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매 분기 최고 실적을 갈아치우며 매섭게 질주하는 가운데, 이에 맞서기 위한 업계 내 ‘합종연횡’이 확대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편의점 CU는 네이버와 손잡고 ‘네이버 지금배달’ 서비스에 입점했고 CJ ENM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티빙과 배달의 민족은 다음 달 통합 멤버십 서비스를 선보인다. 유통가의 이러한 움직임은 쇼핑뿐 아니라 OTT, 배달, 명품으로까지 범위를 넓히고 있는 쿠팡에 맞서 각 분야에서의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쿠팡, 소비 부진에도 1분기 실적 경신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경기 침체로 소비 부진이 이어지는 와중에서 1분기 최고 실적을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쿠팡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79억800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1.1% 증가했다. 시장 지배력도 커졌다. 데이터플랫폼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가 집계한 올해 1분기 쿠팡의 신용·체크카드 추정 결제금액은 9조2976억원으로 주요 10개 사를 합산한 금액의 63.3%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1분기 집계된 57.3%보다 6% 늘어난 수치다.
주목할 점은 쿠팡은 기존의 유통 서비스 이외에도 OTT(쿠팡플레이), 배달앱(쿠팡이츠), 명품(알럭스), 신선식품(로켓프레시) 등 부가적인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쿠팡의 이 같은 움직임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멤버십 고객이 빠져나가지 못하는, 이른바 ‘락인(Rock in)’효과를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불황기에 같은 가격으로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쿠팡의 이러한 전략은 더 강력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쿠팡플레이는 서비스 강화 차원으로 6월부터 무료 회원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해당 서비스는 기존 쿠팡 멤버십 회원에게만 무료로 제공됐으나, 이를 일반 회원으로까지 확대하는 것이다.
쿠팡 멤버십 회원이라고 밝힌 이경수(57세)는 “평소에 쇼핑을 잘하는 편은 아니다”라면서도 “쿠팡플레이로 스포츠 경기를 시청하거나 주말에 가족들과 함께 배달 음식을 시켜 먹을 때 쿠팡이츠를 사용해 멤버십을 끊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각각의 서비스를 따로 구독할 필요 없이 한 번에 해결되니 손이 자주 가게 된다”라고 덧붙였다.
반면, 쿠팡 멤버십 회원이 아닌 한혜성(26세)씨는 “쇼핑할 일이 많이 없어 필요할 때마다 가족 아이디를 쿠팡의 제휴 서비스를 이용하곤 했는데, 쿠팡플레이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면 가입할 의향이 있다”라고 밝혔다.
유통가 동맹 ‘선택 아닌 필수’

이러한 상황에 유통업계는 각 분야 내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동맹을 확대하는 분위기다. 아울러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 주는 기업과 손잡을 경우,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반응이다.
대표적으로 CJ ENM이 운영하는 OTT 플랫폼 티빙과 배달의 민족(이하 배민)은 다음 달 2일 ‘배민클럽-티빙’ 결합 상품을 출시한다. 배달의 민족이 지난해 9월 출시한 구독 상품인 ‘배민클럽’ 서비스에 티빙을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멤버십 상품을 추가하는 방식이다. 서비스 출시를 기념해 8월까지 3개월간 ‘첫 달 추가 구독료 100원’ 이벤트도 진행한다.
한편, 배민 멤버십이 OTT 콘텐츠와 결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와우 멤버십’을 매개로 시장 내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쿠팡이츠를 견제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분석한다. 실제 쿠팡이츠는 멤버십 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한 무료 배달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요기요’를 제치고 업계 2위에 올랐다. 월간활성이용자(MAU)는 올해 1000만명을 돌파하며 1년 만에 2배 수준으로 늘었다.
유통 대기업들도 업무 효율화를 목적으로 연합 전선 구축에 나섰다. 주인공은 신세계그룹과 CJ그룹이다. 지난해 6월 신세계그룹과 CJ그룹은 유통·물류·식품 부문의 협업을 골자로 한 ‘사업 제휴 합의서’를 체결했다. 협약 체결로 신세계그룹의 이커머스 계열사인 G마켓과 SSG닷컴은 CJ대한통운 ‘오네’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다. 아울러 신세계의 신세계포인트와 신세계유니버스클럽, CJ의 CJ ONE 포인트 멤버십 혜택도 공유하기로 했다. 또 CJ제일제당과 이마트는 협업 상품을 개발하고 콘텐츠 분야에서의 협업도 이어간다.
오프라인 플랫폼인 편의점 CU는 지난 15일 네이버와의 전략적 제휴를 발표했다. ‘네이버 지금배달’ 서비스를 통해 CU의 상품을 구매할 경우, 퀵커머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소비자가 반경 1.5㎞ 내 CU 매장에서 총 1만원 이상 제품을 구매하면 3000원에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며, 2만원 이상은 3000원 할인 쿠폰을 제공해 사실상 배달료를 없앴다.
이 밖에도 신선식품 플랫폼 컬리와 네이버가 연내 서비스 게시를 목표로 업무 협약을 추진한 한편, G마켓은 C커머스 대표주자인 알리익스프레스와 합작법인 설립 절차를 밟는 중이다.
유통가의 이러한 움직임은 내수 부진으로 실적 악화를 겪고 있는 와중에, 상호 간 협력을 통해 수익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안승호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의 상황에 따라 업무 협약을 맺는 이유는 천차만별”이라면서 “가장 큰 이유는 고객 기반 확장으로 기존에 접근하지 못한 고객층에 자사를 알릴 수 있는 것이 이점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굳어진 이미지 변화나 유통 채널 다변화, 새로운 상품군 접근 등도 최근 이는 유통가 동맹의 원인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