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대한민국 가상자산 시장을 뒤흔든 위믹스(WEMIX)의 연이은 상장폐지 사태는 단순한 특정 코인의 문제를 넘어 국내 시장의 구조적 취약성과 규제 공백을 여실히 드러냈다.
특히 발행사인 위메이드의 대처와 별개로,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의 결정 과정과 그 권한의 적절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위메이드로서는 갑작스러운 해킹이라는 외부 공격에 더해, 명확한 규제 기준이 부재한 상황에서 DAXA의 다소 일방적인 결정으로 두 번이나 퇴출당하는 어찌 보면 억울한 상황에 놓였다고 볼 수도 있다. 김석환 위믹스 재단 대표가 지난 3일 경기 성남시 판교역 테크1타워에서 긴급 기자 간담회를 열고 "막강한 권한을 자의적으로 휘두르는 DAXA를 제어해야 한다"고 강조한 배경이다.
실제로 이 혼란의 중심에는 DAXA의 지나치게 비대한, 그리고 어쩌면 자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권한과 그로 인한 시장 왜곡 가능성이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제는 정치권, 특히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책임 있는 주체들의 보다 강력하고 실질적인 관심과 조치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위믹스 사태는 무엇?
위믹스는 2022년 유통량 관련 문제로 한 차례 상장폐지된 후 일부 거래소에 재상장되며 기사회생하는 듯했다. 그러나 2025년 2월, 약 865만 개의 위믹스가 탈취당하는 대규모 해킹 사건이 발생했고, 위메이드 측의 나흘 뒤 공시는 시장의 불안을 키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결국 DAXA는 2025년 5월 "신뢰성 및 보안 우려 미해소" 등을 이유로 위믹스의 두 번째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위메이드는 "명확한 기준 없는 자의적 결정"이라며 법적 대응을 통해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시장과 투자자들이 입은 피해는 이미 현실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DAXA는 해킹 사건에 대한 위메이드의 소명 불충분, 중요 정보 공시 부적절, 발행사의 신뢰도 및 보안 관행 우려 등을 상장폐지 사유로 들었다. 그러나 위메이드 측은 국가공인기관인 KISA 인증 보안 컨설팅 결과를 제출했음에도 DAXA가 이를 충분히 인정하지 않았다고 항변하며 DAXA의 결정 과정과 기준의 투명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충분한 소명 기회를 갖지 못했다는 위메이드의 절박한 호소는 규제 공백 상태에서 과연 DAXA의 판단이 절대적으로 공정했는지에 대한 논란으로 이어지는 중이다.
DAXA, 통제받지 않는 권력?
위믹스 사태의 핵심에는 DAXA의 역할과 권한에 대한 논란이 있다. DAXA는 업비트, 빗썸 등 국내 5대 주요 거래소로 구성된 자율규제기구지만, 법적 실체가 모호함에도 불구하고 특정 가상자산의 상장과 폐지를 결정하며 시장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가장 큰 비판은 DAXA의 의사결정 과정이 불투명하고, 상장폐지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며 일관성 없이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위메이드 측이 주장하듯 구체적인 소명 기회나 협의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하다시피 한 결정이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DAXA는 "상장폐지는 개별 거래소의 자율적 판단"이라며 책임을 회피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였지만, 모든 회원사가 거의 동시에 유사한 사유로 상장폐지를 결정하고 이를 DAXA 차원에서 발표하는 것은 실질적인 공동 대응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는 사전에 조율된 ‘담합’ 의혹마저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DAXA가 제시한 '거래지원 모범사례' 역시 그 해석과 적용의 공정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법적 근거나 명확한 책임 구조 없이 사실상의 시장 퇴출 권한을 행사하는 DAXA의 현 구조는 심각한 이해상충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시장의 ‘문지기’ 역할과 동시에 ‘규칙 제정자’ 및 ‘집행자’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위믹스 입장에서는, 이러한 불투명한 구조 속에서 희생양이 되었다고 느낄 여지도 충분하다.
뒤늦은 정치권의 관심, 그러나 "아직은 부족"
더불어민주당은 2025년 5월 '디지털자산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논의를 본격화하는 등 가상자산 전반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한 바 있다. 이어 민병덕 의원은 "거래소가 가진 상장폐지 권한은 이해충돌"이라며 DAXA의 자율규제 기능에 직접적인 의문을 제기했고, 강준현 의원 역시 "거래소에 권한이 많이 집중돼 있다"고 지적하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민의힘도 투자자 보호와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필요성에는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며 정의당도 강력한 윤리적 비판과 함께 투기 방지 및 강력한 규제 개혁을 촉구하는 중이다.
다만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정치권의 관심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대부분 사후 대응적 성격이 강한데다 위믹스 사태로 드러난 DAXA의 권한 문제와 시장 감독 공백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위원회 출범이나 법안 발의 수준을 넘어, 실질적으로 시장의 불투명성을 해소하고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강력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더 강력한 정치적 리더십과 구체적 입법이 절실"
위믹스 사태는 한국 가상자산 시장의 규제 프레임워크 부재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는지 명확히 보여주었다는 평가다. 언제든 제2, 제3의 위믹스 사태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이 최근 공개한 '디지털 자산 기본법' 초안은 주목할 만하다. 이 법안은 지난해 시행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후속 단계로, 가상자산의 발행부터 유통, 공시, 상장 등 생태계 전반을 규율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2단계 입법'으로 불린다.
우선 정치권이 위믹스 사태와 같은 혼란의 재발을 막기 위해 민병덕 의원이 제안한 것과 같은 '디지털 자산 기본법'의 신속하고 실효성 있는 제정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 연장선에서 이 법안 초안에는 법정화폐와 가치가 연동된 스테이블코인 발행 시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도록 하는 인가제 도입, 최소 50억 원의 준비금 확보 요건 등이 포함되어 스테이블코인의 안정성을 높이려는 시도가 담겨 있어 의미가 있다.
나아가 일반 가상자산 발행 시에도 사전에 당국에 발행신고서를 제출하고 금융위의 형식 심사를 거치도록 해 발행 단계부터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자 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한국디지털자산업협회'라는 법정협회를 신설하여 가상자산의 상장, 상장 유지, 상장 폐지 시 이 협회의 심사를 거치도록 하는 방안이다. 협회 산하에는 독립적인 '상장심사위원회'와 '시장감시위원회'를 두어 현재 DAXA에 집중된, 그리고 논란의 대상이 되었던 상장 관련 권한을 보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행사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법안 초안에 담긴 금융위원회 산하 '디지털자산위원회' 설치 구상은 현재 분산되어 있거나 공백 상태인 디지털 자산 산업 육성 및 진흥, 그리고 주요 정책 심의·의결 기능을 통합적으로 수행할 컨트롤 타워의 필요성도 반영한다. 이 위원회가 3년마다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매년 실태조사를 진행한다면, 보다 체계적이고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이 가능해질 것이다. 현재 DAXA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키고, 보다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시장 감독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자산업의 정의 및 육성에 관한 내용을 명시하고, 이용자 보호를 위한 다양한 장치를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 법안의 방향성 자체도 매우 중요하다. 당장 발행과 유통 공시를 분리하여 규율하는 등 명확한 산업 규제 방안을 포함하는 것은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망을 제공할 수 있다. 물론, 스테이블코인 인가제나 거래소 상장 일원화 등 일부 조항에 대해서는 업계에서 제기하는 과도한 진입장벽이나 시장 자율성 침해 우려에 대해 향후 논의 과정에서 충분한 의견 수렴과 합리적인 조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위믹스 사태는 우리에게 값비싼 교훈을 남겼다. 위메이드가 겪어야 했던 일련의 과정들은, 어쩌면 명확한 규칙이 없는 운동장에서 심판의 주관적인 판단에 의해 경고와 퇴장을 반복해서 받은 선수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 교훈을 바탕으로 더 이상 특정 집단의 자의적인, 혹은 해석의 여지가 분분한 잣대에 시장이 좌우되지 않고, 모든 참여자가 예측 가능한 규정 속에서 활동하며 투자자들이 보호받고 건전한 성장을 이룰 수 있는 투명하고 공정한 디지털 자산 시장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나아가 이를 위해서는 정치권의 안일한 인식을 넘어선 강력한 의지와 결단, 그리고 민병덕 의원의 법안 초안과 같은 구체적인 입법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