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정력 수업> 캐스 선스타인 지음, 신솔잎 옮김, 윌북 펴냄.
무엇을 결정할 것인가? 그보다 먼저 결정해야 할 게 있다. 바로 어떻게 선택할 것인가다. <넛지>의 공동 저자인 캐스 선스타인은 <결정력 수업>에서 리더십, 판단, 선택의 본질을 근본부터 되짚는다.
선스타인에 따르면, 리더는 단지 많은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 아니다. ‘어떻게 결정할지를 결정하는 사람’이다. 리더는 ‘A냐 B냐’가 아니라 먼저 ‘누가, 언제, 어떤 기준으로, 어떤 절차를 거쳐 결정할 것인가’를 결정한다. 이를 ‘이차적 결정(Second-order decision)’이라는 개념으로 풀어낸다.
일상적인 소비 선택부터 사회적 신념, 정치 양극화, AI 시대 알고리즘의 판단까지 다양한 사례를 제시한다. 인간이 얼마나 쉽게 감정, 직관, 선입견, 외모 같은 비합리적 요소에 흔들리는지 구체적인 연구 결과를 통해 보여준다.
대표적인 사례가 ‘머그숏 편향’이다. 피고인 사진이 단정할수록 판사가 석방 결정을 내릴 확률이 높아진다. AI는 재범 위험이 높은 피고인을 구속했다. 그러나 판사는 이 가운데 45.8%를 석방했다. 석방된 이들 중 62.7%는 범죄를 다시 저질렀다. 판사의 오판 비율은 30%에 이른다. 본능이나 선입견 때문에 더 위험한 결정을 내리는 경우다.
저자는 AI 만능론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알고리즘도 인간이 만든 데이터를 학습하므로 편향이 생길 수 있다. AI가 판단을 보조할 수는 있지만, 최종 판단은 결국 인간에게 달려 있다는 것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결정력’이다. 정보의 양보다 중요한 건 ‘정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하느냐’다.
그러면 우리는 정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무엇을 믿는가? 저자는 “당신이 무언가를 믿는 이유는 그것을 믿고 싶어서일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기후변화 인식 차이를 예로 든다. 2024년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상 상승했다. 이처럼 명확한 사실도 기후 위기 부정론자의 믿음을 바꾸지 못했다.
이처럼 사람들은 자신이 듣고 싶은 정보만 받아들이고 기존 신념을 강화한다. 이런 심리 매커니즘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이런 매커니즘은 정치적 양극화나 음모론, 가짜뉴스 확산과도 깊이 연결된다. 선스타인은 이 현상을 정보 처리에 초점을 맞춰 ‘비대칭적 갱신(asymmetrical updating)’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우리가 더 나은 결정을 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이차적 결정’ 제안한다. 무엇을 결정(2차 결정)하기 전에, 그 결정을 ‘어떤 방식으로, 누구와, 어떤 기준으로 내릴지를 먼저 결정하는 것’(1차 결정)이다.
예컨대 정보가 부족할 때는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거나, 큰 결정을 여러 단계로 나눠보는 것도 방법이다. 한 걸음 물러서 숙고하는 이 전략은 감정과 편향을 넘어서 합리적인 판단에 도달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래서 신중한 리더들은 ‘이 결정을 어떤 방식으로 내릴 것인가?’를 먼저 묻는다는 것이다.
결정이란 순간의 행위가 아니라 그 앞과 뒤 모두를 아우르는 복합적인 과정임을 저나는 강조한다. 인간에게는 이성과 감정이 공존한다. 의사결정도 숫자나 통계만으로는 할 수 없다. 그렇기에 올바른 결정에는 전략이 필요하다. ‘결정력’은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할 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