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넥스원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한 천궁-Ⅱ가 아랍에미리트(UAE) 공식 석상에서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UAE는 천궁-Ⅱ공식 도입으로 미국 사드와 패트리엇과 함께 대공 체계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3일 업계에 따르면 UAE는 천궁-Ⅱ 도입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걸프 지역에 배치했다고 발표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에도 추가로 천궁-Ⅱ가 배치될 예정이며 루마니아, 필리핀, 말레이시아와는 추가 협상이 진행 중이다.

방산 업계는 패트리엇 미사일보다 천궁-Ⅱ가 더 저렴하면서도 수출 제한 등이 적기 때문에 중동 지역에서 더 많은 관심을 불러모을 것이라고 전망 중이다.

국내 한 포대에서 천궁-2 운용병들이 작전을 위해 뛰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한 포대에서 천궁-2 운용병들이 작전을 위해 뛰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천궁Ⅰ,Ⅱ 차이점 살펴보니

당초 천궁은 중거리·중고도 항공기 방어를 담당하던 호크 미사일을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져 2013년부터 대체 배치가 시작됐다.

항공기, 순항미사일 등 공중 표적을 목표로 하나 탄도탄 요격도 불가능했고 전방 측추력기로 초기 선회만 지원했다.

유도탄 천궁 사진=이코노믹리뷰 DB
유도탄 천궁 사진=이코노믹리뷰 DB

이에 비해 천궁-Ⅱ는 항공기뿐만 아니라 하층 탄도미사일까지 요격할 수 있도록 탄도탄 방어 능력이 추가됐다. 탄도탄 요격을 위한 교전 통제 기술과 다기능 레이다 탄도탄 추적 기술도 적용됐다.

레이더 역시 천궁-Ⅰ은 항공기 추적 중심의 레이더였다면 천궁-Ⅱ는 탄도탄 추적 기능이 강화된 성능 개량형 AESA 레이더를 적용한다.

탄두와 격추 방식도 다르다. 기존 천궁-Ⅰ의 경우 목표 표적을 향해 일정한 거리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폭발하는 근접신관으로 파편을 표적 방향으로 쏟아내 목표를 격추하는 방식이었다.

합참이 공군 미사일방어사령부 전력이 참가한 유도탄 요격 실사격 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유도탄 요격 실사격 훈련에서 천궁-Ⅱ 지대공유도탄이 가상의 표적을 향해 발사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합동참모본부
합참이 공군 미사일방어사령부 전력이 참가한 유도탄 요격 실사격 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유도탄 요격 실사격 훈련에서 천궁-Ⅱ 지대공유도탄이 가상의 표적을 향해 발사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합동참모본부

반면 천궁-Ⅱ는 위력 증강형 탄두를 탑재해 유도탄에 직접 충돌·파괴하는 '히트 투 킬' 방식이다. 더 강한 위력으로 목표 탄도미사일을 직격해 파괴함으로써 잔해가 낙하해 발생하는 2차 피해도 줄일 수 있게 됐다. 유도탄 전방부에 다수의 측추력기를 설치해 360도 전방위 추력 조절이 가능하며 표적의 실시간 위치 데이터를 받아 인공지능(AI) 기반 예측 알고리즘으로 최적의 추력 방향도 계산한다.

두 무기의 사거리와 고도는 각각 약 40㎞, 15~20㎞로 같고 요격미사일을 발사대 위로 10m 이상 튀어 오르게 한 뒤 로켓을 점화하는 콜드론칭 방식의 발사 방식도 동일하다. 다만 천궁-Ⅱ 발사를 천궁-Ⅰ 발사대에서도 할 수 있는 점은 큰 장점으로 꼽힌다.

한편 대한민국 공군에서도 천궁-2가 실전 배치된 모습이 지난해 3월 공개되기도 했었다. 지난 2020년 호크 미사일이 최종 퇴역한 지 불과 4년 만의 성과다.

싸고 확실하다… K-방산의 '효자'로

2021년 2월 열렸던 UAE 국제방산전시회 IDEX를 방문한 현지 군 관계자에게 LIG넥스원 담당자가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 II'를 소개하고 있다. 출처=LIG넥스원
2021년 2월 열렸던 UAE 국제방산전시회 IDEX를 방문한 현지 군 관계자에게 LIG넥스원 담당자가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 II'를 소개하고 있다. 출처=LIG넥스원

천궁-Ⅱ의 또 다른 강점은 가격이다. 천궁-II의 가격은 미국 패트리엇 미사일의 약 4분의 1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패트리엇 포대 1개의 생산 비용은 10억 달러(약 1조2000억원)이며, 미사일 한 기당 가격은 300만달러(약 38억원)에서 400만달러(약 52억원) 정도다. 대략 15억에서 17억원 정도에서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것이다.

납기도 빨라 당장 무기 도입이 필요한 중동의 러브콜을 받았다. 동아시아, 북아프리카, 동유럽 쪽에서도 협상이 진행 중이다.

탄도탄 요격하는 천궁 II. 출처=방위사업청
탄도탄 요격하는 천궁 II. 출처=방위사업청

이 같은 호실적에 미래에셋증권은 천궁-Ⅱ가 오는 2032년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분야에서 27.5%의 시장 점유율로 세계 1위를 차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패트리엇 미사일 점유율 24.9%(2위), 러시아 S-400 20.6%(3위)보다 앞선 수치다.

다만 일각에서는 천궁-Ⅱ와 패트리엇 미사일은 각자 지향하는 바가 달라 천궁-2가 패트리엇을 대체하기보단 두 체계가 함께 공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직 군 관계자는 "천궁과 패트리엇은 중거리, 장거리 대응 체계로 대공포병 양성 과정, 목표 표적, 중심 배치 부대조차 확연히 다르다"며 "한반도 실정만 따져본다면 중거리 요격 체계인 천궁이 더 적합하다"고 말했다.

천궁-Ⅲ도 개발 착수 시작

천궁Ⅱ 발사대 모습. 사진=대한민국 공군
천궁Ⅱ 발사대 모습. 사진=대한민국 공군

한편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지난달 30일 천궁-Ⅲ(M-SAM Block Ⅲ) 시제 제작업체 선정을 위한 시제제안서를 공모했다. 총 2조8300억원을 투입해 2028년 초도 전력화, 2034년 사업 완료를 목표로 한다.

사거리와 요격 고도를 높이는 것을 1차 목표로 개발 중이다. 사거리는 약 2배로 늘어나며 고도도 50km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방산업계는 천궁-Ⅲ가 천궁-Ⅱ보다 동시 교전 능력은 5배로 늘어나고 방어 면적도 4배가량 넓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고속 표적 대응을 위한 최첨단 기술도 반영된다.

특히 한국형 미사일 방어 체계(KAMD)가 천궁-Ⅲ로 화룡점정을 찍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KAMD는 현재 사드, L-SAM, 패트리엇 등으로 이뤄져 있다. 여기에 천궁-3이 본격 도입되면 상층 L-SAM, L-SAM-II(100km 이상), 하층 PAC-3/천궁-Ⅱ(20km 이하)와 연계해 고도 50km 이하의 방어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업계 관계자는 "천궁-Ⅲ가 전력화 시 KAMD의 하층 방어를 더 강화하는 데 일조할 것"이라며 "극초음속 활공체와 미사일까지 요격할 수 있는 수준까지 개발돼 방산 수출과 대공 체계 보완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