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벤처스가 미국의 미래 기술 심장부에 과감한 투자 깃발을 꽂았다. 인공위성 개발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올리고스페이스와 복잡다단한 AI 에이전트들의 협업 시스템을 구축하는 자폰, 이 두 미국 기반 딥테크 스타트업이 그 주인공이다.

카카오벤처스는 29일 이들 기업의 시드 라운드에 참여, 첫 기관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투자 액수는 밝히지 않았지만, 이번 투자는 글로벌 기술 지형도를 바꿀 잠재력에 대한 카카오벤처스의 확신을 보여준다.

밤하늘을 수놓을 인공위성 하나를 우주로 쏘아 올리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특히 위성 설계와 제조 과정의 복잡성은 오랜 시간 발목을 잡아온 난제였다. 올리고스페이스는 이 거대한 장벽에 인공지능(AI) 기반 설계 자동화와 2D 판금 제조라는 혁신적인 해법을 들고나왔다.

먼저 위성이 수행할 임무 장비를 세심하게 설계한 뒤, 나머지 시스템 전체를 최적화하는 새로운 접근법이다. 마치 정교한 종이접기를 하듯, AI가 최적의 제조 가능 설계도를 순식간에 뽑아내면, 위성 제작 시간은 극적으로 줄어든다. 기존 방식이 운반체 사양에 임무 장비를 맞추느라 진땀을 뺐다면, 올리고스페이스의 방식은 시간은 3분의 1, 비용은 5분의 1까지 획기적으로 낮추는 마법을 부린다.

이러한 혁신의 뒤에는 MIT와 나사 제트추진연구소(NASA JPL)에서 탐사선부터 AI 우주 시스템까지 두루 연구한 제이콥 로드리게스 대표를 비롯해 스페이스X, 구글, 노스롭 그루먼 등에서 별을 향한 꿈을 키워온 최정예 멤버들이 있다. 이들의 탄탄한 실력은 첫 투자 유치전에서부터 미국의 명망 높은 스페이스테크 전문 투자사 럭스 캐피탈 등의 러브콜을 이끌어내며, 우주 발사체 시장의 새 시대를 열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한편, 인공지능의 세계에서는 또 다른 도전이 펼쳐지고 있다. 여러 AI 에이전트들이 마치 한 팀처럼 머리를 맞대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시대, 이들의 협업이 깊어질수록 연산량과 시스템의 복잡성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자폰은 바로 이 지점에서 해답을 찾고 있다. AI 두뇌들이 뒤엉키지 않고 최고의 성능과 안정성을 유지하며 협업할 수 있는 특수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들은 특히 보안성과 처리 속도가 뛰어난 러스트(Rust) 언어를 기반으로 삼아, 다중 AI 에이전트 환경에 최적화된 고성능, 고효율 인프라를 제공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내걸었다.

자폰의 여정은 스웨덴 왕립 공대 졸업 후 유럽과 미국을 넘나들며 창업 신화를 써온 노아 엘 대표와 오픈AI, 테슬라, ARM 등에서 운영체제부터 하드웨어까지 시스템 인프라의 최전선을 누빈 세계 정상급 엔지니어들이 함께하고 있다. AI 협업 생태계의 미래를 조각할 팀으로 평가받으며, 이번 투자 유치 후 불과 석 달 만에 미국과 유럽 주요 투자사들과의 후속 투자 논의를 마무리 짓고 있을 만큼 빠르게 성장 중이다.

카카오벤처스에게 이번 투자는 2024년 설정한 글로벌 전략 방향의 중요한 이정표다. 지난해 연구자 중심 네트워크를 넓히며 미국 현지 투자의 초석을 다진 카카오벤처스는 반도체 기술기업 에프에스투, 메드테크 기업 컴파스, 로봇 수술 기업 마그넨도 등에 신규 투자를 진행했고, AI 기반 투자 플랫폼 링크알파, 로보틱스 스타트업 콘토로 등에는 후속 투자를 이어왔다. 올해 역시 미래를 앞당길 선행 기술을 과감히 발굴하고 투자를 확대하며, 글로벌 기술 흐름을 가장 먼저 읽어내는 극초기 전문 벤처캐피탈로서 독자적인 길을 개척한다는 계획이다.

신정호 카카오벤처스 수석 심사역은 기술이 국경을 넘어 진화하는 시대인 만큼 좋은 팀을 찾기 위한 투자 역시 경계를 두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카카오벤처스가 미국 최상위 투자사들과 꾸준히 관계를 맺으며 현지 팀 투자를 적극 추진하는 동시에, 국내 기반의 글로벌 지향 팀에도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으로도 투자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는 투자사로서 초기 기술 투자의 지평을 넓혀나가겠다는 포부도 함께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