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본점. 왼쪽부터 KB국민은행, 출처=각사
5대 은행 본점. 왼쪽부터 KB국민은행, 출처=각사

본격적인 금리인하기가 도래하면서 시중은행들이 대출 완화와 대출 억제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다. 시장금리를 반영해 대출금리를 다른 은행보다 내려야 하지만 그렇게 되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요구와는 거리가 멀어지기 때문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이 지난 14일부터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일일 접수건수를 150건으로 제한하면서 이날 아침부터 '오픈런'이 발생했다. 국민은행의 비대면 주담대 금리가 낮아지면서 대출을 받으려는 금융소비자들이 몰려든 영향이다. 국민은행은 최근 주택담보대출의 가산금리를 0.08%포인트 인하하며 지난해 4월 이후 약 1년 만의 조정 결정을 내렸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억제를 주문한 가운데 은행이 대출금리를 내리면 가계대출 확대는 불가피하다. 다만 금리 인하기는 대출 금리 인하로 반영되어야 하는 만큼 딜레마에 놓인 은행권은 균형잡기를 하는 눈치다. 이에 이미 대출 증가세가 시작된 은행은 대출 일일 건수를 제한하거나 우대금리를 높이는 등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

우리은행도 지난 2월 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직후 선제적으로 대출금리를 내렸지만 두 달 만에 사실상 금리를 높여 인하 효과를 제거했다. 2월부터 이달 15일까지 우리은행의 신용대출이 6700억원 넘게 늘어나면서 신용대출의 문턱을 높인 것이다. 이달 16일부터는 신용대출 '우리WON갈아타기 직장인대출'의 우대금리(최대 0.6%p)를 폐지했다.

반면 NH농협은행은 오는 22일부터 대면 변동형 주담대 우대금리를 0.45%p 확대하기로 했다. 변동형 주담대 금리를 사실상 0.45%p 낮추는 효과를 주는 것이다. 농협은행 변동형 대출금리 하단은 이미 국민은행(연 4.05~5.45%), 신한은행(연 3.91%~5.32%), 하나은행(연 4.081 ~ 4.881%)보다 낮다. 최저금리를 선점해야겠다는 전략적인 판단이자 아직 가계대출을 더 늘릴 여력이 있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불황 속 가계대출 증가세에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가 해를 넘어 지속되고 있다. 다만 올해 들어 시중은행 가계대출은 월별로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4대 은행 평균 0.86% 증가에 그쳤다. 정부가 제시한 연간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가 약 2%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아직 여유가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