드 로얄코펜하겐의 티웨어 세트에 담겨 제공해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아울러 축제에 맞춰 출시된 70여 종의 굿즈는 우산, 양말, 유리컵 등 일상생활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굿즈를 비롯해 달작업실, 그레이쥬스 등 외부 브랜드와 협업한 콜라보 굿즈까지 다양하게 구성했다.

한편, 에버랜드 장미축제는 올해로 40주년을 맞았다. 에버랜드는 지난 1985년 국내 처음으로 꽃을 매개로 한 여가 문화인 ‘꽃축제’를 개최했다. 1976년 개장 이후 10년간 용인 지역의 기후에 적합한 장미 품종을 도입하고 보살펴 159품종 5000그루의 장미를 확보했고 이를 바탕으로 놀이시설과 동물원 위주의 놀이 문화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축제를 도입했다. 이후 지난 40년 동안 에버랜드는 장미축제를 통해 8000만 송이의 장미를 선보였으며 누적 방문객도 600만명을 넘어섰다.

여름철 대비 마친 에버랜드

에버랜드 판다월드에서 휴식을 취하는 판다 가족. 사진=서다예 기자
에버랜드 판다월드에서 휴식을 취하는 판다 가족. 사진=서다예 기자

장미정원 이외의 볼거리도 풍성하다. 여름을 맞아 ‘원피스’와 함께하는 워터 페스티벌부터 에버랜드의 마스코트인 쌍둥이 판다 ‘루이바오’와 ‘후이바오’까지 방문객의 눈을 사로잡을 다채로운 콘텐츠를 준비했다.

먼저 판다월드에서는 지난해 출생과 함께 ‘판다 신드롬’을 일으켰던 판다 쌍둥이 루이바오와 후이바오를 만나볼 수 있다. 지난 2023년 7월 탄생한 루이바오와 후이바오는 현재 엄마인 아이바오와 한 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강철원 주키퍼는 “180g과 140g으로 태어난 쌍둥이 판더는 지금 67kg, 65kg까지 성장했다”라며 “먹이도 아빠인 러바오와 비슷한 수준으로 먹고 있어 오는 8월, 9월쯤 엄마와 독립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현재 판다 가족 관람 시간은 10분으로 제한되어 있으며 평균 대기 시간은 주말의 경우 대략 60~70분 평일은 30~40분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더위에 취약한 판다의 특성상, 야외온도가 25도 이상이면 야외에 머물기 어려워 주로 낮에는 실내에서 생활하며 아침과 저녁 시간에는 야외에서 생활한다”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IP인 원피스와 함께하는 워터 페스티벌도 진행한다. 에버랜드는 6월 20일부터 8월 24일까지 ‘워터 페스티벌 여름 축제’를 연다. 에버랜드는 포시즌스 가든, 알파인 빌리지 등 약 2만제곱미터 부지에 국내 최초로 원피스 세계관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대규모 야외 테마 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한 루피, 조로, 상디, 쵸파 등 작품 세계관에 등장하는 밀짚모자 해적단 캐릭터별 테마존, 이벤트, 먹거리, 굿즈 등 오감 콘텐츠를 선보이며 실제 만화 속에 들어온 듯한 몰입감 있는 IP 체험을 선사한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매년 여름 물(water)을 주제로 축제를 펼치고 있는 에버랜드가 넓은 바다로 항해를 떠나는 여정을 그린 원피스 세계관과의 만남을 통해 고객들에게 시원하고 이색적인 경험을 제공하고자 이번 콜라보를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