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백화점, 편의점 등 전통적인 오프라인 유통채널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경기 불황이 길어지는 가운데 코로나 팬데믹과 1인 가구 증가 등 여파로 소비 방식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외형 확장을 통한 성장의 한계가 다 달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에 오프라인 유통채널을 중심으로 기존 점포를 폐점하고 매각하는 ‘슬림화’ 움직임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채널, 몸집 줄이기 나서

홈플러스가 임차료 조정 협상이 결렬된 17개 점포에 임차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사진=연합뉴스
홈플러스가 임차료 조정 협상이 결렬된 17개 점포에 임차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사진=연합뉴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가 최근 임차료 조정 협상이 결렬된 17개 점포에 임차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홈플러스는 전체 126개 점포 중 68개 점가 임차 점포다. 이중 회생절차 전 폐점이 결정된 4곳과 지방자치단체가 운영 중인 3곳을 제외한 61개 점포와 임차료를 30~50% 줄이는 협상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답변 기한인 지난 15일까지 17개 점포와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이들 점포에 계약 해지를 통보한 것이다.

계약 해지 대상 점포는 가양, 일산, 시흥, 잠실, 계산, 인천숭의, 인천논현, 원천, 안산고잔, 화성동탄, 천안신방, 천안, 조치원, 동촌, 장림, 울산북구, 부산감만 등이다. 만약 이번 조치로 17개 점포가 모두 문을 닫는다면 홈플러스의 점포 수는 109곳으로 줄어들며 대형마트 업계 3위인 롯데마트(111개)에 뒤처지게 된다. 또한, 현재 44개 점포의 경우 협상 진행 중으로 향후 계약 해지 점포는 더욱 늘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홈플러스뿐만이 아니다. 최근 오프라인 유통채널을 중심으로 수익성 개선을 위한 점포 폐점과 매각이 잇따르고 있다. 동아백화점과 NC백화점 등을 운영하는 이랜드리테일은 최근 대구·경북권의 동아백화점 수성점·강북점, NC 경산점 등 전국 3개 점포에 대한 부동산 매각을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뉴코아 인천논현점의 경우 6월 30일부로 운영을 종료한다. 계약 기간 만료를 앞두고 재계약 없이 폐점을 최종적으로 결정한 것이다.

이랜드리테일의 이번 점포 정리는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실제 이랜드월드가 최근 공시한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패션과 미래, 기타 부문 모두 매출이 전년 대비 증가하며 순항한 데 반해 유통 부문인 이랜드리테일의 실적은 크게 악화했다. 이랜드리테일의 매출액은 지난해 연결 기준 1조5648억원, 영업이익은 30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0.4%, 41.9%나 줄었다.

지난해 연말까지 백화점을 매섭게 추격하며 오프라인 유통채널의 신흥 강자로 부상한 편의점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편의점 점수 수는 5만4852개로 지난해 대비 68개 감소했다. 연간 기준 편의점의 점포 수가 줄어든 것은 1988년 편의점 산업이 태동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구체적으로 편의점업계 양대 산맥인 GS25와 CU의 경우 점포 수가 늘었지만,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는 지난해 각각 978개와 468개의 점포를 정리했다.

오프라인 유통 수난 시대, 이유는?

27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서 한 시민이 간식거리를 구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7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서 한 시민이 간식거리를 구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처럼 오프라인 유통채널들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업계 관계자들은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 변화를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한다. 내수가 장기화하며 소비자들이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을 뿐 아니라 코로나 팬데믹, 1인 가구 증가의 여파로 이커머스를 통해 물건을 구매하는 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산업의 경우 내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는데, 소비 부진이 길어지다 보니 버티지 못하는 점포, 기업들이 늘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쏘아 올린 물류 혁신으로 익일 배송을 넘어 당일 배송까지 가능해지며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우유 하나를 사더라도 마트가 아닌 온라인을 통해 장을 보는 이들이 늘고 있다”라며 “손님이 찾지 않는데, 임대료와 관리비를 유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라고 토로했다.

이와 함께 높은 관리비도 오프라인 유통채널의 어려움을 가중하는 원인 중 하나다. 물가 상승과 함께 임대료를 비롯한 인건비와 전기료 등 매장 운영 비용이 증가하고 있지만, 정작 방문객 수와 매출은 답보 상태이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34.6% 급감하며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 든 GS리테일은 실적 공시와 함께 “사업별 판관비 증가 등이 영향을 끼쳤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실제 오프라인 유통채널의 점유율 하락은 지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지난 3월 유통업체 전체 매출은 15조900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같은 기간 대비 9.2% 늘었지만, 정작 같은 기간 오프라인 채널의 성장률은 뒷걸음질 쳤다. 구체적으로 이 기간 온라인 채널은 19% 성장한 반면, 오프라인 채널은 0.2% 역성장했다.

전망도 밝지 않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올해 소매시장 성장률은 0.4%로 예상된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크게 침체했던 202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이러한 분위기 속 오프라인 유통채널의 ‘슬림화’ 작업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오프라인 유통채널 관계자는 “결국 관건은 수익성”이라며 “고정비 대비 매출이 잘 안 나오는 지점을 정리하고 특화 매장, 잘 되는 상권에 집중하는 현상은 업종 관계없는 흐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