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권 핵심 재건축 단지들에서도 단독 응찰로 유찰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으로 공사비 부담이 커지자 건설사들이 '선택과 집중' 전략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1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송파구 ‘잠실우성1·2·3차’ 재건축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에 GS건설이 단독으로 참여해 유찰됐다.
잠실우성1·2·3차 재건축은 12만354㎡ 부지에 지하 4층~지상 49층, 2860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예상 공사비만 1조6934억원에 달해 ‘재건축 대어’ 중 하나로 꼽힌다.
이는 세 번째 시공사 선정 절차로, 앞선 두 차례에도 GS건설만 입찰의향서를 제출한 바 있다.
강남구 '개포주공 6·7단지'에서도 시공사 선정 재입찰에 현대건설만 참여하며 유찰됐다. 개포주공 6·7단지 재건축은 11만6682㎡에 지하 5층~지상 35층, 2698가구 아파트를 짓는 사업으로 예상 공사비는 1조5139억원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시공사 선정 입찰에서 2회 이상 경쟁 입찰이 이뤄지지 않으면 조합은 건설사와 수의계약을 맺을 수 있다.
서초구 방배동에서는 ‘방배신삼호아파트’ 재건축 시공사 입찰에 HDC현대산업개발만 참여했다.
대형건설사 간 경쟁이 예상됐던 '방배 15구역'도 2차례 유찰되며 단독으로 응찰한 포스코이앤씨와 수의계약을 맺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높은 원가율에 '선택과 집중'…우량 사업지 위주 선별 수주
최근 강남권에 위치해 사업성이 좋다고 평가받는 사업지에서도 잇달아 단독 응찰로 유찰되는 이유는 건설사들의 수익성 악화 때문으로 풀이된다.
건설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건설업계는 공사비 급등에 따른 높은 원가율로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건설사의 원가율은 매출액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이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물산 건설부문을 제외한 10대 건설사의 평균 공사 원가율은 94.06%였다. 1000억원짜리 공사를 하기 위해 940억원가량을 써야 한다는 의미다. 통상 건설업계에선 원가율 80% 수준을 안정적이라고 판단한다.
이에 건설사들은 수익성이 확실한 우량 사업지를 확보하기 위한 선별 수주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또한 수주 경쟁 시 수백억원대의 입찰보증금과 영업·홍보비용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고, 수주전에 패할 경우 리스크 부담도 커 출혈 경쟁을 피하는 분위기다.
선별 수주가 이어지는 가운데 조합들은 이 같은 상황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조합은 건설사 간의 경쟁을 유도해 좋은 조건을 끌어내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이 수주 경쟁에 나설 경우 이주비·중도금 대출 등 금융부분과 특화 설계에서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연초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한남4구역에서 맞붙으면서 한강 조망 100% 보장, 분담금 상환 최대 4년 유예, 최저 이주비 12억원 보장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우며 출혈경쟁을 벌인 바 있다.
상황이 이렇자 일부 조합에선 무리한 경쟁보다 신속한 사업 추진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 정비사업 조합 관계자는 "서울 대부분 현장에서 수의계약으로 체결한 만큼 현실적으로 경쟁을 기대하기 어려워 빠른 사업 추진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선별수주 속 일부 사업지에선 경쟁 치열
다만, 선별수주 기조 속에서도 일부 사업지에선 건설사들이 출혈경쟁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오랜 기간 공을 들인 사업지가 다른 건설사와 겹치는 경우다.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경쟁에 나서 확보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관측된다.
6월 시공사 선정을 앞둔 용산정비창전면1구역 재개발은 HDC현대산업개발과 포스코이앤씨가 치열한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입찰공고가 나오기 전인 지난 2023년에 미국의 건축설계 그룹 SMDP 대표와 함께 현장을 직접 방문하는 등 프로젝트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이앤씨도 이번 수주를 위해 오랜 기간 준비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6월 시공사 선정 입찰 공고가 예정된 압구정2구역은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전담팀을 꾸리는 등 치열한 물밑 수주 경쟁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선 하반기에도 강남구 압구정 재건축 단지 등 일부 대형 사업지를 제외하면 경쟁입찰이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투입되는 원가 대비 벌어들일 수 있는 이익이 어려운 건설환경으로 사업성이 좋은 곳 위주로 선택과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압구정, 여의도 등 상급지에 경쟁이 일부 일어날 수 있지만, 영업을 많이 한 지역이나 선호도에 따라 수주가 이뤄져 분산될 수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