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심장부에 중동 첫 생산 거점을 구축하며 석유 중심 경제에서 첨단 산업 국가로의 대전환을 꿈꾸는 '비전 2030' 실현의 핵심 동반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연간 5만 대 생산 능력의 자동차 공장 설립을 넘어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 조성, 지속 가능한 운송 기술 개발, 스마트 시티 협력 및 인재 양성에 이르기까지 다각도의 파트너십을 맺는다는 방침이다.
양측의 만남은 전방위적으로 심화되며 단순한 투자 이상의 '미래 산업 동맹'으로 발전하는 분위기다. 이는 현대차에게 중동 및 아프리카 시장 공략의 강력한 교두보이자, 사우디에게는 국가적 염원 달성을 위한 핵심 동력이 될 전망이다.

파트너십
사우디 킹 압둘라 경제도시(KAEC) 내 킹 살만 자동차 산업단지에서 14일(현지시간) 현대차 사우디아라비아 생산법인(HMMME, Hyundai Motor Manufacturing Middle East) 공장 착공식이 열렸다.
총 5억달러(약 6900억원) 이상이 투입되는 이 공장은 현대차가 30%, 사우디 국부펀드(PIF)가 70%의 지분을 갖는 합작 형태로 2026년 4분기부터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를 포함해 연간 5만 대를 반제품 조립(CKD) 방식으로 생산할 예정이다.
생산된 차량은 사우디 내수 시장을 시작으로 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으로 수출될 계획이다. 야지드 알후미에드 PIF 부총재는 "HMMME는 사우디 자동차 산업 발전의 중요한 이정표"라며, "현대차와의 지속적인 파트너십을 통해 사우디 모빌리티 생태계 성장을 가속화하고, 기술 역량 강화와 우수 인재 육성을 위한 PIF의 확고한 의지를 입증하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HMMME가 사우디의 '비전 2030'에 부응해 모빌리티 기술 개발 역량을 갖춘 현지 인재 양성에도 기여하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자동차 넘어 미래로
현대차와 사우디의 협력은 HMMME 공장 설립을 훨씬 뛰어넘어 미래 산업의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는 현대차가 단순한 자동차 제조업체를 넘어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 기업'으로 전환하려는 글로벌 비전과도 맞닿아 있다.
가장 주목받는 분야인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대차는 2023년 10월 한국자동차연구원(KATECH), 글로벌 산업가스 기업 에어 프로덕츠의 현지 합작법인 에어 프로덕츠 쿠드라(APQ), 사우디 대중교통회사(SAPTCO)와 다자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사우디 내 수소 모빌리티 보급 확대를 위한 기술 지원, 인력 양성, 수소 상용차 시범 사업 및 공동 연구를 추진 중이다.
그 결과 2024년 12월, 사우디 동부 담맘에서 현대 유니버스 수소전기버스의 성공적인 시범 운행이 완료되었으며, 이 프로젝트에는 사우디 교통청, 알마즈두이 모터스(현대차 현지 대리점), 아람코 등 주요 기관이 참여한 상태다.
206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하는 '사우디 그린 이니셔티브' 달성에 중요한 기여를 할 것으로 평가된다. 루마이 빈 모하메드 알루마이 사우디 교통물류부 차관 대행은 "수소 버스 시범 사업은 국가 교통물류 전략과 연계하여 탄소 배출을 줄이는 지속 가능한 교통수단 채택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 연장선에서 HMMME 공장 설립을 통한 본격적인 수소 생태계 가동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지속 가능한 운송 기술 개발 노력도 병행된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 4월 사우디 에너지부 산하 석유 지속가능성 프로그램(OSP)과 MOU를 맺고 개선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고효율 내연기관 기술, 혁신적인 배기가스 후처리 시스템 등 첨단 차량 기술을 공동 개발하여 연비 향상 및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
더 나아가 인적 자본 개발과 미래 도시 건설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설립한 비영리 재단인 미스크 재단(MiSK Foundation)과 MOU를 체결, 사우디 청년층 리더십 양성 프로그램(미스크 인턴십 프로그램, 미스크 글로벌 포럼 참여 등)을 공동 기획·운영하고, 미스크 시티 내 신기술 실증을 포함한 스마트 시티 분야에서의 사업 기회 발굴을 모색하는 장면이 중요하다 여기에 현대차가 사우디의 사회 발전과 미래 인재 육성이라는 장기적 목표에도 관여하는 분위기가 연출되는 중이다.
한편 현대차의 사우디 진출은 치밀한 '단계적 접근' 전략을 보여준다. 2022년 12월 사우디 산업광물자원부와의 자동차 산업 육성 MOU, 2025년 에너지부와의 OSP MOU 등 초기 탐색적 협약을 거쳐, HMMME 공장 착공 및 수소 버스 시범 운행과 같은 구체적인 합작 투자 및 프로젝트로 발전하는 양상은 장기적인 신뢰 구축과 사업 타당성 검증을 중시하는 신중한 접근 방식을 의미한다는 평가다.

교집합은 비전 2030
현대차와 사우디 간의 광범위한 협력은 사우디의 국가 개혁 프로젝트 '비전 2030'이라는 거대한 청사진 위에서 전개되고 있다.
2016년 발표된 이 계획은 석유 의존 경제 탈피, 민간 부문 주도 성장, 산업 다각화 및 현지화를 통한 지속 가능한 경제 발전 모델 구축을 핵심 목표로 한다.
구체적으로는 비석유 부문 GDP 기여율을 2016년 16.3%에서 2030년 50%로 확대하고 국영기업 민영화, 중소기업 육성, 외국인 직접투자(FDI) 유치를 적극 추진한다.
특히 국가 산업 개발 및 물류 프로그램(NIDLP)과 국가 산업 전략(NIS)을 통해 제조업을 집중 육성하며 자동차, 방산, 신재생에너지, 제약 등을 핵심 분야로 선정했다. 실제로 '메이드 인 사우디(Made in Saudi)' 이니셔티브는 현지 부품 사용을 장려하고 탄력적인 공급망 구축을 목표로 한다. 인공지능(AI), 스마트 인프라,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투자를 통해 사우디를 지역 기술 허브로 만들겠다는 야심도 담겨 있으며 NEOM, 키디야, 홍해 프로젝트와 같은 수백조 원 규모의 기가 프로젝트들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 변혁의 중심에는 사우디 공공투자기금(PIF)이 있다. PIF는 단순한 국부펀드를 넘어 '비전 2030'의 가장 야심 찬 프로젝트들을 추진하는 핵심 동력이자, 주요 산업 분야 외국 파트너십의 전략적 관문 역할을 수행한다. HMMME와 같은 합작 사업에서 PIF가 70%의 과반수 지분을 확보하는 것은 국가적 이해관계와의 직접적인 연계 및 개발 방향에 대한 통제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며, 이는 PIF가 단순한 수동적 투자자가 아님을 명확히 보여준다.

현대차, 비전 2030 실현의 조력자로 '존재감 강화'
현대자동차의 사우디 내 다채로운 사업들은 '비전 2030'의 핵심 목표들과 정교하게 맞물리며 상호 이익을 창출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의 전형을 보여준다.
첫째, 산업 현지화 및 자동차 부문 발전의 첨병 역할을 한다. 실제로 반다르 알코라예프 사우디 산업광물자원부 장관은 HMMME 공장에 대해 "산업 역량 강화, 공급망 강화, 산업 생산 현지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PIF 또한 HMMME를 통해 "사우디 자동차 생태계 성장을 가속화하고 국내 제조 역량, 인프라 및 공급망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우디 정부는 2030년까지 연간 50만 대의 전기차 생산 및 리야드 내 차량 30% 이상 EV 전환 등의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연산 5만 대 규모의 HMMME는 이러한 목표 달성에 직접적으로 기여한다. 현대차가 입체적으로 사안에 접근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는 평가다.
둘째, 경제 다각화 및 비석유 GDP 성장의 핵심 동력이다. HMMME 공장은 2045년까지 사우디 GDP에 약 50억 달러를 기여할 것으로 전망되며, 현대차의 1억 5천만 달러(약 2000억 원) 이상의 직접 투자는 외국인 투자 유치 및 첨단 기술 도입의 성공적인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금융자본적 측면서 큰 의미가 있다는 뜻이다.
셋째, 미래 모빌리티 및 기술 혁신의 선도자로서의 위상을 정립한다는 점이다. HMMME 공장에서의 전기차(EV) 생산과 더불어, 장재훈 사장이 언급했듯이 "사우디가 석유 부산물에서 생산된 수소와 연료전지 기술에 큰 관심을 보여온 만큼"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 개발은 사우디의 미래 에너지 전략과 완벽하게 부합한다. 미스크 재단과의 스마트 시티 기술 협력 역시 사우디의 첨단 기술 도시 건설 노력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넷째, 인적 자본 개발 및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한다. HMMME 공장은 직접적으로 수천 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고 사우디 국가 산업 전략(NIS)의 2030년까지 210만 개 일자리 창출 목표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PIF와 현대차 모두 HMMME가 "지역 인재 개발에 기여할 것"임을 강조했으며, 미스크 재단과의 청년 리더십 프로그램은 미래 인재 육성의 밑거름이 된다는 설명이다.
다섯째, 지속 가능성 및 환경 목표 달성의 중요한 축을 담당한다. 전기차 및 수소 연료전지 차량에 대한 집중은 탄소 배출을 줄이고 '사우디 그린 이니셔티브' 목표 달성에 기여한다.
특히 모든 협력에서 두드러지는 '현지화(Localization)'에 대한 강조는 주목할 만하다. 제조, 공급망 구축, 사우디 국민 고용, 지식 이전 등은 단순한 부가 혜택을 넘어, 지속 가능하고 자립적인 국내 역량 구축이라는 '비전 2030'의 핵심 원칙을 반영하는 PIF의 강력한 요구 조건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현대차에게 성공적인 현지화 약속 이행은 합작 사업의 장기적인 성공과 직결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넘어선 전략적 합의의 근본적인 요소다.
결론적으로 현대자동차와 사우디아라비아의 파트너십은 단순한 경제 협력을 넘어, 한 국가의 거대한 미래 비전을 공유하고 함께 실현해나가는 전략적 동맹 관계로 진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중동 시장의 패권을 노리는 현대차의 야심과 경제 다각화를 통한 국가적 도약을 꿈꾸는 사우디의 염원이 맞물리면서, 양측의 협력은 글로벌 자동차 산업 및 에너지 전환 지형에도 중요한 함의를 던진다는 분석이다. 이를 통해 넥스트 레벨을 조명해야 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