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넥스원이 공개한 실물 크기 자폭용 무인수상정. 사진=박상준 이코노믹리뷰 기자

2022년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글로벌 무기 시장의 판도를 바꿔놨다. 양측이 운용하는 드론이 서로의 헬리콥터를 격추하고 전차 장갑을 파괴하는 등 놀라운 실전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시장은 자연스레 무인화와 가성비에 초점을 맞춘 무기체계 개발로 방향을 잡는 모양새다.

바다에서는 어떨까. 더 무겁고 커다란 함포를 강조하던 화력 만능주의는 이미 냉전 시기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현대 해상전은 탐지와 회피, 무인화다.

이중 무인화에 집중한 새로운 무기체계가 MADEX 2025에서 소개됐다. LIG넥스원과 한화시스템이 각각 공개한 '자폭용 무인수상정'이다.

자폭이라고 하면 배에 폭약을 과적하고 “신은 위대하다”를 외치며 돌진하는 모습이 으레 떠오를 수 있지만, '무인'에 집중해야 한다. 첨단 기술이 집약된 바다의 드론인 셈이다.

LIG넥스원은 부산 벡스코 현장에 실물 크기 자폭용 무인수상함 목업을 전시했다. LIG넥스원 부스와 동떨어진 곳에 홀로 서있었는데, 웬만한 소형 보트와 맞먹는 크기인 만큼 부스 전시 규정을 맞출 수 없어 부득이한 선택이었다는 후문이다.

LIG넥스원의 자폭용 무인수상정. 2.75인치 비궁 발사대와 EO/IR 카메라를 탑재하는 등 자체 방어·회피 능력도 뛰어나다. 사진=박상준 이코노믹리뷰 기자

주목할 점은 선체가 3D프린팅으로 제작됐다는 점이다. 비용 절감과 대량 생산, 신속 제작에 초점을 맞춘 선택이다.

다음은 공격력이다. 저궤도 위성 안테나를 사용해 GPS 교란이 있어도 표적을 추적할 수 있다. 자폭에 사용되는 폭약은 약 250kg인데, LIG넥스원이 체계 개발과 제작을 담당한 해성 대함미사일의 탄두중량이 250kg임을 감안하면 함선 하나를 파괴할 위력은 충분히 나온다는 뜻이다.

저렴한 가격에 공격력까지 갖췄으니 ‘바다의 드론’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린다.

한화시스템의 자폭용 무인수상정 역시 뛰어난 자율운항 기술과 공격력을 갖췄다. AI 기반 표적 탐지 및 추적 기능을 탑재했다. 국방과학연구소(ADD)와의 협업으로 최대속도 50노트(약 93km/h)에 달하는 돌파능력도 갖출 예정이다. ADD 추산 가격이 척당 3억~4억원 수준으로, 경제성까지 잡았다. 현재 해성 대함미사일이 한발당 20억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이점이다.

한화시스템이 공개한 자폭용 무인수상정. 사진=박상준 이코노믹리뷰 기자
한화시스템이 공개한 자폭용 무인수상정. 사진=박상준 이코노믹리뷰 기자

양사 자폭용 무인수상정의 공통된 특징은 ‘군집형’이라는 점이다. 군집형 역시 드론에서 파생된 전략이다. 쉽게 말해 ‘물량공세’다. 저렴한 무인공격기를 일거에 운용해 하나씩 격추하기 어렵게 만들어 저비용 고효율 공격을 가능케 하는 방식이다.

말은 간단하지만 구현은 어렵다. 일괄 원격 무선 통제는 기본이고, 가까운 장애물 식별 기능과 아군 기체 간 충돌 방지 기능도 필수다. 양사는 저마다 개발한 군집 기동 기술을 적용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관계자는 “양사의 자폭용 무인수상정 기술력은 비슷한 수준”이라며 “두 회사 모두 해당 수상정을 유무인 복합체계(MUM-T)의 일환으로 소개하는 점도 공통점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자폭용 무인수상정의 효용성도 드론처럼 실전을 통해 실시간 검증되고 있다. 역시 우크라이나가 주인공이다. 러시아 초계함과 경비함이 한 척씩 당해 불귀의 객이 됐다. 초계함 한 척에 수천억원의 건조 비용이 들어가는 것을 감안하면 혁혁한 전과다. 향후에도 자폭하는 무인수상정에 대한 연구개발이 더 활발해질 예정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