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5년 4월 발생한 대규모 유심(USIM) 정보 유출 사고로 창사 이래 큰 위기를 맞았던 SK텔레콤(대표이사 CEO 유영상, 이하 SKT)이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해 전방위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다.

사태 초기 고객 소통 미흡과 유심 교체 과정에서의 혼란 등으로 따끔한 질책을 받았던 SKT는 이후 경영진의 공식 사과와 함께 기술적 보안 강화, 고객 지원 확대, 투명성 제고를 위한 거버넌스 개편 등 구체적인 대책 마련과 실행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SKT는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피해 구제와 고객 불편 최소화를 위해 다양한 대책을 시행 중이다. 전 고객을 대상으로 무료 유심 교체를 진행하는 한편, 실물 유심을 교체하지 않고도 보안을 강화할 수 있는 '유심 재설정' 솔루션을 지난 5월 12일부터 도입했다.

'유심 재설정'은 유심 내부의 '사용자 식별·인증 정보' 중 일부를 새로운 정보로 변경하는 방식으로, 기존에 유출된 유심 정보를 이용한 복제 시도를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특히 이 방식은 유심 교체와 달리 금융인증서, 티머니, 연락처 등 사용자가 저장한 정보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어 재설정의 번거로움을 크게 줄였으며, 금융기관의 신규 인증 절차도 필요 없어 신속한 처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실물 유심은 물론 eSIM 사용자도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SKT는 우선 유심 교체 안내 문자를 받은 고객을 대상으로 T월드 매장에서 '유심 재설정' 서비스를 제공하며, 향후 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다. 또한, '유심 재설정'을 받은 고객이 원할 경우, 추후 전국 T월드 매장에서 1회 무료로 실물 유심으로 교체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이와 함께 초기 유심 물량 부족으로 인한 고객 불편에 대해서는 추가 물량 확보와 함께 '찾아가는 서비스' 등을 통해 정보 취약 계층의 접근성을 높이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또한, 고객 정보 보호를 위해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유심보호서비스’ 역시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고객의 단말 정보와 유심 정보를 묶어 관리하여 타인이 유심 정보를 탈취해 다른 기기에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차단하는 것으로, 기존 유심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유심 교체와 동일한 수준의 고객 정보 보호 효과를 제공하며 데이터 백업 등 번거로운 작업 없이 편리하게 이용 가능해 이미 2,400만 명 이상이 가입(지난 12일 기준)했다.

SKT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기존에는 해외 로밍 시 이용이 제한되었던 ‘유심보호서비스’를 지난 5월 12일부터 해외에서도 이용 가능하도록 업그레이드했다. 지속적인 연구 개발을 통해 해외에서도 불법 기기 변경 및 의심 단말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솔루션을 적용한 결과, 고객들은 해외 로밍 중에도 국내와 동일한 수준의 FDS(비정상 인증 차단 시스템) 보호를 받으며 안심하고 이동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SKT는 해외 여행 중이거나 해외 거주자 등 당시 ‘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되어 있지 않았던 고객들을 대상으로 지난 14일까지 순차적으로 자동 가입을 진행했으며, 기존 가입 고객들은 별도의 절차 없이 업그레이드된 서비스를 자동으로 이용하고 있다.

여세를 몰아 SKT는 고객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변화의 방향을 객관적으로 자문 받기 위해 지난 16일 외부 전문가 5명으로 구성된 독립 기구인 ‘고객신뢰 위원회’(이하 위원회)를 발족하고 첫 회의를 진행했다고 18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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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회는 SKT가 마련한 고객 신뢰 향상 방안을 검증하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자문하는 활동과 함께, 활동 내용과 경과를 외부에 투명하게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위원장에는 안완기 전 한국생산성본부 회장(현 한국공학대학 석좌교수)이 선임됐다. 안 위원장은 국내 기업·기관들의 소비자 만족 평가 컨설팅 및 교육 전문기관인 한국생산성본부 회장 재임 시절 고객 만족도 제고와 생산성 향상을 지원한 경험이 풍부하다.

위원으로는 신종원 전 소비자분쟁조정위원장, 손정혜 법무법인 혜명 변호사,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 김채연 고려대 심리학부 교수가 합류했다. 소비자 권익 보호 전문가인 신 위원, 사회적 약자 지원 및 분쟁 조정 경험이 많은 손 위원, 트렌드 및 소비자 정책 전문가인 김 교수, 인지심리학 기반의 사용자 경험 검증 및 다양성 조율에 기여할 김 교수의 참여로 위원회의 전문성과 객관성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위원회는 매 격주 회의를 기본으로 신속한 실행이 필요한 조치에 대해 수시로 자문하고,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한 SKT의 중장기 로드맵을 요구해 검토 후 발표하기로 합의하는 등 발 빠른 행보를 시작했다. SKT는 회사 내부 조직인 고객가치혁신실을 위원회 간사 조직으로 배치해 원활한 운영을 지원하고, 위원회 자문 사항이 신속히 실행되도록 뒷받침할 계획이다. 또한, 지난 12일 사내에 신설된 ‘고객가치혁신TF’에서 마련한 대응 방안을 위원회가 고객 관점에서 검증하고 개선을 권고하는 활동도 지속할 예정이다.

고객 직접 지원 강화 노력도 구체화되고 있다. SKT는 사이버 침해 사고 관련 고객 보호 조치의 일환으로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한 ‘찾아가는 서비스’를 19일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한다.

우선 5월 19일부터 6월 말까지 T월드 매장 접근성이 떨어지는 전국 도서벽지 100여 개 지역 300여 곳을 직접 방문한다. SKT 및 멤버사 구성원이 인천 옹진군, 전라남도 신안군, 충청남도 태안군, 경상북도 의성군, 경상남도 통영시 등을 시작으로 각 지역 경로당, 복지관, 농협 등에서 노령층을 중심으로 유심보호서비스를 설명하고 유심 교체 및 재설정 솔루션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어 6월 말부터 연말까지는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와 장애인 등 이동 취약계층을 위한 방문 서비스를, 3분기부터는 비도시지역 중심으로 스마트폰 활용 및 모바일 안심 서비스를 안내하는 ‘찾아가는 안심 서비스’ 프로그램을 시행할 계획이다.

한편 SKT는 그룹 차원의 '정보보호혁신특별위원회' 신설, 정보보호 투자 대폭 확대 및 글로벌 수준의 보안 시스템 구축 약속 등 근본적인 보안 체계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물론, 한번 무너진 신뢰를 다시 쌓아 올리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다. 고객의 마음을 되돌리는 데는 상당한 시간과 진정성 있는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며, 이는 단기적인 대책만으로는 이루어지기 어렵다. 특히 해지 위약금 문제와 같이 고객들의 민감도가 높은 사안에 대해서는 ‘고객신뢰 위원회’에서의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고객이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해결책 모색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SKT가 진정으로 고객의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KT가 이번 사태를 대하는 태도와 구체적인 실행 계획들은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하게 한다. SKT는 “고객의 관점에서 바라보며, 고객 여러분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변화를 시작하겠다”고 공언하며, 단순한 구호가 아닌 실질적인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고객신뢰 위원회’의 독립적인 활동 보장과 ‘찾아가는 서비스’ 같은 고객 밀착형 지원 확대는 이러한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까지 나서 대국민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 및 정보보호 분야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를 약속한 만큼, 그룹 차원의 강력한 지원 아래 SKT의 신뢰 회복 노력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보완을 넘어, 고객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업 문화 혁신과 서비스 전반의 품질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동력이 될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위기 상황에서 얼마나 투명하고 책임감 있는 자세를 보이는지가 신뢰 회복의 관건"이라며 "SKT의 이번 노력이 단기적인 수습을 넘어 장기적인 고객 관계 재정립과 기업 체질 개선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고 평가했다.

SKT는 "이번 고객신뢰 위원회 출범을 계기로 고객과 사회가 공감할 수 있는 고객가치 향상 방안이 실행될 수 있도록 회사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장기적으로는 이번 사태를 전화위복 삼아 회사가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하는 계기를 만들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앞으로 SKT가 보여줄 지속적이고 진정성 있는 노력이 실질적인 고객 만족도 향상과 두터운 신뢰 재구축이라는 결실로 이어져, 국내 통신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선례를 남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