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전쟁이 잠시 숨을 고르는 듯했으나, 중국 기업 화웨이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금 양국 관계에 불을 지피고 있다. 미국이 화웨이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사용에 대해 전 세계적인 경고장을 날리자, 중국은 이를 '제네바 합의 훼손'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미중 패권전쟁의 거대한 불씨는 언제나 화웨이였다. 그리고 이제 또한번 화웨이 쇼크가 시작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자연스럽게 격화되는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생존을 넘어 재기를 모색하는 화웨이의 생존법이 눈길을 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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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판 뒤집기?
최근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전 세계 어디서든 화웨이의 AI 반도체 '어센드(Ascend)' 시리즈를 사용할 경우 미국의 수출 규제를 위반하는 것으로 간주한다는 지침을 내렸다. 사실상 화웨이 AI 반도체에 대한 글로벌 사용 금지령으로 해석된다.

화웨이의 AI 기술 생태계 확장에 제동을 걸려는 의도다. 미중 양국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만나 고율 관세 상호 인하 등 무역 합의를 발표한 지 불과 이틀 만에 나온 지침이라 특히 파장이 크다.

중국 상무부와 외교부는 즉각적이고 강력한 어조로 반발했다. 

허야둥 상무부 대변인은 "미국 상무부의 지침은 차별적이며 시장을 왜곡하는 행위"라며 "그릇된 행동을 바로잡을 것"을 요구했다. 나아가 중국의 정당한 권익 수호를 위한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임을 경고했다. 그는 이어 "일방적인 보호주의로 타국을 억제하고 고립시키려는 시도는 결국 미국 산업의 경쟁력까지 약화시키며, 자승자박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린젠 외교부 대변인 역시 "미국은 중국 기술 기업과 AI 산업에 대한 근거 없는 억압을 중단하라"고 촉구하며, 중국 기업의 합법적 권익 보호를 위한 확고한 조치를 예고했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소용돌이, 시련과 기회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은 단순한 무역 마찰을 넘어 5G 이동통신,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미래 산업의 주도권을 둘러싼 격렬한 다툼으로 확전되고 있다. 그리고 화웨이는 이 거대한 경쟁의 한복판에서 가장 직접적이고 강력한 압박을 받아왔다. 

미국 정부의 대중국 기술 견제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시작되어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일관되게 유지되며 더욱 정교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초기 제재는 화웨이의 핵심 사업인 통신 장비 및 스마트폰 사업을 직접 겨냥했다. 실제로 미국 상무부는 2019년 5월 화웨이와 그 계열사들을 수출 제한 명단(Entity List)에 등재하여 미국 기업과의 거래를 사실상 차단한 바 있다. 이 조치는 구글 모바일 서비스(GMS) 사용 중단으로 이어져 화웨이 스마트폰의 해외 시장 경쟁력에 치명타를 입혔고, 동시에 주요 반도체 공급망으로부터의 배제로 이어졌다.

2020년에는 제재 범위가 더욱 확대되어 미국 기술을 활용해 해외에서 생산된 반도체조차 화웨이에 공급할 수 없게 되면서 타이완의 TSMC와 같은 핵심 파운드리로부터의 첨단 칩 조달 길이 완전히 막히는 상황에 이르렀다.

최근 미국의 제재는 중국의 첨단 AI 반도체 개발 및 관련 제조 장비 접근을 차단하는 데 더욱 집중되고 있다. 당장 2022년 제정된 미국의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은 이러한 전략의 연장선상에서 미국 내 반도체 생산 역량 강화와 동시에 중국의 군사적 및 기술적 발전을 억제하려는 의도를 명확히 드러냈다. 

그 연장선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이 미국 상무부가 화웨이의 AI 반도체 '어센드' 시리즈가 전 세계 어디에서든 사용될 경우 미국의 수출 통제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경고한 것은 특정 제품을 넘어 중국의 AI 기술 생태계 전반을 겨냥한 압박으로 해석될 수 있다. 미국의 제재가 단순한 기업 제재를 넘어 국가 간 기술 경쟁의 핵심 도구로 활용되고 있음을 명백히 보여주며, 이러한 압박은 AI, 양자컴퓨팅 등 차세대 기술 분야로까지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다만 흥미로운 지점은 이러한 압박이 역설적으로 중국으로 하여금 기술 자립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하게 하고, 국가적 차원의 지원과 투자를 통해 자체 기술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노력을 가속화시키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미국의 강력한 기술 압박에 직면한 중국은 기술 자립을 국가적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특히 반도체와 같은 핵심 기술 분야에서의 자급자족 역량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중국제조 2025'와 같은 장기 발전 계획을 통해 2025년까지 핵심 부품 및 소재 자급률 70% 달성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막대한 규모의 국가 반도체 펀드를 조성하여 국내 반도체 산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5월에는 약 66조 4천억 원(약 475억 달러) 규모의 3차 국가 반도체 펀드 추가 조성이 발표되었으며 이는 반도체 기술 및 장비 국산화에 집중 투자될 계획이다.

화웨이는 이러한 중국의 기술 자립 전략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자체적으로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기린(Kirin)', AI 반도체 '어센드(Ascend)', 서버용 CPU '쿤펑(Kunpeng)' 등을 개발하고 독자 운영체제인 '하모니OS(HarmonyOS)'를 구축하는 등 핵심 기술 내재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단기적 대응을 넘어 중국 기술 생태계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목표로 하는 장기적 포석으로 이해된다. 중국 정부는 화웨이를 필두로 한 자국 기업들이 기술 자립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자금 지원, 기술 노하우 공유, 생산 공정 개선 지원, 그리고 내수 시장에서의 우선 구매 정책 등 다각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MWC25 화웨이 모바일 부스. 사진=최진홍 기자
MWC25 화웨이 모바일 부스. 사진=최진홍 기자

제재 딛고 일어선 화웨이의 저력과 전략적 재편
미국의 전방위적인 제재 압박 속에서도 화웨이는 생존을 넘어 성장을 모색하며 놀라운 회복탄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핵심 기술에 대한 과감하고 지속적인 투자, 사업 포트폴리오의 전략적 재편, 그리고 강력한 내수 시장 및 중국 정부의 지지에 힘입은 결과로 풀이된다.

물론 2019년부터 본격화된 미국의 제재는 화웨이의 사업 전반에 걸쳐 심대한 타격을 입혔다. 특히 스마트폰 사업은 구글 모바일 서비스(GMS) 사용 불가와 첨단 반도체 공급 중단으로 인해 그야말로 존폐의 위기에 놓였다. 2021년 화웨이의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28.6% 급감했고, 한때 글로벌 시장 선두를 넘보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또한 크게 하락하며 위기감이 고조되었다.

이러한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 대응하여 화웨이는 몇 가지 핵심적인 전략적 재조정을 단행했다. 

첫째, 연구개발(R&D) 투자를 비약적으로 확대하여 자체 기술력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제재로 인해 외부 기술 도입이 어려워지자 반도체, 운영체제(OS) 등 핵심 기술의 내재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막대한 자원을 투입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화웨이는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이 세계 최고 수준인 기업 중 하나로 이러한 기조는 미국의 제재 이후 더욱 강화되었다. 2023년 화웨이의 R&D 지출은 1,647억 위안으로 연간 매출의 23.4%에 달했으며, 이는 삼성전자의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2023년 기준 약 10.9%)의 두 배가 넘는 압도적인 수치다. 

2024년에는 1,797억 위안을 투자하여 매출의 20.8%를 R&D에 할애했다. 지난 10년간(2024년까지) 화웨이의 누적 R&D 투자액은 1조 2,490억 위안이라는 천문학적인 규모에 이른다. 화웨이 전체 임직원의 절반 이상(약 55%)이 R&D 인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 세계 80여 곳에 연구센터를 운영하며 핵심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둘째,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데 주력했다. 기존의 통신 장비 및 스마트폰 사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클라우드 컴퓨팅, 디지털 전력, 그리고 특히 지능형 자동차 솔루션(IAS)과 같은 신사업 분야로 적극적으로 진출했다. 

셋째, 공급망 재편을 통해 외부 충격에 대한 방어력을 높였다. 미국의 제재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이탈이 불가피해지자, 화웨이는 수천 개에 달하는 부품을 중국산으로 대체하고 제품 설계를 변경하는 등 국내 공급망 구축에 박차를 가하며 외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이러한 전략적 재조정은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라는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사업 다각화는 단순히 위험을 분산하는 차원을 넘어 화웨이의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을 확보하는 핵심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자동차 솔루션 사업의 폭발적인 성장은 이러한 전략이 성공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그 결과 화웨이는 최근 몇 년간 재무적으로 괄목할 만한 회복세를 보이며 성장 동력을 키우고 있다. 

실제로 화웨이는 2023년 전년 대비 9.63% 증가한 7,042억 위안(약 131조 원)의 총 매출을 기록했으며, 순이익은 870억 위안(약 16조 원)으로 전년 대비 144.5% 급증하는 인상적인 성과를 달성했다. 이러한 성장은 소비자 사업 부문(매출 2,515억 위안, 17.3% 성장)의 회복과 더불어 ICT 인프라 부문(3,620억 위안, 2.3% 성장), 클라우드 컴퓨팅 부문(553억 위안, 21.9% 성장), 디지털 전력 부문(526억 위안, 3.5% 성장), 그리고 지능형 자동차 솔루션 부문(47억 위안, 128.1% 성장)의 고른 성장에 힘입은 결과이다.

2024년에도 이러한 성장세는 이어졌다. 총 매출은 전년 대비 22% 증가한 8,621억 위안(약 174조 6천억 원)을 기록했다. 다만, 순이익은 626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28% 감소했는데, 이는 "미래 지향적 투자"에 따른 것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장기적인 기술 자립과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적 투자의 결과로 해석될 수 있으며 단기적인 수익성 악화를 감수하더라도 미래 성장 동력 확보와 기술적 독립을 위한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사업 부문별로는 특히 지능형 자동차 솔루션 부문이 전년 대비 474.4%라는 경이로운 성장률을 기록하며 264억 위안의 매출을 달성했고, 처음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새로운 캐시카우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소비자 사업 부문 역시 회복세를 지속했으며, ICT 인프라 부문은 4.9%, 클라우드 부문은 8.5%, 디지털 전력 부문은 24.4% 성장하며 각 사업 영역에서 꾸준한 성과를 나타냈다.

1분기 실적은 더욱 고무적이다. 화웨이는 해당 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무려 564% 급증한 196억 5천만 위안(약 3조 7,395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히며, 화웨이의 전략적 투자가 본격적으로 성과를 내기 시작했음을 시사했다. 특히 자체 개발 스마트폰의 성공적인 시장 복귀와 신사업 부문의 괄목할 만한 성장이 이러한 순이익 급증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MWC25의 화웨이 부스. 사진=최진홍 기자
MWC25의 화웨이 부스. 사진=최진홍 기자

살아남는 법은?
화웨이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할 전망이다.

1차 미중 패권전쟁 후 가장 극적인 부활을 알린 곳은 역시 소비자 사업 부문, 특히 스마트폰 사업이다. 무엇보다 2023년 하반기 출시된 '메이트 60(Mate 60)' 시리즈는 화웨이 스마트폰 사업 부활의 결정적인 전환점이 되었다.

화웨이의 반도체 설계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이 설계하고 중국의 대표 파운드리 업체 SMIC가 7나노 공정으로 생산한 것으로 알려진 '기린 9000S' 칩이 탑재되어, 미국의 첨단 반도체 제재를 기술적으로 극복했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더했다. 

독자 운영체제인 '하모니OS(HarmonyOS, 훙멍OS)' 생태계의 확장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구글 안드로이드에 대한 접근이 차단된 이후 화웨이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하모니OS는 초기 버전이 안드로이드 오픈소스 프로젝트(AOSP)를 기반으로 하여 호환성을 유지했지만, 2023년 말에서 2024년 초에 공개된 '하모니OS 넥스트(HarmonyOS NEXT)'는 자체 개발 커널을 기반으로 안드로이드 앱과의 호환성을 완전히 제거해 완전한 기술적 독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모니OS 생태계는 빠르게 확장되어 2025년 3월 기준으로 하모니OS를 탑재한 기기는 10억 대를 넘어섰으며, 중국 내 모바일 운영체제 시장 점유율은 18%, 사물인터넷(IoT) 기기 커버리지는 35%를 초과했다.

개발자 수는 720만 명 이상, 네이티브 앱은 2만 개를 넘어섰으며, 화웨이는 2025년까지 10만 개의 네이티브 하모니OS 앱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화웨이는 2025년 3월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 라이선스 만료 및 갱신 불가 상황에 따라 향후 출시될 PC에도 하모니OS를 탑재할 계획이라고 밝혀 그 적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전통적인 강자였던 ICT 인프라 사업 부문은 미국의 지속적인 압박과 다수 서방 국가에서의 시장 배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글로벌 통신 네트워크 장비 시장에서 선두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 델오로(Dell'Oro)에 따르면, 2024년 화웨이는 글로벌 네트워크 장비 시장에서 31%의 수익 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를 유지했다. 경쟁사인 노키아(14%), 에릭슨(13%) 등을 큰 격차로 앞서는 수치다. 

미래 성장 동력의 핵심으로 꼽히는 클라우드 컴퓨팅 및 AI 사업도 순항중이다. 우선 방대한 중국 내수 시장을 발판으로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화웨이 클라우드는 중국 시장에서 알리바바 클라우드, 텐센트 클라우드와 함께 3대 사업자로 확고히 자리매김했으며 자체 개발한 AI 반도체 '어센드(Ascend)' 시리즈는 이러한 전략의 핵심 요소로 평가받는다.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 서비스에 이르는 수직 통합형 AI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한다. 2025년에는 어센드 910C의 본격적인 양산이 시작될 예정으로, 연간 10만 개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화웨이는 어센드 칩의 생산 수율을 1년 만에 20%에서 40%로 끌어올리는 등 제조 공정 개선에도 힘쓰고 있다. 최신 제품인 어센드 920은 SMIC의 6나노 또는 개선된 7나노 공정으로 제조될 가능성이 있으며, 특정 연산(예: INT8 기준 약 900 TOPS) 성능에서는 중국 수출용으로 사양이 조정된 엔비디아 H20 칩(296 TOPS)을 능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엔비디아의 최상위급 비제한 칩과는 격차가 존재하며 특히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접근 제한은 SMIC를 비롯한 중국 파운드리 업체들이 5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에서 양산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기는 하다. 그러나 미국의 수출 통제 대상이 되는 경쟁 제품에 대응하는 '충분히 좋은(good enough)' 성능을 제공하며 기술 자립도를 높여가는 현실적인 접근 방식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 가장 눈부신 성장세를 보이며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부상한 분야는 단연 지능형 자동차 솔루션(IAS) 사업이다. 

화웨이 지능형 모빌리티 얼라이언스(HIMA, Harmony Intelligent Mobility Alliance)를 중심으로 2023년 전년 대비 128.1% 성장한 데 이어 2024년에는 무려 474.4% 급증한 264억 위안의 매출을 달성해 처음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우선 Tier 1 부품 공급업체로서 다양한 부품을 공급하는 한편 '화웨이 인사이드(HI: Huawei Inside)' 모델로 화웨이의 솔루션을 탑재해 차량을 공동 개발하는 방식으로 진출하고 있다. 나아가 HIMA 모델은 제품 기획부터 판매까지 자동차 제조사와 가장 긴밀하게 협력하는 최고 단계의 파트너십으로도 평가된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전력(Digital Power) 사업 부문 역시 또 다른 중요한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되고 있다. 태양광 인버터와 같은 신재생에너지 발전,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데이터센터 전력 효율화, 전기차 충전 인프라 등 광범위한 에너지 솔루션을 포괄한다. 

한편 화웨이가 미국의 강력한 제재 속에서도 회복탄력성을 보이며 사업을 지속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거대한 내수 시장의 힘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화웨이를 비롯한 자국 첨단 기술 기업 육성을 위해 직접적인 재정 보조금, R&D 자금 지원, 세금 감면 혜택뿐만 아니라, 자국 기술 및 제품을 우선 구매하는 공공 조달 정책 등을 포괄하는 다각적이고 체계적인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더불어 화웨이의 회복에 크게 기여한 또 다른 요인은 바로 중국 내수 시장의 강력한 지지, 특히 '애국 소비(Patriotic Consumption)' 현상이다. 미국의 제재가 중국의 국익을 침해하고 자국 대표 기업을 부당하게 탄압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화웨이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곧 애국적인 행동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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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짜기에 갇힐 수도 있다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 속에서도 괄목할 만한 회복력을 보여주었지만, 앞으로 나아갈 길에는 여전히 많은 도전 과제와 불확실성도 존재한다. 

당장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은 단기간에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며, 이는 화웨이가 지속적인 지정학적 위험에 노출되어 있음을 극적으로 의미한다. 특히 가장 심각한 도전 과제 중 하나는 최첨단 반도체 제조 기술에 대한 접근 제한, 특히 5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접근 제한이다. 

화웨이가 자체적으로 설계한 최첨단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양산하고 글로벌 경쟁에서 동등한 수준의 성능을 확보하는 데 결정적인 제약이다. 나아가 미국이 화웨이에 부품이나 기술을 공급하는 제3국 기업에 대해서도 2차 제재(Secondary Sanctions)를 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장 미국을 중심으로 제기된 안보 위협, 스파이 활동 의혹, 중국 군과의 연계성 논란 등은 여러 서방 국가 및 동맹국에서 화웨이에 대한 불신을 심화시킨 상태다. 이러한 '신뢰 적자'는 화웨이가 해당 시장에서 사업을 확장하거나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데 있어 심각한 장애물로 작용한다. 국제적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화웨이가 중국 이외의 시장, 특히 선진국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장을 이루기 위한 필수 전제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