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배터리 업체 중국 CATL 홍콩증시 상장. 사진 = 연합뉴스.
세계 최대 배터리 업체 중국 CATL 홍콩증시 상장. 사진 = 연합뉴스.

올해 글로벌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최대어'로 꼽히는 중국의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업체 닝더스다이(CATL)가 홍콩 증시 상장 첫날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며 6조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했다.

21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CATL은 전날 홍콩 증시에서 공모가(263홍콩달러) 대비 16.42% 오른 306.2홍콩달러에 상장 첫날 거래를 마쳤다. CATL은 이번 상장을 통해 6조3000억원(46억달러)이 넘는 자금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초과 배정 옵션을 행사할 경우 총 조달액은 7조3000억원(53억달러)까지 불어날 수 있다.

딜로직에 따르면 이번 CATL의 홍콩 상장 규모는 올해 전세계 IPO 중 가장 큰 규모다. 이전까지 최대 규모였던 일본의 JX어드밴스드메탈즈(29억8000만달러)보다도 훨씬 큰 규모이며, 한국 기업 중 최대인 LG CNS(8억2000만달러)보다도 압도적이다.

애초에 5조6000억원 상당을 조달할 계획이었으나 예상보다 수요가 높아 규모를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조달 자금의 90%가량은 헝가리 공장 건설에 투입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2027년까지 완공 예정인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CATL은 유럽 시장을 더욱 확장할 전망이다.

이번 IPO 과정에는 중국석유화공(시노펙)과 쿠웨이트투자청, 카타르투자청,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 오크트리캐피털 등이 주요 투자자로 참여했다. 공모 청약의 1억2540만주는 기관투자자에, 1016만주는 홍콩 개인투자자에게 매각됐다.

이 과정에서 미국 개인투자자의 공모 참여를 제한하는 '레귤레이션 S' 방식이 활용되기도 했다. IPO 주관사는 중국국제금융공사(CICC)와 더불어 뱅크오브아메리카,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JP모건 등이 맡았다.

CATL이 홍콩증시에 입성하면서 국내 개인투자자들에게도 CATL 직접투자의 길이 열렸다. CATL은 2018년 중국 본토 선전증권거래소에 상장했지만, 이는 선전증시와 홍콩증시를 잇는 '선강퉁 제도'에 포함되지 않아 외국인 개인투자자들의 매수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번 CATL의 IPO는 미중 갈등과 미국의 규제라는 악재 속 이뤄낸 것으로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미 국방부는 올해초 CATL을 중국군 지원 기업으로 지정했고, 미 의회는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미국 주요 투자은행들에게 CATL IPO 업무에서 철수하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CATL은 이런 상황을 고려해 미국 내 투자자에게 판매를 제한하고, 특정 미국 규제에 대한 보고 의무를 면제받는 '레그 S 오퍼링' 방식을 선택했다.

이러한 제약에도 불구하고 CATL의 IPO가 크게 흥행할 수 있었던 배경은 전기차 전환 흐름에서의 시장 주도력을 투자자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CATL은 테슬라, 폴크스바겐, 포드, 메르세데스-벤츠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약 38%의 점유율로 2위 BYD를 큰 차이로 앞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